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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영웅 / (1) 최정달 삼성전자 상무◆
“쉬운 일만 찾아서 크게 성공한 사람은 없었죠. 산악인처럼 남이 안 가본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부도체에 전자를 입력시켜 메모리 기능이 가능토록 한 `CTF(Charge Trap Flash)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내놓았다.
지난 35년간 사용된 `플로팅 게이트 기술`을 바꾼 것이다.
반도체사(史)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일 뿐 아니라 이 기술은 향후 10년간 250조원의 시장을 창출할 최첨단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화려한 성공에는 현장을 묵묵히 지켜 온 메모리사업부 차세대연구2팀 최정달 상무가 있었다.
CTF 기술개발팀장으로 이제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이다.
올해 마흔셋. 앳된 외모에 상무라는 직함은 화려한 유학파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의외다.
“경북대를 졸업한 후 85년 병역특례요원으로 삼성에 입사했죠. 입사한 지 벌써 만 21년이 지났네요.”
최 상무는 불가능 속에서 가능을 만들어 냈다.
그가 CTF를 통한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2001년 어느 날 러시아 우주과학자를 불러 세미나를 하던 중이었죠. 부도체를 이용한 기술개발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 `바로 이거다` 싶어서 5년 동안 매달렸죠. 가본 사람이 없었기에 길을 냈습니다 .”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5년여 동안 하루 15시간 이상을 개발에 매달렸다.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게 된다는 희망 하나가 그를 붙들었다.
그리고 그와 한 배를 탄 50여 명의 연구원을 책임진 `선장`으로서 의무도 있었다.
개발 과정중 난관에 부딪혀 포기할 생각도 몇 번 했다.
2003년 황창규 사장의 격려로 다시 용기를 얻었다.
이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각오로 다시 도전해 4전5기 끝에 빛을 보게 됐다.
“입사 후 외국 반도체 학회 행사에 가면 삼성은 뒷전이었죠. 논문 발표 한 번 해보는 게 꿈이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학회에서 삼성이 가장 많은, 가장 우수한 논문을 내고 있습니다 .”
최 상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개발 단계에서 10년 이상 적자를 봤지만 포기하지 않고 투자를 계속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처음은 힘들고 장래가 불안해 보여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한 가지에 10년 이상 올인하면 진정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플래시메모리는 노트북PC, 디지털TV는 물론 자동차 등 데이터 저장이 필요한 모든 분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상무는 “반도체 분야에서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며 “남이 안 가본 길을 가서 이 분야 최고의 기술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향해 창조적 도전을 해 나가고 있다.
그가 개발한 40나노 공정은 머리카락 한 가닥을 같은 방향으로 3000조각 냈을 때 한 조각의 굵기다.
그의 도전이, 삼성전자의 도전이 온 국민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