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 #95966
    영어 12.***.83.19 5821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지만, 사람마다 환경도 다르고, 경험치도 다르고, 무었보다 얻고자 하는 바도 달라서 자기만의 ‘비법’이 많이 떠돌아 다니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사람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만 동시에 공통의 원칙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스펙부터 말씀드리면
    1. 미국 온지 2년차
    2. 현재 나이 33, 한국인 와이프, 딸 둘 있음
    3. 한국인 없는 미국인회사에서 sw engineer로 근무
    4. 회사 이외 사교 생활의 90%는 한국인/한국말
    5. 하루에 영어 미디어(TV/영화/라디오) 2-3시간 시청/청취
    6. 영주권자로서 미국에서 은퇴할 때까지는 살 계획(at least)
    7. 업무관련 communication에는 문제없으나, 사적인 대화, joke 등은 억지로 웃는 척 자주 함
    8. 한국에선 ‘읽고 쓰는는 건 문제없고, 듣기/말하기가 문제’라고 생각해왔으나, 미국 온 후 착각이었음을 깨달음.전공서적, Technical Manual이외의 책/신문/잡지 등에서 자주 좌절하곤 함

    영어에 대한 저의 목표
    1. 나는 native가 될 순 없지만, 서른에 이민 온 아빠 중에서는 영어를 제일 잘 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2. 한국말로는 자신이 남들보다 자신이 있었던 Public Speaking은 영어로도 잘 하고 싶다.
    3. 기왕이면 발음도 좋고, 어려운 말도 잘 쓰고 싶다.
    4. 이 후 점점 목표가 다양해짐….

    이러한 배경에서 영어를 좀 잘 해버려고 많은 고민과 실행을 해 왔습니다.
    그간 깨달은 것들과 약간의 소득을 공유하므로써 이제 막 미국에 오신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고, 제 글을 바탕으로 저도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깨달은 몇 가지 원칙 팁
    1. 아이들이 언어를 익히는 것을 모방하자.
    – 이제 2살이 된 제 딸이 말을 배우는 것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몇가지로 요약해 보자면
    a) 창피를 모르는 끊임없는 반복 : (알면서도) 아빠 이게 뭐야? 풍선이야? 사탕 아니고 풍선?

    b) 노래 : 노래를 하면서 발음이 정말 좋아지더군요.

    c) 흥미거리 : 제 딸의 vocabulary의 절반은 ‘방귀대장 뿡뿡이’에게서 왔습니다. 뿡뿡이에서 뭔가 한번 보면 혼자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고, 노래하고 하면 복습하지요.

    d) 칭찬, 자신감 : 저희는 딸에게 칭찬을 엄청 많이 합니다. 특히 어려운 말을 하거나 노래를 하면 칭찬이 과할 정도이지요. 그러나 칭찬을 들을때 딸은 말을 훨씬 유창하게 해 냅니다.

    2. 한국말로도 잘 못하는 것은 영어로도 못한다. 대신 잘하는 것에 집중해라.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미국 처음왔을때 잘 인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미국 첨 왔을때, 식당에서 주문하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뭔가를 묻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ESL을 다니면서 Hi, How are you부터 다시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요.
    그런데 저는 한국에 있을때도 주문을 잘 못했습니다. 대신 영어로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도 별로 떨지 않고, 얘기를 잘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성격이나 체질상 잘 되지 않는 분야가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시간을 더 투자해도 금방 안 늘지요.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자신이 더 잘하는 분야 (읽는 것이나, 노래나, small talk, 듣기..)에서 향상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회사 meeting에서 의도적으로 발표를 자원해서 자신감을 키우곤 했습니다.

    3. 시간이 지날 수록 korean accent는 굳어져간다.
    이것은 미국에서 정착한지 오래 되시고, 영어도 상당히 고급어휘를 구사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느낀 것인데, 뭐랄까, 영어를 못 하신다는 느낌은 전혀 안들고, accent가 있으시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발음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초기에 어휘를 늘리거나, 영어표현을 익히는 것 보다 발음 교정에 시간을 엄청 투자했습니다. 한국있을땐 제 발음이 좋은 줄 알았는데, 전화하면서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 걸 경험하고는 a,b,c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미국 산지 10년된 와이프의 지적이 없었으면 전 아직도 f/p, r/l, th/s, a/e 발음이 뒤섞인채 말하고 있을 겁니다. 발음과 accent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제 주장은 영어공부 초기에 발음에 투자를 많이 하라 입니다. 근데 이건 미국에 장기 거주 하실 분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4. 반복할 수 있는 흥미거리를 찾아라.
    이 글의 제목도 영어공부이긴 하지만, 딱히 replacement을 못 찾아서 그런 것이고, 언어는 공부가 아니라 생활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건 자신이 좋아하고, 반복할 수 있는 media가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는 TV show를 많이 봅니다. 또 긴 commute시간을 이용해서 podcast도 많이 듣지요. 그러나 의무감으로 재미 없어도 꾹참고 듣기 보다는 재미있고 흥미 있는 것만 골라서 반복해서 듣습니다. 그게 훨씬 기억에 오래가고, 더 집중해서 듣게 됩니다.

