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3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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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hley 69.***.220.214 6507

    제가 미국에 온지 딱 3년이 되었네요..
    한국에서 대학졸업하구 회사 1년다니다가 처음엔 남들다한다는 어학연수 한번 못해보고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된게 좀 아쉬워서 앞뒤안재고 회사때려치고 어학연수온 케이스입니다..

    처음엔 1년정도 어학연수하고 돌아갈 생각이였어요..
    그래서 회사는 그만두었지만 선배들하구 끈이 있어서 미국에서도 짬짬히 회사일하구 그랬지요..나중에 돌아갈 생각으루..

    그런데 사람의 운명이라는게 정말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사는게 제 운명일지 모르겠지만..
    벌써 3년이 지났고, 운좋게 정말 하나님이 도우사 좋은곳에 취업해서 이번에 H1B신청하고 추첨되었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전 사실 어학연수와서 공부하다보니 공부에 너무 욕심이 생겨서 대학원준비중이였거든요. 대학다닐때도 사실 대학원바로 갈줄 알았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운좋게도 덜컥 취직이 되었어요. 부모님은 당근 회사다니라시고..
    그렇게 한 회사생활이 어린나이에 힘들었었나봅니다.
    대학원가고 공부하는 친구들이 부럽고…
    그런데 공부하는것도, 학교에 진학하는것도 다 운이 따라야하나봅니다..

    작년이맘때쯤인가? 정말 죽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너무 아파서, 미국온후 향수병이란걸 모르고 지낸 제가 어쩔수없이 귀국하게 되었거든요..
    3개월동안 정말 병원만 다니며 치료받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숱한 반대를 무릎쓰고 말이죠..

    제가 돌아온 이유요?
    아무것도 예정되지 않고, 그저 F1신분에 학교도 정해지지 않았고 돈도 없는데 돌아온 이유는요..물론 이유는 많지만..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건 잠깐 한국에 방문했을때 제 친구가 한말이 생각나네요..

    저보고 현실감각을 잃었다..라고 하더군요..
    전 2년만에 방문한 한국이 마치 외국같이 느껴져 적응이 안되었구요.
    항상 맑은 하늘만 보다 귀국해보니 텁텁한 회색하늘과 마치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듯 미친듯 운전하는 서울의 운전자들도 적응이 안되고..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주제는 온통 부자남자 혹은 잘나가는 남자 잡아서 결혼, 재테크, 좋은 직장..

    모르겠습니다. 그런 대화에 익숙하지 않다가 제가 영 끼어들지 못하니 한친구가 저보고 현실감각을 잃었다 하대요…예전엔 안그랬는데 너 이상해졌다구요..^^;;
    제가 정말 이상해진건지..아님 그 현실감각이란게 무엇인지…
    또 미국에서도 미국나름의 현실감각이 존재하는데 말이죠..
    조금은 느린듯 생활하는 제가 답답할수도 있었겠죠…
    그래서 돌아왔구요.

    지금은 대학원은 잠시 접고 취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결과가 나온건 아니지만 H1B추첨되어서 잠시 지금까지 미국생활을 떠올려봤어요…

    미국에서 대학나온것도 아니고 고작 2년산 경력과 배짱으로 겁없이 취업해서 지금은 정말 열심히 회사다니고 있습니다..지금의 제현실에 감사하면서요..^^ 이게 제 현실감각이겠죠..미국의 삶에 맞는…^^

    가끔 한국이 몹시 그리워지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별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네요..그렇다고 미국이 너무너무 좋아..머 이런것도 아니지만요…-_-;;

    3년쯤 되니까 한국이든 미국이든 어디든 내가 잘하면 잘살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지만 최대한 제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은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아님 미국에서 혼자 살아서인지 아직은 미래가 불확실해서인지…점점 생각만 많아지네요~^^

    • Esther 75.***.52.162

      저의 몇년전 모습을 보는듯 하네요…
      현실감각이 떨어진게 아니라…
      그만큼 각박한 현실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때문이죠…

      제가 느끼기에
      한국은 남, 타인에 의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회구요…
      미국은 나, 자신에 의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회같아요…

      아무것도 안하고 직장생활만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 주는 사람없지만..
      내 스스로가 도태되어져 간다고 생각하기때문에…
      나에 대해서 점검하고, 되집고, 스스로 노력하고 그러는것 같아요..

      저도 님처럼 많은 고민했고..
      돌아가야 말아야 하나..
      한국에선 나보다 돈 적게 벌어도 다 모으고 그러던데..
      미국은 별로 쓰는것도 없는데 나가는게 많다 싶어서..
      내가 이상한건가 별별생각 다했는데…

      지금은 이 생활이 어찌나 즐거운지….
      어짜피 인생 한번살꺼라면…
      좋은공기 마시고, 좋은곳에 살고싶어지더라구요..(쯧쯧..무덤들어갈 나이가 된게죠…)

      아직 과도기???니까..
      좀더 직장생활하시다 보면…한국보단 좋은점도 느끼실꺼구요…
      회사다니면서 공부할수 있는 여건은 미국이 더 좋은것 같아요….

      향수병 생기실때마다…
      여기 들어오셔서 글남기면 되구…
      또 같은 병 앓고 있는 환자들이 여기 많으니까…
      치료도 받고, 또 치료해주고 그럼 되지 않을까요?

