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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지난 2001년 당시 부시 대통령이 생명윤리를 강조하며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금지했던 정책이 공식 폐지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방침을 천명했고, 당선인 시절에도 “줄기세포 연구는 윤리적이고, 잠재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규제조치를 무효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거쳤다”면서”정치적 지향점등에 관계없이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줄기세포 연구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줄기세포 연구가 제공하는 잠재력은 엄청나며, 적절한 지침과 엄격한 감독이 병행된다면 위험은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번 행정명령은 정치적인 어젠다를 위해 과학적인 데이터가 은폐나 왜곡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과학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간 복제에는 결코 문을 열어놓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면서 “인간복제는 위험하고 심각한 오류가 있으며,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인간복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편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는 이날 오바마 행정부의 줄기세포 연구지원 재개방침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이번을 계기로 줄기세포 연구가 가져올 약속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레이건 여사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에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순수한 생명의 보호를 거스르는 것이며,우리 앞에 직면한 많은 도전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단합이 필요한 때에 오히려 국가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올 여름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 세포를 이용한 정식 임상시험이 실시된다.
美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월 캘리포니아의 생명공학기업 제론(Geron)사에 대해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공식 승인했다.
이와 관련해 제론사의 최고경영자 토머스 오카마(Thomas B. Okarma)는 올 여름 미국내 4~7개 병원에서 8~10명의 환자에게 배아 줄기세포에서 파생된 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시험은 양팔을 움직일 수 있지만 걷지 못하는 하반신 마비 증상이 발생한 지 2주일 이내의 환자들에게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추출한 치료용 세포를 1회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줄기세포를 주입하기 전에 환자들은 2개월 동안 거부반응을 억제시키기 위한 약물 치료를 받게 되며, 임상시험 뒤 최소 1년 동안 추적 관찰이 병행된다.
배아 줄기세포 치료법은 그동안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 임상시험이 실시되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는 인체의 어떠한 세포로도 성장할 수 있어 손상된 신체 조직을 되살리는 ‘꿈의 치료법’으로 평가받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식 때 종양발생등의 부작용과 함께 치료 과정에서 원세포가 파괴돼 생명윤리 논란을 빚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