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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칭생략.. 양해바랍니다… 개인적으로도 황우석박사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저도 충격을 꽤 받았습니다)
어차피 위험한 게임이었다.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대한민국 기술” 이렇게 말하면서 퇴장하는 사람에 대고 외신들은 그래, 그 대한민국 꼴 좋다… 이런 뉘앙스를 풍기면서 이야기를 세계에 전달했다. 그동안 황우석은 과학연구결과만을 세계에 알린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함께 알리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것이 결정적인 실수(황우석 개인의 실수일뿐 아니고, 대한민국전체의 실수)였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깨달았을까… 한국에서는, 어차피 문제점이 지적되고 조사된 것도 한국 내에서 일어난 것이므로 한국 과학계의 자정 능력이 어쩌니 얘기를 하지만, 그건 밖에서 보는 눈과는 다르다. 얼마전 NYT 기사에 잠깐 언급된 “젊은 한국과학자들의 승리”라는 짤막한 해석 말고는 다른 어느 외신 기사도 한국 과학계의 자정능력을 칭찬하지 않는다. 단지 이런 엄청난 과학 사기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되어서 세계인을 속였다… 라고만 전달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그동안의 연구결과가 세계인들에 전달될때, 그냥 과학연구결과라기 보다는 “한국에서” 나온 과학연구결과라는 것을 강조했었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이런 책임은 황우석 혼자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옆의 모든 사람들에게 있었다고 본다 (나도 포함해서…나도 내 boss및 동료에게, 저기 저 학교, 제가 졸업한 학교예요…라고 몇마디 떠들었으니..)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기술” 어쩌고 떠들면서—다른 나라 이들이 어떻게 듣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물러서는 황우석씨를 보면서, 나의 죄책감은 조금 감해졌다… 맞아.. 요 부분은 황우석씨가 단연 주범이야…)
과학자는 자고로 “사심”이 없어야한다.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추구하고 있는 과학적 진실에 비해서 더 큰 신념적인 욕구가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아니, 인간은 누구나 그런 욕구를 가질 수는 있으나, 적어도 과학자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면을 겉으로 내세워서는 안된다, 적어도 자기의 과학연구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조심하고 있는 부분은, 내 연구가 우리 회사 제품을 선전하는 도구만으로서만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부분이다. 내가 어차피 이 회사에 고용되었을때 중립적인 연구를 하도록 고용되었고, 그동안 그렇게 하도록 노력했었고, 따라서 우리 학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저친구 비록 저 회사에 고용되었지만, 그냥 자기가 관찰한 과학 현상만을 발표할뿐, 자기 제품 우수성만 떠드는 친구는 아냐…그런 평을 듣고 있고, 우리 경쟁회사의 다른 사람 하나도 역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있는데…. 모 회사의 누구누구는 학회에 나와서 맨날 자기 제품 홍보하기만 바쁘다… 그럼 그 친구는 직함이 뭣이건 간에, 학계에서 그를 과학자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네 말을 어떻게 믿느냐 는 거다… 그친구 그 회사 안에서는, 아마 엄청나게 귀염받고 인정받고… 그럴거다. 밖에서는? 찬밥이다. 그친구는 그냥 그 회사직원 이상도 이하도 아닐뿐 scientist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황우석씨는 그동안 민족의 우수성을 밝히고 다녀도, 비록 연구성과들이 있었기에 세계에서 특별하게 시비를 안 걸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가만히 보면 외신들은 “황우석” 이란 인물과 그 연구팀을 집중조명하면서 (마치 한국내의 미디어가 그러하듯이) 이 과학 사기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한국”이란 곳을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것은 바꿔말하면, 그동안 황우석씨는 world scientist라는 면보다 Korean scientist라는 면이 더 부각되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 든 예로 본다면, 그 회사에만 너무나도 충실한 그 사람 처럼 말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황우석씨는 이미 수십차례에 걸쳐서, 국민여러분 어쩌고 하는 말들을 많이 하고 다녔다. 마치 정치인처럼 말이다. 국민여러분의 성원이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느니… 대한민국 어쩌고 하는 대한민국 어쩌고 하는 그런 발언들 때문에 그의 인기는 **한국내에서** 엄청나게 치솟았고, 그가 국가적 영웅이 될 수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가 국가적 영웅이 되면 될 수록 그의 국제적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인데… (특히 과학자로서의 가치) 그걸 사람들이 얼마나 깨달았는지 모르겠다.
이번의 사건도 결국의 그가 그냥 조용히 과학적 진리를 탐구해야하는 과학자라기 보다는, 뭔가 세계를 계속 놀라게 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중압감속에서, 국민의 기대를 등에 없은 대한민국의 **영웅**으로서 행동하다가 발생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는데, 황우석씨 본인은 아직도 그것을 못 깨달은 듯 하다 (그러니까 아직도 기자들 앞에서 “대한민국 기술” 어쩌고 운운하지… 쩝.)
얼마전에 (한 2주전 처음 PD수첩 방송되기 직전) NPR에서 나온 기사에서는, 특별히 (NPR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딱히 뭐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투의 기사가 나왔는데, 그 기사의 분위기상 황우석 개인 보다도 한국사회가 참 mysterious하라는 식으로 imply했었다(그걸 들었을땐 약간 기분이 나빠서 NPR에 항의 메일을 쓸까도 했는데, 탁히 대놓고 비난하는 것도 아니니 참았다). 스포츠 연예계 스타도 아니고 군인 혹은 정치가도 아닌 사람이 한 나라의 영웅이 되었는지… 그런것들을 묘사했는데, 그것에 의하면, 황우석씨가 영웅이 된 이유중의 하나는 그가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순수한 토종파로서 세계 무대에서 뛰고 있는 것을 한국인들이 열광한다는 얘기였다. 다 좋은데…. 그런 것 다 좋은데, 그런 얘기들은 사실 밖에 있는 남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겉으로는 까놓고 얘기를 안해도, 그런식의 분석기사를 내고 그것이 미국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되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될때는, 세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한국토종이라고? 어쭈… 쫌 하는데… 어디 보자.. 어디까지 하나 보자” 이런 식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거고, 뭔가 잘못이 터지면,, “거봐…” 그런다는 거다.
이미 황우석씨 그분은 나에게는 더이상 과학자로 보이지 않는다. 정치에 뛰어들면 딱 괜찮을 듯한 분위기인데…. 지금 다들 황우석 개인으로는 끝났다고 하는데, 글쎄 내가 보기에는 이분의 화려한 언론플레이를 본다면 충분히 정치가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인위적 실수 라….
정치가들 좀 배워라…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그러면서 뭔가 카리스마를 갖고,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데, (그러면서 상대방 뒤집어 씌우기 등은 아주 고단수로 하고) 이런 고도의 기술을 한국 정치인들이 배우면 한국 정치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