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정책 속에 흔들리는 취업 이민 2순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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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디장 96.***.234.107 4657
    이민법의 역사는 길고도 짧다.  즉 작은 변화가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영주권 수속을 몇개월 일찍 시작했느냐 후에 시작했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로 10여년을 보내고 나니 관운, 재물운 못지 않게 사람이 어느 나라에 정착해서 사는지도 하늘이 개입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각 이민 카테고리에는 매년 정해진 숫자의 이민 비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비자 할당량에 비해 신청자 수가 많지 않은 취업 이민 2순위는 신청자 수가 많은 3순위보다는 빠른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2순위는 1년 정도면 영주권이 나오고 3순위는 7년도 걸린다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어 있지만 이 두 비자 카테고리 사이에 큰 격차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05년에 몇년씩 걸리던 노동청의 노동허가 수속이 펌 도입과 함께 몇개월로 가속화 되자 이민 신청서가 대량 접수되었고 따라서 신청자 수가 많은 3순위의 대기 기간이 현저히 늘어났던 것이다. 

     

    순풍가도를 달려온 취업 이민 2순위에 적신호가 들어온것은 2011년말 국가별 쿼터를 제거하자는 법안 HR 3012가 하원에서 통과되면서 부터이다.

     

    이민 비자에는 여러 종류의 쿼터제가 존재한다.  각 순위별로, 그리고 국가별로 쿼터제가 있다.  국가별 쿼터제는 한해당 한 카테고리에서 7% 이상의 비자를 같은 국가 출신에게 배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취업 이민의 경우 자연히 가장 신청자 수가 많은 인도와 중국이 이 쿼터제의 영향을 받아 대기 기간이 다른 국민들보다 현저히 길다.

     

    HR 3012 는 인도 출신 신청자들을 동감하는 그룹들이 강하게 로비해서 이루어 졌다.  특별히 IT 업계에 많은 인도 출신 신청자들은 이 쿼터제 때문에 2순위라고 4-5년을 기다리고 3순위의 경우 10년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 이 쿼터제를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그룹에서 각계의, 특별히 실리콘 밸리의, 지도자 급이 된 이들이 이들의 처지를 공감하기 때문에 인도 그룹과 함께 굴지의 기업들이 국가별 쿼터제를 제거하자는 로비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었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와 이민자 커뮤니티는 이런 법안이 상정되는 과정을 지켜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사실 국가별 쿼터제의 근원은 인종차별이다.  유럽계 이민자가 줄고 유색인종 신청자수가 늘자 미국인의 다양성을 유지하자는 껍질아래 유색 인종 차별 정책을 도입했던 것이다. 이런 근원을 생각할 때 이 쿼터가 제거되어야 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필자가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이런 거대한 그룹들이 힘을 합쳐서 로비한 것이 고작 국가별 쿼터 제거라는 점이다.  미국 전체 사회에 더 필요한 것은 각 비자 카테고리의 비자 쿼터를 늘리는 것이다.  국가별 쿼터는 인도와 중국계 신청자들에게 적용되지만 각 비자 카테고리에 배당되어 있는 현실에 맞지 않게 작은 비자 쿼터는 모든 이민자들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로비 그룹이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얻어낼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국가별 쿼터만 이슈로 삼은 것인지 아니면 애초 특정 그룹의 이익만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법안을 로비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법안은 이후 상원에서 반이민 세력의 대표 주자인 그래즐리 상원의원의 보류로 투표가 진행되지 못한채 그대로 사장되는 듯 했다.  이 법안을 보류시킨 이후 그래즐리 의원은 L-1 주재원 비자와 H-1B 전문직 취업 비자에 사기가 많고 미국인의 실업률을 낮추는데 이런 비자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정과 감사를 더 까다롭게 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래즐리 의원의 현재 포커스는 높은 실업률 때문에 미국인이 갖고 있는 공포에 이민자를 표적으로 세우는 반이민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위 법안이 보류된 동안 취업 이민 2순위 비자 대기 기간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된다.  인도와 중국계의 2순위 우선일자가 갑자기 앞으로 당겨진 것이다.  그리고는 6월 11일 7월 비자 블루틴이 발표되면서 취업 2순위 케이스의 전체 대기 기간이 2009년으로 후퇴하는 비상 사태를 겪게 되었다. 

