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

  • #83588
    done that 74.***.206.69 5247

    아래의 포스팅을 보면서 갑자기 20대 초반의 내가 생각나더군요.

    대학에 다닐 적에 종종 생각했던 게, 26살이후이면 내인생이란 건 없다고 믿었읍니다. ‘한국에서 결혼하면 직장도 그만 두어야 하고 아이와 남편을 뒷바라지하다보면 나라는 게 없어지겠구나’라는 생각에서였는 지, 그리 생각을 하곤 했읍니다.

    그런 내가 오십을 쳐다 보게되니, 내 인생의 반을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새로운 것, 하고 싶은 것을 종종 시작해 보곤 합니다. 그런 게 중년의 발악인가 생각들 때도 있고, 이제는 철이 들어서 인생을 정리해 보는 건 어떤가도 생각하지만, 난 아직도 젊다고 느끼고 싶네요. 그리고 그렇게 사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더군요.

    갈라파고스섬에서 에쿠아도르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옆사람과 얘기를 시작하였읍니다. 약간은 비만에 속하는 할머니이기에 그냥 구경만 했겠지하였읍니다. 그래서 스노클링한 경험은 빼고 동물구경만 얘기를 하였읍니다. 그런데 그분이 먼저 잠수얘기를 꺼내더군요. 그러면서 들은 얘기입니다.

    평생 다이빙을 배우고 싶었다. 애 셋을 키우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여유가 없더라. 그런데 오십초반에 아이들도 독립을 시작하고, 살 수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게 느껴지고, 내인생인데 나를 희생시킬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서 오십한살에 다이빙을 시작했다. 그런 지가 11년이 되었는 데, 내년까지 여행계획이 다 세워져 있다. 요번에도 갈라파고스에서는 일주일동안 다이빙을 하고 쿠스코를 가서는 하이킹을 할 것이다.

    육십두살의 젊은 아줌마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이는 어린 내가 늙은 게으름에 안주하고 있다고 후회하였읍니다.

    • 산들 74.***.171.216

      하긴…KFC 할아버지도 나이들어 세계적인 닭집(^^)으로 성공하셨다는 일화도 있고..(맞나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젋은 세대보다 훨씬 활동적이고 활발하게 사시는 분들도 계시니, 정말 나이라는 것은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자꾸 제 자신에게 주입식교육중입니다.

    • done that 74.***.206.69

      산들님의 주말은 어떤신 지요? 아이도 다쳐서 마음고생을 하셨을 텐데, 주말을 재미있게 보내세요.
      그래도 아이가 커가는 걸 보는 건, PRICELESS!!!!!
      친구들 사이에서는 ‘결혼하면 애를 가져야 한다’고 부르짖는 대변인이 되었답니다.

    • 건들면 도망간다 71.***.218.39

      솔직히 여러분들이 중년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잘못 골라쓴 단어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요즈음의 40대면 한세대 전 우리부모님 세대에서는 20대랑 같은 의미입니다.
      환갑잔치가 사라진지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뭐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있고 얼마든지 꿈꿀 수 있는 시간입니다.
      실제 20대 보다 더 리스크없이 계획 세울 수 있고(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도전할 수있는 나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른질문—
      father’s day를 맞이하여 글을 좀 써봤더니
      자꾸 정상적인 글이 아님하면서 없어지네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인지 (일하는 틈틈이 조금씩).원인이 뭘까요.

    • 올림피아 71.***.114.80

      저번 직장에도 그랬구, 이번에도 변함없이 제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나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 물어본 적은 몇번 없으므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에게 “너는 아직 젊어서 너무 의욕적이다”라는 이야기를 곧잘 듣곤 합니다. 거기다가 동양인은 나이가 안들어보인다며 아직 베이비라고 놀리는 친한 동료도 있습니다. (전 3학년 9반 -.-).

      한국에선 거의 매주 혜화동 소극장을 갔었던 것 같습니다. 한번은 콘서트장이였는데, 저와 제 친구가 가장 어린 관객이더군요.. 새삼.. 와.. 나는 아직 어리구나 하고 느꼈었지요… 제가 김광석씨 다음으로 좋아하는 양희은씨의 콘서트였습니다. 그리고..

