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하고 가면서 마치 인터뷰 보러 가는 것 만큼 긴장이 되더라구요.
예전엔 이러지 않았던거 같은데, 금방이라도 방향을 틀어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불확실성이 긴장을 부르는 것, 시험을 볼때도 막상 시험지 받아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처럼, 만나고 보니 걱정이 싹 사라지더군요.
한 곳에 오래 살았지만 미국에서 데이트는 첨이라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첫인상은 이미 사진으로 봤던 탓에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실물이 낫더군요. 그리고 두 번째 만났을 때 화장 한 모습보다는 안 한 모습이 더 귀여웠구요. 하긴 맨날 동갑여자들 아니면 한 두살 많고 적은 또래들만 보다가 어린 친구 만나니까 상대적으로 그래 보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사람 자체로 보면 괜찮은데, 문제는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는 것. 하긴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좀 자주 만나야 하는데, 이게 거리가 멀다 보니 그것도 안되고. 그러고 보면 방학때 나가서 선 보고 결혼해서 온 친구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맘만 먹으면 볼 수 있는 곳에 있으면 자주 만나서 서로를 알아 보는 것도 좋은데 그게 안되니까 한 번 보고 뭘 결정한다는 것이 나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렇고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맘이 있다면야 거리가 문제가 되겠냐고 하지만, 사귀다가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 둘이 한 번 보고 다시 원거리로 연락을 이어 간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일지 의문이네요.
내가 왜 연애하기가 힘든지, 왜 연애를 못하는지, 뭐가 문제인지, 내가 미친건지 아닌지 이것저것 잡다한 것을 고민하게 했던 주말이었습니다.
미국친구가 그러더군요. 이제 5년 있으면 너도 끝이라고. 그나마 누가 소개시켜준다는 여자도 없다고. 자기 꼴 나지 말고 서두르라고요. 이게 서두른다고 될 문제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차라리 군대가는 것처럼 의무라면 결정이 더 쉬울텐데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해 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