    저의 팁

    1. Children’s song 따라 부르기,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
    매일 밤 딸아이와 Barney CD를 틀어놓고, 가끔 영어 동화책 읽어줍니다. 딸이 있어서 더 과장해서 제대로 부르고, 읽게 되는데 요즘은 이거 안한 다음날 아침은 좀 발음이 안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애들보는 얇은 책을 2-3권씩 보고 옵니다. 제 소설 읽기의 큰 문제는 이해는 대충 되어도 느낌이 영 안오는 수준이라 영 재미가 없었는데, 제 수준이 아직 소설을 읽을 수준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요즘에야 초등학생용 글씨 큰 책을 읽으며 읽는 재미를 부치고 있습니다.

    2. 잘 안되는 발음 반복
    운전할때 차막히면 앞차 plate number나 exit name등을 큰 소리로 과장해서 읽곤 합니다. 유난히 발음이 안되는 부분은 반드시 있습니다. 바보처럼 5분동안 그 단어나 어구만 계속 큰 소리로 과장해서 반복합니다. 다음에 비슷한 발음을 만나면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훨씬 자연스러워집니다.

    3. voice recorder로 말하는 것 녹음하기
    책을 읽거나 상대방의 동의하에 회의 내용등을 녹음해서 듣습니다. 저는 스스로 제가 과장해서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녹음한 걸 들어보면 monotonic 경상도 사내 같습니다. 더 과장하고, 혀 굴려 주셔도 전혀 오바하는 것 같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칭찬 해 주는 사람 필요
    성문종합영어로만 영어를 배운 후 늦은 나이에 미국에 와서 영어로 생활하려니 기대치만큼 의사소통이 될리가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더 노력하면 더 나아지긴 하겠지만요. 이따금.. 에구 이놈의 영어, 때려치우고, 그냥 입다물고, 미주판 한국일보나 보며 살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공부과정에서 자신을 모니터 해 주고,격려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와이프와 직장동료 한명이 이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주위에 없다면 엄마, 아빠없이 TV만 보고 말을 익히는 어린아이와 같을 것입니다.

    5. 자신감, 재미, 반복
    세가지 모두 엇물려 있는 것이죠. 엄마와 자라는 어린아이는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않고, 늘 자신있고, 뭐든지 재미있어서 쉽게 언어를 익히는 것 같습니다. 만사가 귀찮고 세상사는게 다 거기가 거기인 배나온 30대 가장은 그 삶자체가 언어 학습의 장애물입니다. 자신의 삶을 더 활기차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험에 의하면 와이프와 다투고 짜증스럽게 주말을 보내고, 출근하면 월요일 회의 시간에 많이 버벅거리더군요.

    쓰고나니 발음 쪽에 많이 치우친 것 같은데, 제가 2년간 발음에 많이 치우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 와서야 애들 책 보면서 읽기에 좀 치중하고 있는데, 안되는 발음 반복하기의 습관은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들 영어로 받는 스트레스 잘 견디시고 원하시는 목표 이루시길.. 

    • 고맙습니다. 75.***.156.85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읍니다. 전 미국온지 이제 1년이 막 넘었지만,
      아직도 영어에는 도통 자신이 없읍니다.
      영어님이 적어 놓으신 것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될거 같군요..
      제 아들녀석 노래부터 따라 불러야겠네요…

    • gonfly 216.***.162.100

      타고난님의 답글이 없어졌네요. ^^; 어제 대충 보고, 다시 읽어볼려고 하는데 사라졌네요. 복구해주세요. ^^;

    • Samuel 68.***.139.161

      장문의 유용한 글 잘 읽었습니다.

      영어… 정말로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것 같습니다. ^^

    • UPTICK 67.***.118.126

      원글님 경험담 정말 감사합니다. 대단하십니다.
      저도 SW Engineer 고 미국회사에서 영어때문에 항상 스트레스 받는데…
      자극..동기유발이 많이 되었습니다.