      내나이 마흔살에는 – 양희은 –

      봄이 지나도 다시 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 난 바랬지 어린날엔

      나이 열아홉 그 봄에
      세상은 내게 두려움
      흔들리때면 손잡아줄 그 누군가 있었으면

      서른이 되고 싶었지
      정말 날개 달고 날고싶어
      이 힘겨운 하루 하루를 어떻게 이겨나갈까
      무섭기만 했었지

      가을 지나면 어느새
      겨울 지나고 다시 가을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
      내나이 마흔살에는

      다시 서른이 된다면 정말 날개 달고 날고싶어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수가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네

      우린 언제나 모든걸 떠난 뒤에야 아는걸까
      세월의 강위로 띄워보낸

      내 슬픈 사랑의 내작은 종이배하나

    • 올림피아 71.***.114.80

      건/도님.. 그래서 저는 장문의 글을 올리게될때에는 우선 노트패트나 워드에 작성한다음에 한번에 카피해서 올립니다. 몇번 글을 날려보니, 이게 속 편하더군요.. 예전엔 댓글에 http넣엇다가 안달려서 고생한 적이 생각납니다.

    • 커플스입문 67.***.137.153

      건/도님 정확한 전문용어로는 잘 모르겠지만 로그 인 후 running time over같은 인사이드 락이 있나봅니다. 저도 첫 글 날릴 뻔하다가 새창 열고 카피/페이스트 했네요. 예전 직장에서 쓰던 훈민정음이 윈도우시스템이랑 안 맞아서 시쳇말로 뻑이 자주 났거든요. 그 때 생활화된게 Save, 노트패드 열어쓰기 뭐 그런거 였어요. 뻑 얘기 하니까,, 저 남편이랑 훈민정음 뻑나서 처음 만났거든요. 그 파일은 살리지 못했지만 그 인연으로 같이 살고 있지요.

    • 커플스입문 67.***.137.153

      오늘이 입문날이라 저 참 말 많죠..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일주일 간 한마디 안하고 살 때도 있어요, 하루 목표가 낯선사람에게 말걸기 일 때도 있는 사람입죠..)

      친정엄마께서 올해 일흔이세요. 10년 넘게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다가 만 65세 되는 해에 양쪽 무릎 리플레이스먼트 수술을 하시고 새로운 인생을 사시고 계십니다. 그 때 그 수술 받으시고 2-3년 후에 하시는 말씀이 65세 다르고 66세다르더라 하십니다. 40대는 30대의 젊음을 그리워하지만 66세 때는 65세 때 그 큰 수술을 이겨낼 수 있었던 약간의 젊음마져도 그리워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저 아직 3학년 5반입니다만, 서른이 되면서 느꼈던 그 묘한 좌절과 잠시의 방황이 스스로 만들어 가둬버린 일종의 자기연민이었다는 자평을 해봅니다. 내 나이 마흔 살은 어떻게 맞이할까. 이제 슬슬 숙제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 done that 66.***.161.110

      건들면 도망간다님의 의견에 만표입니다.
      그런데 원래 코디네이션이 없다보니, 몸으로 하는 활동은 진도가 나가지 않아요. 음악레슨을 하나 들을 지가 3년반인데 기본(책1권)에서만 놀아서 포기하고 나니까 조금 우울해지더군요. 그래서 몸을 안쓰는 활동을 하나 찾을려고 합니다.

    • eb3 nsc 76.***.2.159

      저의 엄마가 올해 78세 이신데, 오히려 한국에서 살때 일을 안하시고, 노인정에 다니시며 10원짜리 화투 치다가 동네 할머니한테 못한다고 욕먹고 하실때 보다… 지금 여기 오셔서 바쁘게 움직여서, 오히려 60대의 몸보다 더 건강해지심을 알수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하다 보면,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걸 느낄수있습니다… 저도 이제 40대 들어 갔습니다..

    • mat 64.***.139.2

      커플스입문 / 버그가 때로는 인연을 만들어 주는군요.
      제가 오늘 만들어 낸 버그가 누군가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름 위안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