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날의 잡생각

  • #409466
    푸념 98.***.68.161 3658

    두달쯤 전에 소개팅을 했답니다.
    롱디는 절대 안해야지 했는데  어쩌다보니 한시간반 정도 거리네요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 저 있는 동네까지 와주는걸로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 사람 한국나이 서른. (한국사람은 아닙니다..)
    연애를 한번도 안해봤다는군요. 단 한번도.

    뭐 그냥 그런가부다. 이래저래 가르치면서 연애 비스무리한걸 하는건가 마는건가 하고 있었어요
    서로 공식적으로 여자친구/남자친구라고 하지 않고 그냥 데이트 하는 정도로 지내는 중인데요

    제가 아프네요. 독감에 지독하게 걸려서 며칠 회사도 못가고
    이제 조금 나으려나. 주말이네 하고 있는데

    제가 아프다고 이번주는 안온다는군요. 자기 감기 옮을까봐.
    자기 아프면 다음주에 못보니까 이번주에 안보는게 둘 다한테 좋을거라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해서 주위 남자인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원래 이런 사람도 있냐고 물어보니 이건 아니라는군요

    에휴.. 그냥 이래저래 못난거 그래도 봐주고 잘 지내보자 싶었는데

    제가 감기도 남들보다 자주 걸리고 그냥 자주 아프거든요. 큰 병은 없는데.
    그러고보니 전에도 이런적이 있었네요. 만났는데 갑자기 생리통에 괴로워하니까
    집에 들여보내려고 계속 하더라구요. 난 그냥 옆에 있어줬으면 했는데..
    아프면 더 외롭고 쓸쓸한데..

    “아프면 혼자 쉬고 나으면 그때 만나요” 라고 하는 사람. 그냥 접어야겠죠?

    어제 괜히 친구 결혼사진에 웨딩드레스에 보면서 나는 언제나 시집가려나 싶었는데 앞으로 한참 멀었나봅니다.

    • 이런저런 추측 70.***.3.176

      남자로서 아플때의, 던댓님의 남편분 마음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마음 깊은곳에는 아플때 누가 시중들어주는것에 대한 감사가 항상 있을겁니다. 남편분이 혹시 반대로 표현할지 모르지만, 던댓님이 아플때 돌봐주실때마다, “아,내가 참 장가한번 잘갔어” 하고 생각할것 같습니다. 다만, 자신이 아픈것에 대해 자신에게 화가 날때도 있고, 가까운 사람일수록(에게 마저도) 자신이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을뿐이죠.(남자의 자존심).

      원글님, 혼자 추측컨데, 남자의 그런 반응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것 같은데요. 그런 사람 의외로 많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구요. (뭐 한국남자도 다정다감한 유형이 아니라면 마찬가지) 근데 한국에서야 당연한 현상일수 있지만, 백인 남자이구 30살때까지 데이트한번 없었다면, 좀의아하게 느껴집니다. 백인 남자들은 보통 너무많은 여자를 경험해서, 상대적으로 많은연애 경험이없는 한국여자로서는 그부분이 고민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던데…

    • 제가 보기엔 74.***.35.142

      제가 미국생활 15년 넘게 하면서 친하게 지낸 미국애들 중에 여자친구 아픈데 혹시나 자기 감기걸릴까봐 안간다는 말은 처음 들었네요..
      여기도 개인주의랑 상관없이 친한 사람 아프면 따뜻한 음식등등 만들어 가는게 남자, 여자사이 입니다. 하다못해 가까운 동성 친구사이라도 아프면 찾아가고 찾아오고 그럽니다. 문화차이나 미국식 개인주의 보다는 그 사람 자체가 그런것 같네요.

    • 별로 71.***.185.95

      그사람은 한시간 반 운전해서 고생해서 왔는데, 여자친구가 같이 못 놀아주고 아프면 재미없으니까 않온다고 한것 같은데요. 감기 옮을테니 뽀뽀도 못할테고. 재미없쟎아요. … 놀때만 나 좋다고 하는 남자…..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니면, 그 남자분이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다고 치면, 아프고 힘들어서 외롭다고 해보세요. 그래도 않온다면….. 또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 푸념 98.***.68.161

      어제 밤에 나 너한테 화났다고. 어떻게 아프다는데 자기 감기 옮을까봐 안올수가 있냐고 하니까 미안하다면서도 “아프면 옆에 있어줘야된다”는 개념이 없더라구요. 이번주에 저를 보러 오지 않아 미안하다는거죠. (그 미묘한 차이 아시죠?) 그러면서 제가 오라고 하면 오늘 오겠다고 그러길래 됐다고 하고 말았답니다. (오라 그럴걸 그랬나… -_-)

      소개시켜준 친구한테 오늘 아침에 전화했었어요. 며칠전에 친구랑 그사람이랑 저녁을 먹었는데 그때 저 아파서 이번주에는 못보는게 아쉽다고 계속 그러더래요. 제가 “그래도 어떻게 아프니까 안올수가 있냐”라고 했더니 기말고사 가까워져서(곧 졸업하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둘이 같은 학교 같은 프로그램) 안그래도 스트레스 많이 받아있고 기말고사때(4월말 5월초) 아프면 안되지 않냐고 이해하라고 합니다. 이걸로 끝내는건 아닌거 같다고하구요.

      큰맘먹고, 많이 봐줘서 원 스트라이크 줬습니다. 3진이면 아웃이죠 뭐..
      잘한건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넓은 마음으로 살아야겠죠.

      그나저나 오늘은 더 아프네요. 한국에 엄마아빠한테 아프다고 징징대고 혼자 또 푸념합니다

    • jeon 152.***.96.136

      전 남자입니다. 한시간 반 거리면 운전으로 한시간 반 이상이겠죠. 특별한 일 없으면 매주 온다는 것 자체가 제가 보기엔 님께 관심이 많은 것 아닐까요. 롱디로 비행기타고 한달에 두번씩 트래블하는 사람의 푸념입니다.

    • 꿀꿀 75.***.115.173

      물론 그런 남자가 무조건 아니다 라고 말씀 드릴순 없지만,, 아직 배려와 사랑의 정도가 그렇지 못하다고 이해하시고,, 좀더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첨엔 남이지만,,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소중해지고,,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 나중에 감기고 머고 몸 안사리게 될 날이 올겁니다,,
      저 애가 셋인데,, 애들 감기 걸렸건 안걸렸건,,뽀뽀해요,, 물론 제가 감기 걸렸을땐 좀 신경쓰이긴 하지만,, 와이프도 마찬가지고요,,
      원글님도 언제부턴가,, 그 남자가 원글님이 아프건 말건 찾아와주고,,곁에 있어주고 한다면,, 그땐 어느정도 두분이 서로 소중한 존재가 되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앞으로 그렇게 될지 안될지는 몰라도,, 아직 초기단계인 지금 따질순 없는 문제 일듯 하네요,,

    • 푸념 17.***.36.107

      소심한 후기 남깁니다. 그때 그냥 속상하고 넘어갔었는데요. 지난주 주말에 제가 처음으로 이 사람 만나서 운전해서 갔답니다. 차 막히니 두시간 반 걸리더군요. 전에 화 났던거 다 풀어졌습니다. 매주 저 보러 오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이제서 알았네요 ^^;; 이 사람이랑 연애 잘 해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