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류동협 기자]
이명박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조선>·<중앙>·<동아> 등 주류 언론들은 좌파정부에서 우파정부로 권력이 이동했다고 극찬하고 있다. 맞는 말이면서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우파 신문사들의 눈에는 참여정부는 진정한 우파정부가 되기에 부족했다. 무엇보다 대북관이 우파스럽지 못했다. 진정한 우파라면 북핵에 보다 강경하게 대처했어야 한다. 대북관만 따지면 참여정부는 우파보다 좌파에 가깝다. 그렇다면 참여정부는 좌파정부인가? 참여정부는 말로는 좌파라고 내세우면서 우파의 경제정책을 더 많이 실행했다. 공기업의 민영화를 주도했으며, 미국이나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해서 시장을 개방했다.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기업인들의 자유를 확대시켰다.
사회복지보다 시장을 앞세운 정책을 수행한 참여정부는 온건한 우파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보는 것이 더욱 합당하다.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겠다는 말을 뒷받침하는 정책의 부재하였기 때문에 참여정부는 결국 빈부격차를 늘리고 사회불안만 가중시켰다.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정부의 출현
이명박 정부는 좌파에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되찾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앞선 두 정부와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바로 특히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의 자유무역협정을 적극 계승해서 보다 확대시키겠다 공언했다. 공기업 민영화의 강도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사회복지도 민간기업에 개방하겠다고 했다. 참여정부가 소극적인 신자유주의라면,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인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쉽게말해 경제를 통제하는 정부의 통제권을 빼앗아 시장에게 주는 것이다. 현재 직면한 경제적 문제들을 시장의 논리에 맡기면 쉽게 해결된다는 말이다. 심지어 복지제도도 시장에 맡기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신자유주의는 말하고 있다. 정부의 규모도 최대한 축소하고 세금을 줄이면 된다. 만일 민간 시장이 경제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한다면 아주 이상적인 경제논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장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가 최고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제를 살펴보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짐작하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의료보험 없이 사는 사람이 5000만명에 이르고, 배고파서 고통받는 사람은 어린이 900만과 노인 300만을 포함해서 2500만명이나 된다. 이것이 우리가 선진국으로 여기고 닮고 싶어하는 미국 경제의 자화상이다. 사회 복지를 전부 시장에 맡겼더니 시장은 사회적 약자들 돌보지 않았다. 시장은 도덕적 존재가 아닌 비인간적 제도에 불과하다.
의사들과 제약회사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은 이명박 정부는 민간의료보험으로 국가의료보험을 대체시키려고 한다. 민간의료보험이 지배하는 미국에서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5천만명이고, 그나마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도 의료보험료에 따라서 갈 수 있는 병원이 정해져 있다. 병원이 환자를 거부하거나 심지어 내다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미국의 사회복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대선후보들 사이에 의료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는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중요한 공약이 되었다.
시장의 실패에 무능한 신자유주의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복지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은 기부나 공동체의 힘으로 근근히 유지되고 있지만 최근 미국이 경제적 침체를 겪으면서 그 지원의 손길도 힘들어지고 있다. 국가의 개입을 철저히 막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는 배고프고 아픈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실패를 해결하고 보완할 제도적 장치도 없이 뛰어들려는 이명박 정부의 미래는 밝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기존 정부가 추진한 복지제도에 잘못이 있었다고 해서 그걸 파기하고 시장에 맡겨보려는 심산이다. 복지제도는 한번 바꿔보고 안되면 말고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번 망가진 복지제도를 다시 세우기는 어렵다.
미국도 닉슨 정부시절 신자유주의적 의료보험시장이 형성된 이후 줄곧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근본적 의료제도는 손대지 못하고 있다. 의료제도 개혁의 노력은 제약업계나 병원계의 로비나 저항에 부딪혀 번번히 손을 놓고 있다. 한번 형성된 시장에서 엄청난 이익을 누리는 세력이 이걸 순순히 포기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실패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경제성장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 한국 경제가 7%이상 성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신자유주의가 보장하는 경제적 성장은 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 얻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타리 <식코(Sicko)>에 약지와 중지가 절단된 노동자가 병원에 가는 장면이 나온다. 중지를 접합하는데는 6만불이 들고 약지는 1만2천불이 든다. 둘다 접합할 돈이 없었던 그 노동자는 의사가 권유한대로 경제적인 약지를 선택한다. 미국에서 의사는 자동차를 파는 세일즈맨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것이 신자유주의 복지시장을 향해가는 한국의 미래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