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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단체가 미국 캘리포니아 젖소 한 마리에서 발생한 광우병을 촛불시위의 불쏘시개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4년 전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들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4주기인 오는 5월 2일 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여기다 인터넷에선 “미국 사람들은 광우병 소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38%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인종은 그 확률이 95%”라는 식의 근거 없는 괴담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4년 전 촛불시위를 재현해 보려는 불순한 동기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음험한 의도가 엿보인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당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과 청와대 일각에서도 검역 중단을 통해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칫 여론 악화로 4년 전 악몽 같았던 촛불시위가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이번 미국에서의 광우병 발병은 결코 촛불시위의 빌미가 될 수 없을뿐더러 이를 촛불시위의 촉매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확인되지도 않은 마당에 근거 없는 괴담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촛불시위를 부추기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사실 이번 미국의 광우병 발병이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와 연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캐나다, 멕시코, 홍콩 등은 수입제한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종전처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정상적으로 소비하고 있고, 국민이 아무런 반발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만 유독 위험하다며 법석을 떨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4년 전 촛불시위를 겪으면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정부의 어설픈 대응도 시민단체의 공세와 국민의 불안감 조성에 한몫했다. 검역 중단을 놓고 잇따른 말 바꾸기와 정제되지 않은 발표로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부 선동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일반 국민이 차분하게 정부의 대응조치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4년 전 무작정 반대와 근거 없는 괴담이 오히려 혼란과 분열이라는 국가적 손실을 끼쳤다는 사실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발단은 MBC PD수첩이었다. 2008년 4월 29일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에서 충격적 동영상 등으로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일부 인사들이 이를 증폭시켜 장기 시위가 벌어지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됐다. 20011년 9월 대법원은 관련 재판에서 제작진의 형사상 명예훼손 혐의에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MBC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잘못된 보도와 일부의 선동이 나라를 큰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정부도 이제는 촛불시위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광우병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거두기 바란다. 국민도 이제는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 건강과 국익을 위하는 일인지쯤은 안다.
(중앙일보,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4/28/7655500.html?cloc=olink|article|default)
광우병 괴담으로 국민 불안감 조성하는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하고, 이를 또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 또한 처벌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4년전 악몽이 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확인되지 않는 사실에 허둥지둥 휩쓸리지 말고 차분한 대응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