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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런 부모회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말로는 뭐든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힘든데 정말 좋은 일을 위해 이런 단체를 설립하셨네요. 그냥 제자신이 부끄럽네요. 이런 분들이 있는 반면 이것을 민족주의적 분노라고 기사를 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송호근씨 글도 실어드립니다. 서울대에 이런 분이 있으시니 한국이 친일파가 잘먹고 잘사는 나라에서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움직이고 있어요” ‘요코의 진실’ 추적하는 부모회
의사.변호사 주축, 바른 아시아사 교육 목표
연합뉴스
입력 : 2007.02.15 09:39역사왜곡 논란을 야기한 ‘요코이야기(So Far From the Bamboo Grove)’ 사건이 미국 내 법률분쟁으로 비화됨에 따라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하고 소송으로까지 이끈 ‘바른 아시아역사 교육을 위한 부모회(Parents For an Accurate Asian History Education)’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모임의 창설멤버는 보스턴 근교 도버 셔본 중학교 학부모인 실라장(이윤경), 아그네스안씨 부부와 뉴욕 라이컨트리데이스쿨 학부모 수산나박(박영순), 애나박(박영민)씨 부부 등 모두 8명.
같은 학교 학부모인 장, 안씨 부부는 지난해 8월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요코이야기’를 배우고 와 한국 사람들이 왜 착한 일본인들을 괴롭혔느냐고 묻더라”는 이야기를 나눈게 요코의 진실 추적에 나선 계기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에서는 수산나박씨의 딸 허보은양이 2주간 ‘요코이야기’ 수업을 거부한 끝에 학교측이 교재사용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까지 일면식도 없었던 보스턴팀(장.안씨)과 뉴욕팀(박씨)은 ’요코이야기’ 해결책 지원에 나선 보스턴 총영사관 한민영 영사의 소개로 알게 됐으며 10월 이후 이들은 ’요코이야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아줌마클럽’으로 발전했다. 수산나씨와 뉴욕 근교의 한 동네에 살다 3년 예정으로 귀국해 서울에 살고 있는 동생 애나박씨도 이 클럽의 핵심 회원이다.
실라장, 아그네스안, 수산나박, 애나박, 한영사로 구성된 ‘5인 아줌마클럽’ 회원들은 이후 “미친듯이” ‘요코이야기’에 매달려 문제점을 분석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이 밤을 맞으면 서울에 있는 애나박씨가 조사를 계속하는 ‘24시간 체제’를 구축했다. 준회원인 남편들도 밤낮없는 추적을 도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최고의 731부대 전문가인 대니얼 배런블래트씨(PAAHE 자문위원)가 이들의 조사에 가담하고, 한국의 김창권 731부대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과도 연결되면서 조사는 활기를 더해갔다.
“세계가 움직이고 있어요. 그것도 24시간 체제지요”
한 회원의 말대로 ‘요코이야기’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이들의 추적은 세계를 무대로 집요하고 끈질기에 펼쳐져왔다.
호주의 세계적인 대나무 전문가와 연락해 나남에 대나무가 살 수 없다는 상식을 확인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 동문을 통해 1920년대 요코씨 부친이 유학한 적이 없음을 밝히는 식이다.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요코씨 부친은 외교관이 아니었다는 통보를 받고, 비밀 해제된 미군 기록을 통해 1945년 7-8월 나남에 미군기 공습이 없었음도 알아냈다.
워싱턴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731부대 하바로프스크 전범 재판 기록을 입수했고, 이 부대 창설자인 이시이 시로의 딸이 요코와 비슷한 시기에 기차로 한국을 빠져나갔다는 재팬타임스 기록도 받았다.
요코씨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교통장관이 당시 미군기가 날아가는 걸 봤다는 기사가 있다”는 말을 한지 채 하루도 안돼 그 일본 신문 기사가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 번역돼 회원들에게 전파될 정도로 추적은 신속하다.
미국 로펌을 통한 소송 문제가 논의되면서는 서울-뉴욕-보스턴을 연결하는 전화컨퍼런스도 열리고 있다.
이런 맹렬한 추적이 벌어지는 사이 요코이야기는 국내외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랐고, 아줌마클럽은 ‘바른 아시아역사교육 부모회’로 발전했다. 앞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해 회원을 늘리고 기금을 조성, 이 조직을 더욱 키워나간다는게 이들의 계획이다.
이 모임 회원들이 미국에서도 성공한 의사나 변호사 같은 엘리트들이라는 것은 흥미롭다.
아그네스안씨는 산부인과 의사이고, 수산나 박씨의 남편 마이클 허씨는 소아과 의사, 애나박씨 부부는 모두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다. 장호민씨는 경제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자문위원인 대니얼씨는 하버드대 출신 박사이다.
이들의 목표는 우선 ‘요코이야기’의 진실을 밝혀내, 이 책을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도록 하는것. 이 사건을 소송으로 끌고간 것도 “우리 아이들이 거짓을 배우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이들이 가장 속상해하는 부분은 자신들을 마치 편협한 민족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폄하하는 시각이다.
“우리는 아예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미국에 이민한지 수십년된 미국 국적자들입니다. 학국 역사에 대해 어렴풋이 알지만,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 같은 것은 없습니다. 요코가 일본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하고 그걸 아이들에게 가르치는건 잘못됐기 때문에 바로잡으려는 것 뿐이지요”
미국에서 태어나 아예 한국말을 못하는 아그네스 안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민 2세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벌써 이민 3세인데, 한국이라고는 본 적도 없는 그 애들이 왜 단지 한국계라는 이유만으로 ‘너희 선조들이 남을 괴롭혔느냐’는 놀림을 받아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이들의 목표도 단순히 요코이야기 책 한권을 겨냥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왜곡되거나 지나치게 소홀하게 다뤄져온 아시아 각국의 역사가 올바르게 교육될 수 있도록 점진적인 운동을 펼쳐나간다는 게 보다 큰 목표다.
“이제 시작이예요. 목표한걸 이루려면 10년도 더 걸릴걸요…”
‘요코이야기’로 시작된 우연한 만남은 작지만 옹골찬 뜻밖의 바른 역사교육운동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