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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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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은 또다시 일자리를 얻었다 이번에는 우유배달이었고
역시나 벼룩시장을 통해서였다 하루 3시간만 일하고 굶어죽지 않고
나머지 21시간은 내 것이다 – 가 신문 배달 때와 하나 다름없는
놈의 자랑이었다
그리고 나는 퇴직금을 까먹으며 그냥 놀기로 했다 4년 내내
미친노ㅁ처럼 일을 했고 그 퇴직금으로 밥을 먹지만 하루 24시간이
내 것이다 – 가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나의 자랑이었다빙하기가 왔다는 그 말도 실은 모두가 거짓이었다
실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 죽은 것은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 줄 알았던
과거의 나 뿐이다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 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야구
아 아 삼미그저 달리기만 하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 지를 희미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지구상의 어떤 양서류보다도 돈 욕심이 없어진 나는 – 늘
조금이라도 더 나의 시간 나의 삶을 확보할 수 있는 직장을 찾고
또 찾았다 결국 나는 작은 종합병원의 후생관리 직원이 되었다
균등하고 변함없는 하루 6시간의 업무 그리고 그 6시간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나의 시간이다 인생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가진 게 간단하면 인생은 간단해진다
1할 2푼 5리의 승율로 나는 살아왔다
아닌 게 아니라 삼미슈퍼스타즈의 야구라고도 나는 말할 수 있다
함정에 빠져 비교만 않는다면 꽤나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뭐 어때 늘 언제나 맴맴맴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 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Poor Man’s Moody Blues – Barclay James Harv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