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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사진 한 장
김병호
늙은 사진사가 어둠을 감았지요
하나 두울, 셋
세상 가장 뜨겁고 환한 햇살이
한꺼번에 터졌지요성당의 먼 종소리를 타고 흐르던
연분홍 살구꽃잎이
꽃무늬 양산에 번지고
수줍게 웃던 어머니는, 햇살 속에
한없이 부풀어 올랐지요꽃의 시간을 모아 색을 만들고
뿌리의 시간으로 향을 만들듯
낡은 사진 한 장에 새로 피는 봄
어머니는 처녀적마냥 숨이 차오르는 것이지요
오래된 가지에 다시 오르는 꽃기운마냥햇살이 잔물결치는 뜨락에
연분홍 살구꽃잎 송이송이 날리면
그 꽃잎 타고 흐르는 노란 나비
너푼너푼 노닐다가 어느 햇살에 몸바꿔
내 어머니 되었지요봄 햇살 양수처럼 흐르고
다시 살구꽃잎 날리면, 나는
늙은 사진사가 감은 어둠으로 들어가
어머니에게 연애 한번 걸고 싶은 거지요
봄 햇살 속의 어머니를, 나는
그만 처녀로 놓아주고 싶은 것이지요==
어머니 – 이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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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이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