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게시판에서..
이제 좀 잊을만 하면 나오는 그런 질문을
제가 또 반복하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셨던 분이 있으시면
의견을 구하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미국 온 지도 수년이 지났고..
이젠 미국이 고향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곳에 많은 친구들과 생활이 있지만..
그리고,
아직 미혼인 저로서는 차라리 홀가분한 마음으로
태평양을 건너올수 있었는데..몇주전..
컴퓨터를 낮설어 하시던 당신께서
초등학생이 처음 한글 배울때 처럼 철자도 많이 틀리시고..
어렵게 어렵게 한글자 한글자 쳐내려 가신
부모님의 이메일을 받고나서..
“보고 싶으시다고 .. 언제 다시 한국들어 오냐고 하시는..”
부모님의 이 메일을 받고나서..
그때부터 제 마음이 많이 흔들립니다.부모님이 환갑을 훨씬 넘기신 나이이시긴 하지만,
지병이 있으시거나, 지금 위독한 상황은 아닙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친구분들도 한두분씩 떠나가시고
아직 출가하지 못한 제가 이렇게 타지에 나와있는것이
많이 안쓰러우신 모양입니다.
(저는 괜찮다고 느끼는데 부모님들 생각이 다 그러신가 봅니다.)안정된 이곳생활.. 그리고 이제 준비중인 영주권..
물론 지금부터 어느정도의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이렇게 지내다 보면 나도 미국사회에 정착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부모님 곁으로 가서.. 못다한 효도를 해야하지 않을까..
여기가 정말 지금 내가 있어야 하는 자리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이렇게 쓰고보니, 제가 스스로 보아도
아주 효녀나 된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은 저는 효도와는 거리가 많이 먼 사람입니다.
한국에서도 직장이 있던 곳과
부모님 꼐시던 곳이 떨어져 있었는데
출장 스케쥴에 바빴었지, 그분들 뵈러 가는일에
몸이 더 분주했던 기억은 없습니다.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은 제가,
그리고 낮에 일터에 나가야 하기에
연고없는 이곳에 두분을 모셔오겠다는 그런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효인것 같아도, 진정으론 그게 더 불효같아서 입니다.다행히 한국으로 가게되면, 제가 일하던 직장에서
다시 일을 할수 있는 기회도 생겼는데제 생각을 바퀴를 돌리는 생각중에 하나는..
다시 미국을 오게될때, 지금의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할텐데
여기서 알게모르게 적응된 미국방식
그리고 여러가지 여건들과 사람들을 뒤로하고부모님 생각에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나서..
맞다, 가면 적응안되는 것 각오하고 가야지..
한국으로 잠시나마 (1~2년 혹은 더 길어질수도..) 돌아가는 내 목적이
더 나은 직장이나 나의 커리어라기 보다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덜 불효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건데..처음 생각은 그렇게 시작했지만
막상 한국에 다시 발을 들여놓고..
쫒기듯 직장생활을 해 나갈때..
분주한 지하철에 몸이 끼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갈때..
아무런 이유없이, 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볼때나
뉴스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정계에서 다툼이 있다는 소식을 접할때미국에선 그러지 않았는데..
내가 왜 다시 돌아왔을까..
그런 생각으로 가득하면 어쩌나…그러다가 점점 초심을 잃고,
다시 미국 건너오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후회>라는 단어만 머리에 남기게 되면 어쩌나..
그런 생각들로 생각이 분주합니다.뒤돌아 생각해보면,
경쟁사회인 한국에서 제가 배운거라면..
“기회는 다가올때 그 때를 놓치지 말고 잡으라!”는 것이라면상대적으로 시간이 좀더 더디게 진행되는 듯한 이곳 미국에서
나에게 스스로 해보는 질문이라면
“미국, 기회의 땅..하지만 무엇을 위한 기회인가?” 라는 것..그리고
<평범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이곳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런 이유로 지금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아마도.. 요즘말로 “쌩뚱” 맞다고 할지도 모르겟습니다.
어떤이는 아마도 요즘 날씨가 쓸쓸해지니
그런 생각이 든거라고도 말할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그냥 지나치는 생각은 아닌것 같습니다.
아니 지나치면 안될 것 같은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것이 진짜 <평범을 사랑하는 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자꾸 듭니다..p.s. 남자들은 솔루션을 찾기위해 질문하지만
여자들은 스스로의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질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라고 하는 말이 생각납니다.이런 문제야말로, 각자가 알아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냐고
말씀하실 분도 계실것 같지만….
글을 쓰다보니.. 나 스스로가 가졌던 혼돈과 질문이 무었이었는지
좀더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셨던 분이
계시다면 님의 생각을 같이 공유하고 싶습니다.2004년의 끝자락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