      한참 이쁠 나이잖아요..이십대 후반….
      모든지 열심히….
      일도, 사랑도 열심히 하는 이쁜 아가씨가 되길 바래요…

    • GomA 155.***.15.94

      Esther님 말씀처럼 오래전의 제 모습도 보이네요. ^^
      이십대 후반… 얼마나 좋은 시기였는지 그때는 몰랐던거 같아요. 친구들 한참 연애하고 결혼하고 할때, 결혼하자고 조르던 남친도 용감하게 ??? 물리치고 하는 일에 매달렸으니…더구나유학생 신분이 아닌 직장인 신분의 회사생활이었던 까닭에 또래의 한국인 유학생 친구들을 만나도 어쩐지 나와 다른 화제와 관심거리들…그럴수록 일에 매달리는 시간은 더 많아지고…
      그러다 뒤돌아 보니 8년의 세월이 흘렀더라구요. 하얗고 뽀송했던 내 피부는 늘 일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주인 잘못 만나 그 흔한 피부 마사지 한번 못 받고, 거울 보니 칙칙해진 피부결에 기미, 잡티 등등, 뒤늦게 사태 수습한다고 좋은 화장품, 비싼 화장품 발라봐도 그때의 내 피부는 되돌수가 없더라구요. ㅠㅠ 그때는 경제적 사정도 여의치 않아 좋은 화장품 사용할 처지가 안 되었지만… 비싸고 좋은 옷이나 보석은 나중에 돈 많이 벌어 나이 들어 입어도 빛을 발휘할수 있지만 피부는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젊은 20대 중,후반 친구들 보면 꼭 젊었을때 피부관리 잘 하라고 한답니다. Esther 님 말씀처럼 한참 이쁠 나이… 일도, 사랑도, 외모에도 최선을 다하라구 말씀 드리고 싶네요.
      가끔 동료들이 그런 말을 해요. ” 널 처음 본 그 날, 너의 그 하앟고 뽀송뽀송 했던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나…” 전 그럼 지금은? 동료 왈~~ @#$%^^#$%^&*
      지금의 프로젝트 성과와 지난 날 내 젊음과 피부를 지금 바꿀수는 없겠죠?

    • Erin 72.***.51.2

      GomA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어쩜 그렇게 와 닿는지요. 또래 유학생 친구들이랑 잘 맞지만 관심사가 달라서 웬지 괴리감이 느껴지고 외롭기도 해요. 피부 관리, 명심할께요^^ 근데 저는 하얗고 뽀송뽀송했던 적이 없어서…ㄱ-;;

    • 산경 66.***.253.2

      에스더님의
      한국은 남, 타인에 의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회구요…
      미국은 나, 자신에 의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회같아요…
      명언이네요.

      애슐리님은 아직 젋어요. 힘내세요

    • CA RN 76.***.45.147

      Ashley님 글을 읽어 보니 갑자기 제 동생이 보고싶어지네요.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미국온지 딱2년이 되었어요. 취업이민 케이스라서 미국에서 정착을 할 목적으로 왔고, 1년 어학연수후에 직장 생활 하고 있구요. 저도 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미국이 너무너무 좋다는 생각은 아니구요 한국생활 미국 생활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고 봐요 50% : 50% …또, 미국 한국 어디에서나 열심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단지 어떤 종류의 것들을 잃고 얻느냐 그런 차이라고 봐요..한국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미국생활을 하면서 많이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친구들이 님께 현실감각을 잃었다고 했던 말 들어보니 갑자기 한국에 가기 싫어지네요..ㅋㅋ 하지만, 저는 님께서 친구분들이랑은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관심사가 다른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만 봐도, 결혼한 친구들이 많고 대부분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라서 그런지 관심분야가 많이 다르죠..그 친구들은 육아, 집안 살림, 남편 뒷바라지, 시댁식구들 챙기기 저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항목들에 우선순위를 두죠..
      님께서 스스로 선택한 미국생활이시니까, 그만큼 더 잘해내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항상, 마음이 혼란스럽고 힘든일이 생길때마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더 열심히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리곤 합니다.
      힘내시길 바래요

    • ashley 69.***.220.214

      위에 저에게 너무나 힘이되는 말씀들을 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미국와서 한가지 아쉬웠던게 있다면.. 전 한국에서 여중, 여고, 여대 (-_-;;)를 나왔는데 불행히도 직장까지 여자들만 있는..^^;;
      그래도 학교다닐때는 동아리며 과, 학회..또 직장생활할때는 회사 많은 선배들..
      좋은 말두 많이 듣구 조언두 듣구..인생선배로서 해주시는 말들을 들으며 얻는게 정말 많았어요..그런데 미국오니깐 정말 인간관계가 한국의 1/10정도 수준으로 작아진걸 느낍니다.. 아는 사람, 친구라 해봤자 교회, 그리고 어학연수할때 만났던 몇명뿐… 정말 친한 몇명을 제외하곤 마음을 두고 지낼 사람이 별로 없는거 같구요..
      윗분들의 진심어린 충고와 격려를 들으니 한국에서 직장생활할때 선배들과 친하게 지내며 들었던 많은 충고들이 새삼 떠오르면서 머랄까..뭔가 든든한 느낌이 듭니다..많은 인생선배님들을 만난것 같아서요..
      미국에선 답답해도 어디에 물어볼곳도 조언을 구할 곳도 없었는데 이제 이곳에 하면 되겠네요…^^
      좋은 말씀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