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다는 것

  • #83872
    eroica 69.***.144.179 3789

    열심히 산다는 것

    안도현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 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 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 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 붇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일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

    Sunday Morning – Margo Guryan

    • 까탈김 76.***.253.80

      ㅋㅋㅋ 나름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