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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위 말하는 탑스쿨에서 이번에 박사과정을 마치는 학생입니다.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마음이 답답해져서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저희 지도교수님은 제 분야에서도 나름 이름을 알리신 분인데다가 성격도 좋고 원만하신 편이라
저희 랩을 오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꽤 많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편입니다.저도 분명히 처음에는 지도교수님이랑 사이가 좋았던 거 같고 지금도 사실 좋은 편이긴 한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항은 지도교수님이 제게 무관심한 편이고 인정을 안해주신다는 점 입니다.
사실 무관심한 거나 인정을 못 받는 거 모두 제가 지도교수님의 기대에 못 미친 결과인 거 같구요.이런 점은 대놓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저는 알게 모르게 느껴서 더더욱 답답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저만 이상한 사람 되는 거 같아서요.
예를 들어 랩미팅에서 제게 말을 거의 시키지 않습니다. 랩멤버가 많아서 한시간은 기본이고 한시간 반도 넘게 할때가 있는데 제게는 거의 말을 시키지 않으십니다.
언젠가 다른 랩 멤버랑 1:1로 줌미팅을 하다가 그 멤버가 제게 “너는 좀 더 관심을 받아도 되는데 (I think you deserve more attention)”이라는 말을 듣고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구나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 박사과정생들에게 시킨 수업조교 일도 제게는 안 시키시구요. 이건 제 영어가 문제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만 외국인이기도 하고 미국에 대학원과정부터 유학 온 경우거든요.
지도교수님이 하는 연구분야가 꽤 넓은 편인데 제가 맡은 분야는 지도교수님의 중점분야가 아니기도 하구요.근데 그렇다고 저를 마냥 못 미더워하시는 건 아닌 것도 같은게
최근에 석사과정 1년차 학생을 지도교수님이랑 거의 같이 케어하고 있거든요. 지도교수님이 워낙에 바쁘기도 하고 박사과정생과는 다르게 석사과정생은 사실상 학문에서 갓난아기나 다름없으니까 제게 많이 맡겨두십니다. 이런 걸 보면 저를 신뢰하는 부분도 없지 않은 거 같네요.암튼 이런 상황에서 이제 포닥을 찾아보는 중인데
지금 속한 랩에서 인정을 못 받으니까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은 이러니 저러니 속상한 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지도교수님들에 비하면 좋은 분이라는 걸 아니까
내가 과연 다른 랩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앞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인정을 못 받은게 정말 저라는 인간이 하자가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단지 지도교수님이랑 잘 안 맞아서 그랬던 건지, 다른 환경에 감으로써 시험해보고 싶은 심정도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학계에 남고 싶은지 인더스트리로 취업을 하고 싶은지도 많은 고민을 해봤는데
박사과정 오기 전에 이미 직장경력이 있는지라 연구가 제 적성에 더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제 적성에 맞다고 해도 교수가 되는 것은 요즘 같이 박사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는 모험이므로
과연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이 맞는 길인지. 지도교수님이 알게 모르게 무관심으로 제게 신호를 준건데 제가 그걸 캐치를 못한 건지 답답합니다.
누군가에게 말할 사람도 없어요. 이상하게 제 주변에서는 지도교수님때문에 힘든 사람들을 별로 못 봤네요ㅠㅠ 인터넷에는 넘쳐나는데 말이죠어떤 분들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는데
이걸 비유를 들자면 세상 사람들에게는 나름 인정 받는데 저랑 가장 가까운 가족, 부모님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지난주까지 연구 열심히 하다가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답답하고 자꾸 눈물나고 코로나때문에 못가는 한국과 고국에 있는 사람들이 그리워서 여기다가라도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