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아빠, 행복한 아빠 (펌)

  • #98223
    글쓰기 159.***.7.254 2767

    몇 년 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보다 보면 무의식중에 생기는 등식이 하나 있다. 부자 아빠는 좋은 아빠·자랑스런 아빠이고, 가난한 아빠는 실패한 아빠·부끄러운 아빠라는 등식이다.
    돈과 부자를 최상의 가치로 올려놓다 보니 평생 가난의 언저리를 맴도는 월급쟁이 아빠들은 무능하고 가련한 존재로 은연중에 책은 그리고 있다. 직업이 무엇이든 그 일이 주는 재미에 만족하며 적은 봉급으로 알뜰살뜰 살아가는 소박한 삶은, 최소한 이 책에서는 설자리가 없다.
    아빠는 꼭 부자가 되어야 좋은 아빠일까. 현실을 보면 사실은 그 반대가 더 맞을 것 같다. 부자 아빠가 좋은 아빠가 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아빠란 좋은 자동차나 좋은 집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좋은 시간이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서 성공한 인사로 꼽히는 한 경영인이 언젠가 이런 지적을 했다.
    “세상은 공평합니다. 주위의 돈 많은 남성들을 보면 대개 가정이 행복하지가 못해요. 출장도 많고, 여기 저기서 오라는 데도 많아서 가족들과 같이 보낼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요. 돈 없는 남성들은 대신 시간이 많아요. 오라는 데도 갈 데도 별로 없으니까요. 자연히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가족간의 사랑이 돈독해지지요”
    “이렇게 일만 하다보면 가정을 잃어버리겠다”싶어서 부랴부랴 장관 자리를 내놓았던 인물이 있었다. 90년대 중반 클린턴 행정부의 로버트 라이시 노동부 장관이었다. 클린턴과 오랜 친구사이였던 그는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경제정책 인수팀을 이끄는 것을 시작으로 새 행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열적으로 일을 했다.
    당시 그는 일하는 맛에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무실에 나갈 생각뿐이었고 저녁이 되면 마지못해 몸은 퇴근해도 마음은 여전히 일에 가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런 그가 ‘평생 살면서 맡은 최고의 일’이었던 장관직을 어느 날 갑자기 사임해버렸다. 이유는 “내 삶에서 일 이외의 나머지 부분은 모두 말라비틀어진 건포도처럼 시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이들 깨기 전에 출근해서 아이들 잠든 후에 퇴근하는 생활에 젖어 있던 그가 어느 이른 아침 출근을 할 때였다.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는데 잠도 덜 깬 막내가 그에게 퇴근하면 자기를 깨워달라고 졸랐다. 너무 늦을 것 같으니 다음 날 보자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는 “단지 아빠가 집에 있는지 없는 지 알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혹시 그 순간 “성공을 잡을 것인가, 아들을 잡을 것인가”가 그의 머리를 스치지 않았을까. 그는 그때 사임을 결심했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남성은 일에 시간과 정열을 쏟아 부어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보람있는 인생으로 여겨졌다. 바로 ‘성공한 아빠’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 성공이 종종 가족의 사랑을 대가로 치르게 만든다. 돈은 많지만 외로운 아빠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다.
    반면 돈이나 지위보다는 ‘아빠’를 선택하는 남성들이 요즘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과 포근한 사랑에서 기쁨을 느끼고 의미를 찾는 가정적인 남성들이다. 항상 자녀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사랑을 듬뿍 받는 아빠, 그래서 ‘행복한 아빠’이다.
    일하는 엄마들의 오랜 고민이었던 ‘일과 가정의 균형’ 문제가 남성들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일이냐, 가정이냐 -사회적 성공이냐 좋은 아빠냐의 갈등이다.
    남성들이 자각을 하기 시작한 덕분이라고 본다. 출세보다는 가족의 사랑이 중요하고, 돈 버는 것은 나중에도 가능하지만 아이들은 훌쩍 커버리면 다시 기회가 없다는 자각이다. 그래서 아예 직장 일을 중단하고 아이들 키우기로 들어서는 ‘전업아빠’ 인구가 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전업 아빠는 10만명 정도이지만, 미성년 자녀를 둔 풀타임 남성들 중 배우자의 수입만 충분하다면 전업아빠를 고려해보겠다는 남성이 49%라는 통계가 있다.
    돈 못 벌어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가난한 아빠들이 당당해졌으면 한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투자이다. 부자 아빠들은 이제 ‘행복한 아빠’가 되는 데도 투자를 좀 해야 하겠다.

    • 구 메인프레임가이 192.***.142.225

      우리 큰 녀석이 언젠가 “아빠 오늘도 집에 와서 일 할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 vs. “오늘도”

      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었는데 – 아마 우리 동네 수준에서는 제가 최고아빠라고 생각했습니다 – 어느덧 이런 질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 곧 내가 놀아달라해도 안 놀아줄 나이가 될 텐데요… 아직도 나와 놀 시간을 기-다-려-주-는 우리 딸애가 고마왔습니다.

      좀 더놀아주어야 겠습니다. 오늘부터라도 … 당장 … 계획세울것없이 … 생각났을때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 제일 좋은 아빠의 명예를 회복해야 겠습니다.

      어제 Father’s day를 맞이해서 우리애가 만들어온 종이 목걸이에 써진 “NO. 1 Dad”에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