    • 타고난혀 38.***.222.120

      gonfly님//그 짧은 시간에 낚이셨나요? 제 댓글을 곰곰히 읽어 보니, 주제 납치 성향이 강한것 같아서 삭제 했었는데, 다시 짧게 적겠습니다.

      참고로 제 소득은 학교랑 학원에서 ESL 12 week program만 마스타~ 해버리면 영어로 의사 소통하는데 문제 없다 라는 자세로 갈키시는 분들이 시키는것 만 골라서 안했습니다.

      ..한 1년 6개월 정도 지난후에, 학교 어디미션 가서 저 입학 허가서 내주는 분이 한국 학교 경력은 인정 안된다고 해서, 내내 싸우다가 말이 늘어난 케이스 입니다.

      의외로 한번 ‘분출’시킨후부터 말이 더 늘었는데요, 이게 제가 정규 수업을 ‘정기적’으로 들어서 인지, 아니면 말그대로 ‘전투’모드로 다가 수업을 들어서 인지 모르겠는데요.

      여튼 감정 전달을 영어로 하는게 점점 부드러워짐을 느낍니다..여기서 부드러움이란 ‘anger’표현을 할때, ‘좋아써’ 이정도면 꼬챙이 박았어..라고 느끼는것에 대한 느낌입니다..

    • 공부공부 69.***.220.117

      참..영어공부란 어려운거 같습니다.
      물론 제2외국어를 배운다는것이 쉬운일은 아니나…
      벌써 미국온지 5년이 넘었지만…한인사회에 살고 있고..한국친구들만 있다보니..
      여기가 미국인지..한국인지..분간이 안됩니다.
      물론 영어,..하나도 안늘지요.
      정말 영어 공부 해볼려고 생각과 노력은 해보지만..
      어디서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고민입니다.
      원글님의 말씀도 좋지만..싱글로써 영어초보자라써…
      방법이 있을까요?

    • UPTICK 67.***.118.126

      ‘공부공부’ 님 싱글이시라면 미국여자친구를 사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한국말 하나도 못하는. .. 시작하기가 좀 어렵겠지만요..good luck!
      제가 영어공부를 위해 가장 해보고 싶은 방법인데..전 이미 결혼한 몸이라 못하고
      있습니다.

    • gonfly 216.***.162.100

      공부공부님께:보통 학교에 인터네셔널 스튜던트 센터가 있을겁니다. 저같은 경우는 그 센터에서 친구를 소개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서 한분을 소개 받아서 바이블 스터디 모임에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좋은 분들을 만나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고 그중 한 가족분과 친하게 되서 매주 놀러가서 이야기도 하면서 영어를 늘렸지요. 혹은 학교 러닝 센터같은데 가셔서 ESL 튜터를 신청하실수 있을겁니다. 주로 Dear Abby나 신문의 사설을 카피해서 튜터 앞에서 읽으면서 발음, 억양, 리딩, 단어 등등을 교정했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네이티브처럼 되긴 힘들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많이 영어가 향상되는걸 느끼실 겁니다. 다른 하나는 착한 미국친구 만나서 먼저 밥먹으러 가자, 공부하자, 영화 보러가자 하면서 친해보세요. 그럼 굳럭입니다. ^^

    • ISP 206.***.89.240

      제가 느끼는건, 제가 영어가 느는게 아니라
      제 주위 사람들이 제 발음을 배우더군요 –;

    • 타고난혀 38.***.222.120

      >>제 주위 사람들이 제 발음을 배우더군요 –;

      한참 느끼는 거지만, 한국인들이 영어 발음이 안되는 이유중 하나가 부끄러워서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아직도 v랑 f발음 하는거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죽을 맛입니다.. 2년 지났는데도 아직도, 저 발음 낼려면 부끄러워서 대충 넘어 가는데 못알아 듣는 ‘하얀애’덜이 튀어 나오니 죽을맛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오히려, 발음상의 문제 보다 음의 길이를 파악 못해 제때제때 늘려 주고 줄여 주는게 모질난것 같습니다. 오히려 미국애덜이 못알아 듣는 이유중 하나가, 똑같은 길이의 음 길이때문에 못알아 듣는게 많은듯 싶습니다.

      저는 눈쳐다 보고 몸의 행동 보면서 사람들의 의사를 파악하는게 더 잼있는데요.. 말은 이러한 방식중 하나 인것 같습니다.

      종종, 이상한곳에 뽀인트 집어 넣어서 음 늘리고 줄이고 말하는 외국애덜 보시면, 반드시 연구를 한번은 해봅니다.

      대략 이사람들 눈에는 제가 weirdo로 보여서 문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