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취업할 때 생각

  • #99183
    소시미 64.***.181.173 2549

    요 근래 뭔가 좀 정리할 개인사도 있고 해서 몇자 적어 봅니다.

    1. 이유가 뭐던 간에 외국에 나가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오래 된 것 같습니다. 주로 몬스터 붙잡고 되도 않는 이력서를 근 백통가까이 뿌린 것 같습니다. “wiiling to relocate anywhere in US” 라던가 “working visa support required” 같은, 문구를 이력서 첫머리에 쓰는, 무식하면 용감한 짓거리도 해 보았고.

    2. 어느날, 캘리에 있는 한 회사 사장이 고국 회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군요. 근무시간에 회사전화로, 영어로 인터뷰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말레이지아 갔다가 귀국하는 길에 힐튼호텔에 묵으면서 불러서 인터뷰를 하고. 연봉과 베니핏이 너무 좋았었습니다.

    3. 교포 한분이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 몇년 근무하면서 좋은 인간관계가 되었었는데, 이 분이 또 연락을 했더군요. 자기 회사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그래서 자비로 미국와서 인터뷰 봤습니다. 호텔비는 내 주더군요.

    4. 캘리회사에 비하면 이 회사는 이것 저것 따져보니 연봉이 절반 정도이더군요. 별 미련없이 싼 곳을 골랐습니다. 왜 싼곳을 골랐을까요?

    5. 그 교포분과 사모님의 콩놔라 팥놔라하는 잔소리가 참 견디기 힘들더군요. 저 자신이 별다른 애국심도 없지만서도 사사건건 “한국사람들” 하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고. 누군가가 이야기 한 대로, 비행기를 탔었던 그 순간의 고국 이미지만 가지고 생각하시더군요.

    6. 그 부부에게 “정착할 때 필요할 때만 단물 빨아먹고, 어느 정도 익숙해 지니까 연락을 끊더라” 하는 뒷다마를 평생 들을 것을 각오하고 연락 끊었습니다. 오세화라는 인간이 나는 불란서의 택시 운전사라는 책에서, 많이 한국 사람들이 자기들을 처음에만 이용해 먹고 어느정도 파리 생활에 익숙해지자 자신을 떠났다는 글을 읽고, 왜 자기 자신이 얼마나 덜 떨어졌으면 모든 사람들이 그럴까 생각을 못하는지 한심스러웠습니다.

    7. 미국생활이 오년이 넘어가는데, 영어 수준은, 옛날 중국집 할아버지의,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는 한국말 수준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안 늘 수 있는지, 기적같습니다. 하기사 허구헌날 한글 사이트나 돌아다니니 당연하겠지요.

    8. 자기 합리화같지만, 뭘로 보나 한국사람인데, 영어를 빨리 배우려면 “한국말”을 빨리 잊으라던가, 김치를 먹지 말고 미국음식만 먹으라던가 하는 말을 들이면, 좀 재수 없습니다.

    9. 친척 여자아이가 유학와 있는데, 젊어서 그런지 발음하나는 끝내 주더군요. 같이 어디 가다가 과속으로 경찰에 잡혔는데, 계속 damm damm 하는 것을 보니 참 4가지 없이 보이더군요. 고급 영어는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damm은 배워가지고.

    10. 오년만에 연봉은 거의 두배로 올랐습니다. 자신이 기특하더군요. 늦은 나이에 미국와서, 눈치코치로 빨빨거리면서 살아온 자신이 참 대견했습니다.

    11. 아주 일찍 부터 가족을 봉양해야 했기에 미국유학같은 것은 꿈도 못꾸고 고국에서 삼류대학을 나와서 빨빨거리면서 살아온 것도 기특하고, 뒤늦은 나이에, 한번 뿐인 인생 나도 큰물 가서 한 번 살아보자고 결단 내린 것도 기특하고, 영어가 딸려 심지어는 맥도날드 여직원에게 핀잔듣는 것도 참아가며 살아온 것도 기특하더군요.

    • 음@ 216.***.104.21

      잘읽었습니다. 겸손함과 노력함이 이룬 성과라고 봅니다.

    • SD.Seoul 137.***.208.45

      잘 읽었습니다.
      저도 님처럼, 그냥 문득 아무렇게나 글을 쓰고 싶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이곳에 free talk이 있다는 것이 한없이 고맙답니다.

      [딴지하나]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굿펠라 69.***.47.99

      저도 잘 읽었습니다.
      영어 열심히 하시고요. 파이팅입니다. 힘 냅시다.

      일단 그 한국 사람이 하는 회사에 발을 들여 놓은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로 옮기신거는 아주 좋은 선택 같습니다.
      한국 사람이 하는 회사가 다 나쁜건 아니지만,
      정말 말 그대로 택도 없는 한국사람도 있더군요.

    • 맥도널드 71.***.227.64

      잘 읽었습니다 많이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참고로 맥도널드 4가지 없는 여직원들 상대하는 법이요
      영어못한다고 발음이상하다고 아시안이라고 틱틱거리는 맥도널드 여직원들이 많이 있죠
      저는 그러면 따로 작은걸 하나 더 시키거나 (우유,쥬스) 소스를 하나 더 달라고 다시 가서 얘기합니다 대게 그러면 귀찮다는듯이 툭하고 건네주는데요 그때 받다가 미끄러지는척하면서 땅바닥에 떨어뜨리세요 -_-;;;
      그 다음에 큰소리로 왜 집어던지냐고 말을 합니다 순간 레스토랑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죠 시선 집중후 너 내가 아시안이라 집어던지냐? 인종차별하냐? 하면서 떠들어 댑니다 이 정도 되면 여직원은 당황하기 시작하고 매니저가 달려옵니다
      여직원 명찰에 이름을 보신후 매니저에게 그 여자 이름 계속 불러대면서 저 여자가 내가 아시안이라고 인종차별을 한다 손님한테 이렇게 집어 던져도 되냐고 따지면 열이면 아홉은 여직원이 사과합니다 그리고 매니저한테 끌려가더군요
      딱 한번 독한x은 절대 아시안에게 사과 하기 싫었던지 자기는 귀가 잘 안들리는 귀머거리라고 못듣는척 하더군요 매니저에게 니들은 어떻게 귀머거리를 데려다가 주문을 받냐고 한마디 해주고 나왔습니다
      왜 유독 맥도널드만 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