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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사에서 나오는데, 왜 이런 느낌이 날까요?
18번 홀에서 티샷하면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 느낌? 아, 오늘 게임도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내 인생도 골프처럼 첫홀에서의 시작의 설레임은 어느새 잊혀져 버리고, 영원히 돌아갈 클럽하우스쪽에 더 가까와지는구나 하는 느낌 말입니다.
팽팽하던 football 게임의 마지막 쿼터 two minute warning sign때에 이미 축이 기울어진 게임에 여기 저기 비어버린 관중석을 보는 느낌..그 많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
Board meeting 분석 자료를 준비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director 사이로, 왼쪽 동료는 과테말라로, 오른쪽 동료는 하와이로 휴가간다고 붙여진 메모판을 보면서, 누가 더 충만한 삶을 사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는 것. 능력있다고 인정받고, 직업적 만족감을 누리는 것? 많은 보너스를 받아서 1년마다 자기가 그동안 원하는 차로 바꿔보는 것? PTO 모여질때 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녀갔음’하는 깃발을 꽂는 것? 이도 저도 아님, 언제나, 가족들이 필요한 무엇을 공급해주기 위해서 주머니 속 깊이 숨겨둔 얼마 안되는 돈을 세보며 고민하는 가장의 삶?
5시 traffic을 beat하려고 길거리에는 벌써 많은 차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조그만한 공간이 있을때마다 차머리를 들이미는 건조한 얼굴들이 도로에 가득합니다. 저들은 어디로 저렇게 간절히 가고 싶어하는 걸까요?
사람 사는 것, 참 설레일 것도, 만족할 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5시 traffic때 어디론가 달려가던 그 사람들이 또 내일 아침 9시면 이 도로를 꽉 메우겠죠? 시간이 흐르고 내 주위에 사람들이 한산해지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 내 삶의 많은 시간들을 나는 무엇을 채우려 애쓰며 보냈었는지 더 고민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같이 밥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오금이 저리면서 마치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야되는데 지체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계절 탓인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게 무슨 정신병의 기초 단계에 들어서는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