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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개 교단 지도자 협의체인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에서 지난 6월 27일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 주소서!”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 등에 광고를 냈다. 이들은 스스로를 빛의 세력으로 자처하고 그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은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할 어둠의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제 그들의 주장을 하나씩 살피며 누가 어둠의 세력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들은 “현재 우리 사회 분위기는 6·25전쟁 직전의 혼란과 흡사하게 보여진다”며 “일부 지식층이라는 사람들의 시국선언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려는 사람들과 공산 이데올로기에 미혹된 사람들의 대립이 극에 달해 있다”고 했다.
색깔론에 의지하여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하기에 앞서 혼란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순서이다. 한국전쟁 직전의 혼란은 이승만 정부가 단죄 대상인 친일파들을 등용한 데 있었다. 현재 혼란도 이명박 정부가 서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부자들의 손을 들어준 데 있다. 온갖 거짓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들을 공권력으로 위협하는 데 원인이 있다.
현 상황을 공산 이데올로기에 미혹된 일부 지식층의 시국선언으로 폄하하며 국민들을 속이기에는 이미 시국선언이 전국의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되었고, 국민의 80%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다.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기독교는 부정부패 집단으로 낙인 찍혀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했던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라. 지금 부패한 한국교회를 향하여 비난하는 백성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지금 목사들은 하나님 앞에 거적을 깔고 석고 대죄해야 할 상황이다.
이들은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야당에게 화살을 돌려 “일부 정치인들이나 전직 대통령이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민심을 팔아 비방과 선동으로 국민을 혼미하게 하고 폭력적 행태와 언사로 국가 위상을 실추시킨 것을 개탄스럽게 여기며 자기 위치를 돌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맹비난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나 강희남 목사의 자살을 기회로 삼아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하려는 작태를 불쾌하게 생각하며, 결코 자살은 자신에 대한 살인 행위일 뿐이며 그 죄가 정당화되거나 진실이 될 수 없음을 밝혀둔다”며 노 전 대통령을 또 한 번 정죄했다.
자살이라는 행동만을 보고 비난하는 것은 미성숙의 반증이다. 누가 자살을 정당화하는가?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이 자살에 이르게 된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통해 경제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애도 기간 동안 그의 일생을 되돌아본 국민들은 그가 꿈꾸었던 가치들을 되새기고 경제를 위해 그 소중한 가치들을 포기했던 것을 반성하고 부끄러워했다.
또한 다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짐하며 헌화했다. 목사들은 맘몬이 아닌 가치에 목숨을 걸고 살도록 선포하는 자들이 아닌가? 어찌 살인이라는 피상적인 모습만으로 우리 사회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에 귀를 막는가? 사람이 죽으면 누구든지 위로하는 것이 일반적 정서이다. 어떻게 사랑을 설교하는 목사들이 돌아가신 분에 대하여 입에 담을 수 없는 악담을 할 수 있는가?
역사 의식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적 교양조차 갖추지 못한 분들이 어떻게 교회의 지도자 노릇을 하게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선동에 미혹당할 것을 염려하는 대신 자신들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미혹당할 한국교회 성도들을 염려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진심으로 국가의 위상을 염려하신다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현 정부를 경책하고 제발 무지하고 무례한 그 입은 다물기를 권한다.
또한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각종 비난을 일삼고 있는 자들에게 위축되지 말고 신념 있는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며, 법치국가를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소신 있게 사회질서를 바로잡아 주기를 바란다”며 현 정부를 지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선언’에 불만을 토로하며 “중도실용 정치를 내세워 국가 정체성을 훼손해선 안 될 것이다. 선과 악의 사상 문제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광고를 끝냈다.
지난 10년 동안 성도들을 이끌고 시청 앞에서 삭발투혼(?)을 불사르며 정부를 비판하던 분들이 법치국가와 사회질서를 말하면서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 어찌 이리 낯이 두꺼우신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가?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어떤 공동체든지 하나의 목소리만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다. 평등 세상을 만들겠다며 사회주의를 시작했던 나라들이 또 다른 계급 사회를 만들고 독재 국가가 되지 않았는가? 그들이 왜 독재국가가 되었는가? 반대 목소리들을 숙청했기 때문이다.
군사 독재 시절 청와대에 아부하거나 침묵으로 동조하던 본인들은 무임승차한 민주주의의 덕을 보며 지난 10년간 자유롭게 정부를 비난하지 않았는가? 언론을 장악하고 반대 여론을 압제하는 이명박 정부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염려하는 국제 여론을 무시하지 말라.
나는 이들이 또 한 번 한국 교회의 위상을 실추시킨 것을 개탄스럽게 여기며, “자기 위치로 돌아가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본인들의 말을 먼저 자신들에게 적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