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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곰배령
어제는 시내에 볼일이 있어 모처럼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탄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택시이용을 하지 않았으므로 택시영업이 잘 되는지 아닌지는 자세히 알지는 못하나 간간이 접하는 보도에 따르면 옛날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택시영업의 전성기는 90년대 초반까지로 기억되며 당시에는 합승은 당연시되었으며 야간에는 목적지가 합승승객이 많지 않은 지역일 경우에는 택시 타기도 힘들어 규정된 요금에 웃돈을 붙여주며 택시를 이용하곤 하였다.
기사 분들은 많은 승객과 대화를 하므로 여론의 향배를 잘 알고 있으나 여론의 향배를 잘 알고 있는 것과 얼마나 많은 진실을 알고 있는가는 구별되어야 하나 일부 기사들은 이를 혼동하여 이들과 충돌한 일이 간혹 있기도 하였다.
기사 분들은 업무특성상 많은 량의 보도를 청취하고 많은 승객과 대화를 나누므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사적인 상식은 일반인보다 월등하여 일부 기사는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요즘 경기가 별로 안 좋지요 하며 기사 분이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보나마나 정부의 실정을 탓하려는 의도로 말문을 열고 있으므로 내 대답은 그리 호의적인 답변은 아니었다.
언제는 경기가 좋았습니까. 내가 경제활동을 시작한지가, 돈을 벌기 시작한지가 30년이 되었지만, 어느 때는 경기가 좋았지만 그 당시에도 한번도 경기가 좋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 했고 지나고 보면 모두가 그 때가 좋았다고 말하곤 합니다.
기사 님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반문에 기사가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반문은 경기가 좋지 않다는 사람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으로 늘 준비된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서 기사 분이 도저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수긍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을 얘기하였다. 박정희 때보다 지금이 더 못 산다면, 그 때보다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 하다면, 상급학교 진학율이 더 떨어진다면 경제가 퇴보하였다고 말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경제가 불황이 아니고 눈높이가 높아져서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체감경기는 각자의 만족지수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만족지수는 밀림에서 원시생활을 하는 원시인이 문명사회보다 더 높게 나온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앞으로 죽을 때까지 체감 경기에 만족하는 그런 시절은 오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작통권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였다. 우리의 적을 북한만으로 국한하여 생각하면 현 체제를 존속시켜도 별 무리는 없겠지만 우리의 적이 일본과 중국이 될 수도 있으며 미국도 될 수 있다. 그럼으로 자주국방이 필요한 것이며 이를 반대하는 것은 군사식민지 상태로 살아가자는 말과 다름없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기사 분이 일부 수긍하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손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며 그런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하겠냐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작전권 문제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 한 것이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서 해결이 가능해 진다.
그럼으로 사회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진취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현 언론은 이런 사람들을 좌파로 매도하여 사회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또 한마디했다.
좌파란 말에 기사 분이 반격의 빌미를 잡는 듯 했다. 사회가 너무 좌파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즉시 재 반격을 시작했다. 좌파의 본 뜻은 빨갱이가 아니고 정부정책이 복지차원에 우선을 둘 것이냐 시장경쟁원리에 우선을 둘 것이냐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고 선진유럽은 우리보다 몇 배나 많은 복지정책을 쓰는 좌파정부다.
자본주의는 야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이므로 이런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사회적 약자를 정부가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도리이다. 이를 탓하는 것을 보니 기사 분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 없는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우리사회가 모두 잘 살아서 정부가 복지예산을 지출할 필요가 없게되는, 좌파정책이 필요 없는 그런 사회가 빨리 오기를 바라고 있고, 좌파를 비난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을 보면 모두가 이제 살만하다는 그런 뜻이라고 자위도 합니다.
목적지에 내릴 즈음, 기사양반이 하는 말은 손님처럼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열린우리당과 관련 있는 분이 아니냐고 한다. 열린우리당과는 전혀 관련도 없고 오히려 그들이 하는 작태에 짜증이 난 소시민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