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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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ica 98.***.187.97 4411

    비 갠 아침

    김우태

    비 갠 아침
    어머니가 울타리에
    빨래를 넌다
    간 밤
    논물 보고 온 아버지의 흙바지며
    흰 고무신
    천둥 번개에도 꿈 잘 꾼
    손자녀석 오줌바지
    구멍난 양말들이
    햇살에 가지런히 널려간다
    쪼들리는 살림일수록
    빨랫감은 많아
    젖어 나뒹굴던 낱낱의 잡동사니
    가렵고 눅눅했던
    이불 속 꿈들이
    줄지어 널려가는 울타리에
    오이순도 넌출넌출 감겨 오른다
    빗물 빠진 마당가엔
    풀새들이 눈을 뜨고
    지붕 위 제비떼 날개 말리는
    비 갠 아침
    어머니가 빨래를 넌다
    꺽인 팔은 바로잡고
    꼬인 다리는 풀어주며
    해진 목덜미
    닳은 팔꿈치
    아무리고 다독이면서
    새옷보다 깨끗한 빨래를 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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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ckberry Blossom – Bill Fris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