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배신당한 사람들 (중앙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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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2월 29일 비핵화 합의를 발표한 뒤 미 국무부는 ‘윤달 합의(Leap Day Deal)’란 조어까지 사용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모처럼 호황을 누렸다. 상반기에 6자회담이 재개될 거라는 전망을 기대와 섞어 말하는 이들도 늘었다. 하지만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선언은 윤달 합의의 기쁨을 보름 만에 빼앗았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다시 동면을 걱정하고 있다.

     그 동면의 대열에서 두 사람의 선한 얼굴이 유난히 눈에 밟혔다.

     2·29 합의의 미측 협상 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그중 한 명이다. 2월 베이징으로 북한과 협상하러 떠나기 전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티타임을 가진 그는 쾌활했다. 눈가에 늘 웃음을 달고 있어 한눈에 봐도 낙관론자였다. 한국·일본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 ‘저 말은 안 해도 될 텐데’라고 걱정할 만큼 대답도 시원시원했다. 북한을 믿느냐고 묻자 그는 “협상하러 가는 사람이 상대방을 믿지 않으면 되겠느냐”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2월 23일과 24일 협상을 마친 뒤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나눈 대화에도 데이비스는 낙관을 담았다. “이틀간 북측과 논의하면서 발견한 건 차이점보다 연속성, 유사성이다. 북한에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얼마 안 됐는데도 북한 새 지도부가 대화의 장에 나오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그랬던 데이비스는 지금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미 정부와 의회에선 “순진한 데이비스가 북한에 당했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대사의 사정은 더 기구하다. 큰 눈이 인상적인 허버드는 한국 기자를 만나면 “서울이 그립다”고 말할 만큼 지한파(知韓派)다. 하지만 그도 광명성 3호의 희생양이다. 2·29 합의 직후 워싱턴 포스트는 비판 사설을 실었다.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보장도 없이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하기로 한 점을 들어 ‘과거와 똑같은 말을 다시 사려는 거냐’고 꼬집었다. 허버드는 워싱턴 포스트가 비판 사설을 실은 다음날 오피니언 면에 ‘용감하게’ 반박하는 글을 기고했다. 협상 없이 북한 핵 문제를 풀 재간이 있느냐, 이번 합의는 얻은 게 많다는 게 요지였다. 불운하게도 허버드의 글이 게재된 그날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발표했다. 허버드 역시 지금 두문불출하고 있다.

     북한의 광명성 3호는 이렇게 워싱턴의 협상론자들을 무대에서 쫓아내 버렸다. 북한 지도부는 핵을 매개로 한 미국과의 흥정에서 주도권을 잡았다고 계산할지 모른다. 그러나 신뢰를 배신당한 데이비스와 허버드의 낭패감은 북한이 두고두고 치러야 할 비용이다. 이제 워싱턴에서 북한과 협상하자는 주장을 펴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너무 순진했다.

    동네에서 흔히 보는 순진한 백인할아버지들이 오버랩된다.

     

    북한군부가, 중국이, /썬데이/ /에로니까/같은 남한내 종북좌파들이 얼마나 집요하고, 교활하며, 악랄한 동물들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좋게 얘기하면 유익한 learning curv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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