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 #101110
    Lighthill 68.***.168.129 2416

    신의 존재에 대해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고자하여 글을 남겨 봅니다. 어디까지나 짧은 저의 생각이니 본인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1.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어떤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진리로서 나타내어지는 것을 first principles라고 정의하였다. 즉 first principles는 증명을 할 필요가 없이 사실이다. 원(circle)이 왜 원인가라는 사실은 증명할 필요가 없다. 단지 정의만 있을 뿐이고 그 정의 그 자체로 완벽하다. 우리는 신의 존재를 가끔 증명하기를 원한다. 또는 그 반대로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는 first principles에 속하는 부분이다. 즉 신이 진정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 완벽하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그 존재나 비존재성을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존재하는 그 순간 증명 불가가 되는 것이다.

    2.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그는 1927년에 ‘불확실성의 원리’ (uncertainty principle) 를 발표하였다. 이 학설은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위대한 원리로 받아들여진다. 이 원리는 어떤 현상을 과학적 실험으로 100%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즉, 우리가 어떤 시스템을 정확하게 측정을 하려고 할수록, 우리는 그 시스템에 아주 미세한 변화를 일으키게 되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측정하는 시스템은 더 이상 측정 이전의 고유의 상태가 아닌 것이다. 다만 통계학적으로 시스템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한동안 이 이론에 대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비유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문득 이 불확실성의 원리가 단지 물리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가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노력하거나 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순간 이미 우리는 우리의 사고의 테두리에서 신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 신은 실제 고유의 신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는 신은 더 이상 실제 신이 아닌 것이다. 또는 기독교든, 천주고든, 불교든 우리는 우리가 믿는 신에 저마다 자기만의 신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이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 완벽한 신을 증명하고 싶다면 유일한 방법은 신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3. 이런 사고 조차도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 이또한 사실을 왜곡하는 일일뿐이다.

    • sd.seoul 66.***.118.78

      원글님은 잘 아시겠지만, 불확정성의 원리에 관해서 좀더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불확실성의 원리uncertainty principle는
      (1) 어떤 물리량을 실험으로 100 %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가능한지 아닌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가능합니다.)
      (2) 또한 모든 실험에 적용되는 원리도 아닙니다.

      불확실성의 원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세상에는 동시에simultaneously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짝pair을 이루는 물리량들이 존재한다” 입니다.

      즉, 예를 들어서,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가능/하며,
      물체의 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도 또한 /가능/합니다.
      불확실성의 원리는 이 두 각각의 실험에 관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It simply does not care.
      다만, 불확실성의 원리는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합니다.

      불확실성의 원리는 또한 물체의 위치와 에너지를 /동시에/ 정확히 구하는 실험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물체의 에너지와 그 순간의 때time를 /동시에/ 정확히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합니다.

      위치와 속도, 그리고 에너지와 시간은 불확실성의 원리에서의 특별한 짝pair인 셈이지요.

    • Lighthill 68.***.168.129

      보충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sd. seoul님 전공이 혹시 물리?

    • DC 71.***.213.75

      “문득 이 불확실성의 원리가 단지 물리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다.”

      예, 문득 비슷한 생각을 N. Bohr도 했었고, 이를 상보성 원리 (complementarity principle)라고 합니다.

      http://
      en.wikipedia.org/wiki/Complementarity_(physics)

      더 이상 자세한 건 몰라서 이만..

    • DC 71.***.213.75

      원글님의 글을 읽으니 언젠가 최루탄 냄새가 잔뜩 베인 캠퍼스에서 했던 고민들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한 마디 더 적고 자렵니다.

      아마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태 (actuality)와 가능태 (potentiality)를 말했고, 이것을 형상과 질료, 존재와 본질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던거 같습니다. 아마 신은 완전 가능태이고 순수 형상이라고 했던거 같군요. 이것을 중세에 와서 토마스 아퀴나스가 채용을 했고.

      (전에 어느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존재의 증명이라는게 우리가 오감을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반복재현할 수 있는 것 혹은 이에 기반한 논리체계만을 의미한다면 저는 신의 존재는 “증명할 수 없다”라는 의견입니다.

    • sd.seoul 66.***.118.78

      DC/님의 말씀과 같이
      신의 존재를 인간의 인지 영역으로 끌어내리려는
      모든 행위 자체가 게임룰의 위반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러이러 했더니 나에게 복이 왔더라,
      이러 이러한 기도를 했더니 나에게 이런 이익이 돌아오더라,
      그러니 무슨 무슨 신은 존재함이 분명하다.
      그러니, 너도 나의 신을 믿으라며

      무수한 “삐라”를 뿌려대는 이들의
      한 없이 나약한 믿음이 안타깝습니다.

    • mat 64.***.139.2

      >한 없이 나약한 믿음이 안타깝습니다.
      강한 믿음을 갖기에는 인간이 나약한 존재 아닌가요?

    • tracer 198.***.38.59

      1번 ontological argument의 우스운 점은 우리가 완벽하다고 정의하는 모든 것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즉, 우리의 정의에 따라 대상의 존재 여부가 결정지어진다는 것이죠. 완벽이라는 가치에 존재의 여부가 포함된다고 의문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 argument가 설득력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h ttp://en.wikipedia.org/wiki/Ontological_argument#Criticisms_and_objections

      우리의 언어는 우리(인간)의 외적/내적 경험을 묘사(describe)하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유한한 존재의 언어에 의해 무한한 존재가 정의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그 모순된 정의를 통해 그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는 코미디가 되겠죠.

      스스로의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든 발현(manifest)하지 않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존재입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일반적으로 그냥 없다고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deist들이 그러한 숨어있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말은 atheist들이 신이 없다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Question 24.***.193.182

      I do not think it is appropriate to rely on the scientific theories in order to claim your thought, whih is “the only way we can prove the existence of God is to abandon verifying the God’s existence”

      If you mention Plato or Newton in each category, it would make more sense although it is not still desirable. We do not know God creat us or We creat God. The only way we can do
      on this issue is to humbly admit that we only do not know.

    • tracer 198.***.38.59

      Question님/
      제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