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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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한 능구렁이 170.***.131.190 4857

    오늘은 회사에서 나오는데, 왜 이런 느낌이 날까요?

    18번 홀에서 티샷하면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 느낌? 아, 오늘 게임도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내 인생도 골프처럼 첫홀에서의 시작의 설레임은 어느새 잊혀져 버리고, 영원히 돌아갈 클럽하우스쪽에 더 가까와지는구나 하는 느낌 말입니다.

    팽팽하던 football 게임의 마지막 쿼터 two minute warning sign때에 이미 축이 기울어진 게임에 여기 저기 비어버린 관중석을 보는 느낌..그 많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

    Board meeting 분석 자료를 준비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director 사이로, 왼쪽 동료는 과테말라로, 오른쪽 동료는 하와이로 휴가간다고 붙여진 메모판을 보면서, 누가 더 충만한 삶을 사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는 것. 능력있다고 인정받고, 직업적 만족감을 누리는 것? 많은 보너스를 받아서 1년마다 자기가 그동안 원하는 차로 바꿔보는 것? PTO 모여질때 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녀갔음’하는 깃발을 꽂는 것? 이도 저도 아님, 언제나, 가족들이 필요한 무엇을 공급해주기 위해서 주머니 속 깊이 숨겨둔 얼마 안되는 돈을 세보며 고민하는 가장의 삶?    

    5시 traffic을 beat하려고 길거리에는 벌써 많은 차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조그만한 공간이 있을때마다 차머리를 들이미는 건조한 얼굴들이 도로에 가득합니다. 저들은 어디로 저렇게 간절히 가고 싶어하는 걸까요?

    사람 사는 것, 참 설레일 것도, 만족할 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5시 traffic때 어디론가 달려가던 그 사람들이 또 내일 아침 9시면 이 도로를 꽉 메우겠죠? 시간이 흐르고 내 주위에 사람들이 한산해지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 내 삶의 많은 시간들을 나는 무엇을 채우려 애쓰며 보냈었는지 더 고민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같이 밥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오금이 저리면서 마치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야되는데 지체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계절 탓인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게 무슨 정신병의 기초 단계에 들어서는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 1234 99.***.121.77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같이 밥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오금이 저리면서…”

      인간의 힘으로 할수 있는 최선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까지입니다.
      그 다음단계에서 “…면서도”라는 생각이 들때면, 얼른 그 생각을 떨쳐버리는 노력을 하는것. 그것이 최선입니다. 고독이나 계절탓이거나 이런 감상적인도 즐기려 하지 마세요. 즐기려 하지 않아도 언젠가 내 힘으로 막아낼수 없게 파고 들어올때가 있을겁니다. 고독만 파고 드는게 아니라, 외로움과 어두움이 파고드는것을 내힘으로 막을수 없을때, 그걸 깨달을때, 새로운 차원에서 삶을 보게 됩니다.
      정신분열증이나 자살이나 살인이나 다, 그런 어두움에, 영혼이 자리를 어쩔수 없이 내주게 될때 생기는 현상인것 같아요. 그때 할수 있는 최선은, 자신을 완전히 항복하여 내어놓는 것입니다; 둘중 하나를 선택해서… 어둠 아니면 빛. 다 빛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은 세상 것을 취하고자 어둠에 영혼을 팔기도 합니다. 빛의 권세도 아주 크지만, 어두움도 세상 권세에는 아주 큽니다.

    • 꿀꿀 98.***.67.30

      전 아직 젊지만,,그래도 아직까진 특별히 복잡한 생각없이 그냥 저냥 살아지네요,,
      몸은 힘들지만,,(직장보다는 애들 때문에,,) 큰 욕심없이 그냥 저한테 주어진 그릇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떤 힘든일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조금만 여유를 찾으시길 바래봅니다,,

    • 어흠 209.***.62.146

      사실 삶의 구석구석 신경쓰기 시작하면 걱정할 것 투성이. 그러다가도 확 돌아서 보면 다 별 의미없는 것 같기도 하고. 뭐하러 그렇게 아웅다웅 사는지. 어떤 기계의 부속품 처럼 말이죠.

      나 자신의 의미를 찾는데에는 별로 시간과 생각을 투자하지 않고, 그냥 잡기 쉬운 물질적 쾌락으로 대충 덧칠을 하고 넘어갑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머리만 아프고 답은 없고. 그러니 그냥 의미가 있건 없건 뭔지도 모를 것을 향해 (성공?) 그냥 뛰는거죠. 돌아보면 의미없는 것들에 심각하게 의미가 있는듯이 pretend하고.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그 의미를 알고 있다는 듯 보여야 mature한 “어른”인 것이고. 그 모습을 계속 흉내내며 살아갑니다.

      일상을 떠나서 좀 조용한 곳에서 지내보세요. 일단 채우기를 중지하고 비워야 생각이 좀 될 것입니다. 종교도 결국 좋을 수 있겠지만, 정신없이 이것 저것 차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면 또 뭔가 번잡한 것으로 가득 차는 일만 생깁니다. 바빠서 생각 못하고 의미 못찾고 넘어가기 아주 쉽습니다. 먼저 좀 비우시고, 잘 쉬시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세요. 가족 업무로서의 휴가가 아니라, 진정한 휴식을 위한 시간 말이죠. 엄청나게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닐겁니다.

      현대인은 그 여유를 갖지 못해서 뭔가 쫓기듯 계속 뛰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멈추고 돌아보시기라도 했으니 다행입니다. 대부분은 잠시 흘깃하고 계속 어디론가 뛰어가죠.

    • 오늘 76.***.12.77

      남자들은 대충 몇살이되면 저런생각들을 자주 가슴시리게 하게되나요??
      정녕 궁금합니다.
      훠이~애들은 가라!!

    • 향기 173.***.187.201

      마음의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시는 분이신것 같습니다.
      일상의 일을 시나 수필로 써 보시는 것은 어떠실런지요? 무언가 삶을 위한 일만 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그런 공허한 마음을 조금은 위로 받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