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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외로워서 그런가 고등학교 다닐때 무지하게 짝사랑 했던 음악선생님 생각이 자주 나네요.
고등학교 오리엔테이션때 한눈에 반해서 3년 내내 한번도 빠지지 않고 선생님 책상에 꽃과 편지를 남겨 두었드랬죠. 이걸로 전교에서 쫌 유명했습니다;; 여고인데다 선생님 인기도 많았는데 제가 하두 유별을 떨어서 선배들도 엄청 째리고;; 미움을 받았죠. 선생님 앞에선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반장인데도 선생님 수업시간에 차렷 경례를 맨날 고개 숙이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선생님도 맨날 놀리시고.. 선생님이 저 졸업할때 주신 디올 빨간 립스틱을 미국 올 때도 고이 가지고 왔고 선생님이 써주신 편지랑 사진을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대학 들어가고 몇번 찾아뵙긴 했지만, 저도 진짜 남자친구가 생기고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횟수가 점점 줄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지만, 남자친구랑 다투고 해서 마음이 속상할 땐 정작 선생님 생각이 나드라구요.
그냥 지나가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이미 순수함을 잃은지 오래구나. 그런 생각.. 내 또래의 남자 친구를 만나 사랑하네 죽네 사네 해도 결국은 등돌리고 돌아서니 왠수보다 더 밉고.. 그땐 야자때 몰래 노천극장에 앉아서 친구들하고 선생님 얘기하고 선생님이 조금이라도 관심보여 주면 얼굴도 벌게 져서 수줍어하던 나였는데.. 이젠 아줌마아닌 아줌마같이 되어서 남자가 뭐가 필요해 노후자금이나 착착 저금하며 살자. 늙어서 등긁어줄 남편이 없으면 장판에 돈이라고 깔아놔야지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고;;
순수했던 그 때는 이미 오래전 기억이고, 인생이 그냥 그렇게 살아지네요.
밥 먹고, 돈 벌고, 나이 먹고.. 그냥 그렇게 살아집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짝사랑했던 그 마음이 지금은 너무 그립네요. 사춘기에 미숙하고 바보같았지만 정말 순수하게 누군가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그랬던 마음떨림이 그립네요.나는 언제까지나 선생님 앞에서 부끄러운 소녀같은 느낌일거 같은데..살짝 두렵네요. 선생님과 만나게 되면 서로 어떤 모습일까.
이제는 긴 생머리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거 같아, 나잇값 좀 하려고 머리도 짧게 자르려고 생각중이랍니다.
사는게 뭔지.. 매일 그냥 저냥 시간이 가고 가장 나같은 나는 오래 전에 죽은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쓸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