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한민국 국민임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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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진 칼럼] 탐욕으로 가득찬 정치 모리배들이 대한민국을 능멸한 날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고태진(ktjmms) 기자

    2004년 3월 12일, 오늘은 부패와 탐욕으로 가득 찬 정치 모리배들이 기어이 대한민국을 능멸하고 마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 3분의 2가 반대한 백주 대낮의 이 권력 찬탈의 ‘쿠데타’에 온 몸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떨린다.

    친일파의 후예들이, 군사쿠데타의 자식들이, 민주화를 짓밟고 광주의 피로 더러운 권력을 잡은 자들의 수하였던 자들이, 재벌을 협박해 수백 억의 검은 돈을 뜯어낸 ‘정치 조폭’의 무리들이 떼지어 또다시 권력찬탈의 역모에 나선 것이다.

    설마설마 했었다. 21세기 이 대명천지에 아무리 구악의 잔재들이라 할지라도 이런 망동을 저지를 수는 없다고 믿었다. 아무리 기득권의 탐욕에 눈이 멀었어도 국민을 이렇듯 안하무인으로 보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원초적 본능’을 순간 잊었던 것이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의 자유와 국민의 피와 민주주의를 서슴없이 삼킨 것이 그들이었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었었다.

    그리고 더 부끄럽고 더 분개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 그런 자들에 맞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호남 민중들의 피눈물나는 지지와 성원으로 먹고살았던 무리들이 오히려 이 역사에 오욕으로 남을 쿠데타에 되려 앞장을 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정치 모리배들보다 몇 배나 더한 역적이 있다. 그들은 이들 정치 모리배들의 몰상식한 행위를 정당화시키는데 앞장섰던 언론들이다.

    그들은 일제시대에는 친일에 앞장섰고 군사독재시절에는 독재자에게 머리를 조아렸으며 이제는 구악들의 재집권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일제가 우리나라를 집어 삼켰으나 독립투사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나라를 되찾았듯이, 군부독재의 암울한 시대도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으로 종식되었듯이 오늘날 이 정치 모리배들과 사익추구 신문들의 일시적인 환희가 절망적 눈물로 바뀌는 데에는 별로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서청원을 감옥에서 빼낼 때도 그들은 기쁨에 겨워했지만 국민들은 그들을 경멸하였다. 그것을 벌써 잊었던가?

    이제 그들도 충족된 탐욕으로 제 정신이 돌아온다면 그들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존재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소용이 없다. 분명 그들은 지금까지 누려왔던 과거의 권력과 부귀가 과분한 것이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그리 알게 할 것이다.

    총칼로 권력을 잡은 자들은 그래도 얼마간이나마 국민을 억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철저히 국민들에게 심판 받을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보고 대통령을 한낱 ‘어디서 굴러먹은 개 뼈따구’ 정도로 보는 그들의 그 삐뚤어진 눈과 탐욕으로만 가득한 그 더러운 마음을 응징할 것이다. 분명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리할 것이다.

    하지만 슬프다. 수치스럽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이 그러하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고통으로 생각하기에는 오늘의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왜 수치스럽고 구차하게 만드나? 왜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이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나? 왜 국민들을 가슴 아프게, 분노하게 하는가?

    오늘은 역사에 길이 남을 수치스러운 날이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니 그들이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친일 규명법을 두려워하고 감추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이 감추려한데도 감출 수가 없는 세상이다.

    오로지 국민들과 역사만이 ‘막가파’ 정치 모리배들을 단죄하고 심판할 수 있다. 역사를,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감히 오늘과 같은 간 큰 행동을 할 수가 없다.

    눈을 부릅뜨고 똑바로 보자. 똑바로 찍자. 그리고 똑바로 기록하자. 대한민국 국민임이 부끄러운 오늘의 이 역사를 크나큰 교훈으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