도저히 안되겠어서 캐리어 하나에 몇가지만 담고 나왔다.
출장갈때 챙기는 정도에 속옷 좀더 챙기고 슬리퍼 운동화 더 챙기고…
회사 때려칠 수 없기에 출근했다.
아내는 자고 있다. 내가 출근을 한 건지 가출을 한 건지 알까?
어제 차분하고 조용하게 싸운 다음에 눈앞에서 가방을 챙겼으니 알겠지.
가방이, 세면도구가 없어진 것을 본다면…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인터넷으로 가까운 호텔을 검색하고 하는데
컴퓨터와 전화기 사이에 놓인 “Number 1 Dad” 하고
아이가 만들어 붙인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가 저녘에 나를 찾으면 어떻하지?
침대에서 내 옆에 누워 한시간씩 재잘대다가 자는 아인데…
야근할때면 잠자기 전에 전화해서 왜 안오냐고 하던 아이인데…
별거, 이혼… 아이가 이해할까?
아빠 엄마가 안 맞는 것으로 아이가 고통을 받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
그냥 조금 늦게 퇴근 하는 시간에 집에 들어갔다.
아이는 또 만든 레고를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자랑을 한다.
역시…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 지나도록
가출 한번 해보지 않은 내가 나이들어서 가출한다는 게 쉽지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