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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들을 읽고 수긍이 안가는 점이 있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어떤분이 말한것 처럼 빅4에서 일하는 장점중의 하나가 클라이언트 회사로 전직이 쉽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점은, 클라이언트 회사로 가긴 가는데, 가서 무슨 업무를 보느냐 하는 것이죠.
PwC에서 일하는 한 회계사가 다년간 IBM에 나가서 감사업무를 보다가 IBM으로 부터 잡 오퍼를 받았습니다. 이 회계사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자리를 오퍼 받았을까요? 하드웨어 엔지니어 자리를 오퍼 받았을까요?
또 Deloitte에서 일하는 다른 한 회계사는 다년간 메릴 린치를 상대로 감사업무를 보다가 메릴 린치로 부터 잡 오퍼를 받았습니다. 이 친구가 하버드, 와튼스쿨, 스탠포드 등에서 경영학 석사학위 받은 친구들과 함께 메릴 린치 고유 업무인 투자은행 관련 업무를 볼까요?
빅4에서 일반회사로 스카웃 되어가는 대부분의 회계사들은 회계사들의 고유 업무인 “회계”업무를 보게 됩니다. 어느 회사를 가던지 회계 부서가 있고, 회계 업무가 있습니다. 회계사들, 특히 빅4출신 회계사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 “회계”인데, 그거 시킬려고 뽑지 다른 일 시키려고 그사람들 뽑아가지 않습니다. 그 회사 고유 업무를 볼 사람들은 다른 방식, 다른 경로를 통해 채용을 합니다.
또한, 빅4에서 일반회사로 스카웃 되어가는 많은 회계사들이 회계법인에 있을때 보다 적은 연봉을 달게(?) 받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미국 친구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빅4에서 15만불 정도 받던 친구들이 포츈 500 기업 본사 회계팀 매니져급으로 나가면서 10-12만불 정도를 받더군요 (보너스 제외). 하지만 업무량이나 스트레스의 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만족을 하더군요.
저같은 경우는 빅4에서 3년 정도 오딧을 했고, 지금은 빅4에서 갈라져 나온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팅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컨설팅 서비스는 오딧 서비스 보다 비쌉니다. 따라서 클라이언트가 더 많은 금액을 지불을 하게 되고, 컨설턴트의 연봉도 상당히 쎕니다. 저는 빅 4 회계법인에 있을때 보다 여기서 훨씬 더 많이 받고 있습니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향후 진로에 있어서 회계법인 보다 훨씬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지요.
회계감사 나가서 마주치는 클라이언트들과 컨설팅 업무를 보러 나가서 마주치는 클라이언트도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회계감사 나가서 상대하는 매니져급 회계 실무자들이나 그 윗사람들은 오디터들 별로 달가와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선 달가와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일을 도와주러 온 사람들도 아닌것이, 매번 와서는 이거 내놔라 저거 내놔라 하면서 귀찮게 굴기 때문이죠. 큰 그림을 본다면 물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그들이 느끼기에는 그렇다 이얘기죠.
하지만 컨설팅 업무를 나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들이 정말 도움을 받고 있다는게 피부로 느껴지고 결과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감사 나갔을 때와는 다른 대접(?)을 받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빅4 회계법인 보다는 컨설팅쪽이 보수면이나 향후 진로면이나, 또는 업무량, 업무만족도 면에서 봤을때 좀 더 나은 대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