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02-2202:54:13 #84395none 173.***.57.254 5501
온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더니…
출장을 다녀오니 가장 어린 햄스터가 먼저 저세상으로 가버렸더군요.
1년도 같이 못있었지만 그래도 식구였던지라 뒷마당에 묻어주었습니다.
아내가 반대하고 아이가 모르기에 봉분도 못해주고
햄스터 집에 있던 막대기 하나 꽂아두고 작은 돌들로 표시를 해놨는데
자꾸 햄스터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아내는 아이에겐 햄스터 죽은 것을 얘기하지 말자고 하지만
아이 허락없이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고 하면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 차라리 아참에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해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이제 킨더입니다.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먼저 하늘나라로 갈 것이고
그다음에 아빠 엄마가 갈 것이고
그러면 자기하고 동생밖에 안남는다고
얘기는 하고 있습니다.죽음을 얘기해주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충격이 될까요?
-
-
꿀꿀 61.***.32.172 2011-02-2218:28:18
저도 우리 애들하고 얘기 하다 가끔 죽는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곤 하는데요,,
전 죽음을 죽기전에 고통스럽거나, 좀 안좋은 측면,,즉,,좀더 살아있다는것,,또 죽지 않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 쪽으로 얘기를 해줍니다,,
예를 들면 세월이 흘러 제가 나이가 먹으면 죽을수도 있고,, 그럼 우린 더이상 볼수 없다,, 또는 내가 많이 아프게 되면 죽을수 있다,, 그럼,, 아이가 대충 이해 하고,, 또 아프면 안되겠구나,, 그런식으로 생각도 하는거 같은데요,,
한 6살된 아들은 그런 얘기를 하면 대충은 느낌을 받는거 같긴 한데,, 5살 둘째는 전혀 관심이 없더군요,,
나이가 먹고,, 이런저런 삶의 경험을 겪다 보면,, 죽음이라는 것을 좀더 잘 이해하게 되겠지요,,
죽음에 대한 얘기가 그리 충격을 주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런 대화속에서 다양한 죽음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 하는건 (물론 일부러 그런얘기만 하는건 좋지 않지만 말이죠,,)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
죽음 75.***.82.222 2011-02-2302:15:10
예,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게 다를거 같아요. 특별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도 (아주 특별히 충격적인 경험을 한 경우를 제외하면) 애들이 별로 충격받을거 같지도 않고…나이가 좀 10살은 넘고 아주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경우에만 이걸 알려야할지 고민할수 있겠지만…
햄스터 죽은거는 애랑 같이 묻어주었으면 더 좋았을것 같은데. 나도 어렸을때 참새인가 뭔가 갖고 놀다가 죽어서 묻어준 기억이 있는데, 약간의 슬픔 약간의 죄책감…집에서 기르던 개 잡던 날은 충격(이때는 초등 고학년때였던거 같음). 옛날 어른들은 이런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별로 민감하지 않았고 그래도 애들 다 잘 컸지요 뭐.
4살짜리 우리애는 아톰만화 보다가, 철이가 왜 죽었는지 그리고 왜 아톰이 되었는지, 왜 철이 아빠 박사가 슬퍼하는지, 이해가 안되는지 항상 물어봐서, 자전거타다가 차에 치어서 사고로 죽었다고, 네가 그렇게 되면 아빠가 아주 슬플거라고, 너도 차들보면 조심하라고 했더니, 꼭 기억하더라구요. 그래서 차조심, 자전거탈때 길조심, 차안에서 캇싯에 가만이 앉아 있지 있을때, 차를 자꾸 지가 운전하겠다고 만지작거릴때, 조심하라고 말할때면, “아톰(사실은 철이가)이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나냐?” 하면 금방 애가 얌전하게 태도가 바뀝니다. (아직은 “아빠가 나를 아톰으로 만들어주면 되쟎아?” 이런 말할 생각은 못하나 봅니다. 혹시?…아빠가 그런 능력이 없다는걸 이미 아는거 아냐? 아냐 아냐 그렇게 똑똑할리 없어.)
