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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오래 살으셨던 어느 교민께서
이국땅에서의 삶은 섬같은 삶이라고 하셨답니다.고립의 의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표현입니다. 물론 교회도 나가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비록 이국땅 이나마 꽉찬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도 적지 않이 계시겠지만, 그런 삶이 모두에게 가능한것도 아니고, 결국 밥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직장은 언제나 차가운 사무적인 일들과 냉정한 이윤추구만이 판을 치는 세계이니만치, 아무리 열심히 일을하고 승진을 하고, 살아남더라도, 여전히 우리들의 삶은 섬같은 고립적인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입니다.일과후 집에 돌아가 사랑스런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하고 몇시간의 즐거운 시간을 가족들과 보낸다고 하더라도, 온가족이 잠들어 있는 늦은밤, Backyard에 나가서 밤하늘 별을 보면서 담배한대 깊숙히 빨아들이며 빠져드는 고독은 참으로 얼음빛 처럼 냉랭 하기만 하더군요.
10년넘게 이어져온이러한 이국땅에서의 고독한 삶의 연속선상에서, 엊그제 한국신문의 어느칼럼에서 소개된 장일순선생이라는 분의 시 (산속에 피어있는 야생란을 보고서 지으신) 는 잠시나마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오늘은 1990년 입추/
산길을 걸었네/
소리 없이 아름답게 피었다가 가는/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장일순 선생을 부끄럽게 한 것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곳에서 저 홀로 피었다가 저 홀로 가는 야생난의 순명이었다고 합니다.
이국땅에서 바다 한가운데 섬처럼 살아가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족을 만들고, 새생명을 길러내서 어엿한 성인으로 태어나게 하여, 그들이 또다시 꽃을 피우게 하는 행위들이 저에게는 바로 야생란이 꽃을 피우는 과정으로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신이 언제 어떻게 태어났고, 무슨이유로 미국에까지 와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것인지,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장일순 선생이라는 분의 시에서처럼, “소리없이 아름답게 피었다가 사라지는 삶에 감사하며 지내게 될 것 같아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