    비자 오피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민국에서 승인된 I-140 이민 청원서에 비해 I-485 접수량이 적다는 것을 이유로 인도와 중국의 우선일자를 앞당길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그룹의 우선 일자를 앞당기고 나니 지난 2월 I-485 접수량이 50% 늘었고 6월에는 남아 있는 비자 수를 충분히 채울만한 양의 신청서가 접수되었기 때문에 비자 cut-off 일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이민국의 통계 실수로 2012년 회계 연도의 마지막 세달 (7, 8, 9월) 동안 2순위 신청자는 영주권 신청서 (I-485) 를 접수할수도 없게 되었고, 접수되었다고 하더라도 영주권 승인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비자 대기 기간을 이대로 지속될 것인가? 

    새 회계연도가 매년 10월 시작할때 그 해에 해당하는 비자 수가 풀어진다.  따라서 기존 대기자 수에 따라 올 10월 부터 cut-off 일이 완전히 풀릴수도 있고 약간의 대기 기간이 지속될 수 있으나 2009년에 멈춰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자 오피스의Charlie Oppenheim 이 미국 이민 변호사 협회의 질문에 대답한 내용에 따르면 비자 오피스는 2012년 10월 새 회계 연도가 열리면 2순위에 대한 비자 대기기간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영사관 이민 비자 수속과 이민국 I-485 수속이 지연없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미 접수된 케이스들은 정상 수속 기간을 거쳐 결정이 날 것이고 미처 접수 못했던 케이스들은 접수와 수속이 가능해 진다. 확실한 비자 cut-off 일자는 9월 10일경 발표될 10월 비자 블루틴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위 예측은 물론 새로운 법안이 통과 되지 않았을 때이다.

    HR 3012 법안을 보류 시킨 장본인인 그래즐리 의원이 지난달 협상안을 내놓았다.  즉 취업 비자 발급 조건을 강화하는 조건을 포함시켜 HR 3012 의 국가별 쿼터 제거에 동의하기로 한것이다.

    이 수정안에는 정기적 노동청 감사를 비롯 모든 H-1B 고용주에 대한 노동청 개입을 훨씬 더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래즐리 의원의 과거 정책 성향으로 볼때  L-1 주재원 채용과 H-1B전문직 고용을 어렵게 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과연 상원이 이 수정안대로 이 법안에 대해 투표를 감행할지, 그렇다면 수정되어 통과된 법안을 하원에서 다시 받아들일지 지금은 그 가능성과 시기를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번 법안이 통과될때 우리 이민 사회가 겪어야 하는 홍역이 두렵다.  득보다 실이 많은 협상 결과가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수정안이 이미 까다로와진 취업 비자의 숨통을 더 조이는 내용이라면 우리 각자 개인의 지역 대표인 하원 의원에 연락을 취해 이 법안의 부결을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정할 수 없는 미지수를 앞에 두고 취업 이민 2순위 신청자들을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을까?

    위 법안의 통과 여부와 그 시기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현재 준비중인 케이스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10월부터 쿼터가 다시 열리고 적어도 수정안이 통과 될 때 까지 2순위 수속은 비자 대기 기간 없이 진행될 수 있다.  그 틈새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만약 수정안이 일찍 통과된다면 취업 이민 2순위의 대기 기간은 당분간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별 비자 쿼터를 단숨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제거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전히 먼저 접수되는 케이스가 더 빨리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렇듯 이민 신청서의 속도와 이민자의 대기 기간이라는 것은 우리 손 밖의 거대한 기류에 늘 흔들리고 있다.  아무리 철저하게 계산하고 준비해도 영주권 마지막 단계까지 어떤 변수가 있을 지 모르기 때문에 합법적인 체류 신분 유지에 각별히 신경쓰고, 이민 동향을 지켜보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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