죽음에 대해서 이런 어린 애들이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모르지만, 슬프다거나 조심해야한다거나 하는것은 4살짜리도 잘 알아듣는거 같습니다.
-
ㄸ 76.***.238.0 2011-02-2302:41:29
애가 그런 사실에 충격을 받을 나이라면
똑같은 놈으로 몰래 사다놓으심이…
죽음을 이해할만한 나이라면 ㅇㅐ를 데리고 같이 pet shop 에 가심이.. -
psalm 157.***.98.203 2011-02-2303:37:00
저의 경우에는 물고기 였는데, 막내가 킨더였습니다. 처음에는 비슷한 것으로 몰래 바꾸었었는데, 자꾸 죽어서 결국 들켰었습니다. 그런데, 설명해 주니 예상외로 잘 받아들이던데요. 뭐 물론 햄스터랑 작은 물고기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
… 198.***.210.230 2011-02-2303:58:44
저는 프리스쿨 다니는 애가 둘 있는데요. 저희 집에는 금붕어를 몇년째 기르고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몇놈이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처음에는 저희 부부도 애들이 충격 받을까봐 몰래 뒷처리를 하고 그랬지요. 하지만 금방 알더라구요. “툭눈이” 어디갔어? “응, 툭눈이가 다른데로 이사를 갔어” 그랬더니 바로 “죽었어?” 하더군요….그래서 그후론 애들하고 같이 땅에 뭍어 줍니다. 어른들 만큼은 아니지만 죽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게 보이구요, 가끔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 되는게 싫다고 훌쩍이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암튼 저희는 마냥 피하는것 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알려주는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
tracer 198.***.38.59 2011-02-2308:24:53
가능하면 사실대로만 아는대로만 이야기해 줍니다. 자는 것 같지만 움직이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아서 다시는 만날수 없게 되는 거라고 말이죠. 누구나 다 늙으면 죽는거라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빠도 엄마도 언젠가는 다 죽는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드라마틱하지 않게 담담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후세계를 믿지 않으므로 죽은 후에 대해서는 “아빠는 모른다”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가끔 잠깐씩 센티멘탈해 질 때가 있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조금씩 그런 감정에도 스스로 익숙해 지는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
30sthg 198.***.89.215 2011-02-2805:08:32
어제 공교롭게도 집에서 키우던 새 두마리가 굶어죽었습니다. Nanny가 깜빡 잊고 먹이를 안 준 모양이더군요. 아침에 비실비실하다가 조는 듯 하더니 점심 쯤되어 쓰러졌다가 그대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애들 엄마는 애들한테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많이 당황을 했는데, 저는 새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과로사한 것 같다고, 사망의 원인과 애완동물의 주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더 중점을 두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 뒤 나무옆에 땅을 파서 두 마리를 나란히 묻어주면서, 새는 죽었지만 벌레들의 도움으로 그 몸이 분해되어 거름이 되면 나무들이 자라는데 또 도움이 되고, 그 나무는 또 새로 태어날 새들의 서식처와 먹이를 마련해 주게 되니 형태만 바뀔 뿐 생명은 돌고도는 것이라고, 자연생태계의 지속능력(sustainability)에 대한 개념을 알쏭달쏭하지만 그다지 슬프지는 않은 이야기로 돌려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초콜릿칩을 잔뜩 넣은 팬케익과 메이플 시럽을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
none 173.***.124.13 2011-02-2812:04:35
제가 앓는 바람에 글이 늦었네요. 답글들 감사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것인지 아팠는지 굶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죽어있는 것을 아빠가 발견해서 묻어줬다고 솔직하게 얘기를 해줬습니다.
“Oh..well.. momy gonna punish me..”
[Why do you think so?]
“Because I failed the responsibility. I’m supposed to feed her”
[As I said, we don’t know why she died]
“But I can see her in heaven later, right?”
[Sure, you can see her. After momy and dady died, you can see us too.]
“Can I say good-bye to her? tomorrow?”
…아이는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이미 많이 성숙했나봅니다.
자신의 책임을 떠올리고…
죽음이란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ㅎㅎ…
이러다 나중에 저처럼 열살(만으론 여덟…)에 인생의 의미에 대해 묻는 건 아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