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삶에서의 언어문제

  • #95983
    미국직장 12년차 72.***.157.234 6761

    오랜전 미국에 들어오면서, 한 10년 살면 언어는 어느정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밥굶지 않고, 회사에서 짤리지 않을정도는 되기에 아직도 월급타먹고 살고 있지만, 언어문제는 결코 극복 될 수 없다는 생각 입니다.

    말그대로, 언어로 인하여 느끼는 불편함을 우리는 “언어문제”라는 정의로 인식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즈음 듭니다.

    미국에서 오래사신 대다수 분들은 영어공부를 지속적으로 하는 노력을하면 나아진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 입니다.

    마치, 열심히 저축하면 부자가 된다는 말고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러나 세상엔 부자보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많듯이,
    영어공부 노력한다고 모두가 원주민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하게 된다는 것은 그다지 옳은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언어장벽을 언어문제로 보기보다는
    “권력문제”로 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시니어급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한 생각이 바로 언어소통은 권력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게 아니냐 하는 생각 말입니다.

    주니어급 동료들과는 그다지 언어소통이나 소셜대화, 사적인 대화에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Top Manager급들과는 여전히 제 영어가 저를 자주 좌절 시키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나름대로 이름있는 대기업 중견간부를 3년 지낸 경험을 반추해 보면, 그곳에서도 임원들과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거나 일에 대한 회의를 하거나 언어소통행위를 하였을때 좌절감을 느낀게 떠오르곤 합니다.

    미국 직장에서도 제가 다니는 회사에게 일을 하청받는 다른 회사원들과는 언어문제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지만(왜냐하면 그들은 나를 통하여 돈을 받는 관계),

    제 회사가 고객으로 모시는 클라이언트 회사 사람들은 그들이 설사 갓대학을 졸업한 주니어급 직원이라도 역시 언어장벽을 느낍니다.

    결국, 미국 생활 10년 하였는데도 여전히 언어문제로 부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나에게 “언어문제”가 아직 극복되지 못한것이 아니라, 권력문제로 인한 소통장얘가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서 사시는 외국인들중에 유창한 한국말을 하시는 외국분들이라도 저와 같은 느낌을 가져보신 분덜이 있을거라는 생각 입니다.

    10년 미국직장생활 생존능력으로 습득한 우리들의 영어실력은 결코 언어문제를 느낄만한 수준은 이미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려 드는 원어민들의 권력의지가 우리같은 사람들로 하여금 언어문제를 통한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들의 권력의지가 결코 일부러 행해진 것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한국말이건 미국말이건 세계 그 어떤 언어이건 소통의 문제는 평등한 권력관계에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려는 의지에서 해결되는 것이지, 결코 해당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을때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말입니다.

    미국원어민들과 생긴것부터 억양까지, 심지어 몸의 냄새부터 다른우리들이 그들에게 개방적으로 받아들여 졌을때 (또는 권력관계상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을때) 한국의 영어교육 받아본 정도면 어느정도 해결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언어를 빌클린턴이나 오바마 처럼 잘한다고 우리의 영어를 미국원어민들이 인정해주는게 아니라, 우리가 빌클린턴이나 오바마와 같은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대 미국 원어민들을 우리들의 영어를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이 요즈음 자주들어서 한말씀 올렸습니다.

    모두들 스트레스 없는 행복한 미국생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 합니다. 

    • Bostonian 156.***.222.27

      I strongly agree with your opinion.

    • 저도동감 72.***.123.120

      저도 동감합니다. 제말을 꼭 들어야만 되는 사람들은 제가 무슨 소리를 아무리 횡설수설해도 제가 뭘 말하과 하는지 다 알아듣더군요.

      십수년전에 미국온지 그리 얼마되지 않았을때 전화 설치 문제로 찾은 전화회사 오피스에서 제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난 네가 뭐소리를 하는지 “전혀” 못알아듣겠다고 개무시하던 흑인 여자애… 아주 일상적인 수준의 대화였기에 제가 거기 찾아간 이유를 알고 앞뒤 전후사정을 유추해 보면 제가 아무리 발음이 안좋아도 “전혀” 못알아들을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말이죠…

    • 동감 98.***.54.6

      동감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게 현명한 길일까요. 저도 미국에 유학오면서 마음 먹었던게 지금은 늙은나이에 와서는 불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되지도 않는 일을 계속 붙잡고 있는건 바보같은 짓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미국회사에서 미국인이랑 경쟁을 한다는게 출발선이 다른게 아닐까….. 제가 필요한 곳으로 제가 잘할 수 있는 곳으로 움직인는게 현명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게 폼은 좀 덜나는 곳이라도……

    • ddd 206.***.205.196

      원어민들의 권력의지가아니라 한국사람들의 자신감문제가 아닐까요?

      다른말로 political problem이 아니라 cultural problem이나 개인의 역량으로 이해하는게 더 가깝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68.***.252.67

      물건을 살때, 메니저로 다른 사람에게 job을 줄때 내 언어적 힘은 반대의 입장일때 보다 항상 우월할 수 밖에 없습니다.

      Buyer와 seller의 관계로 볼때 buyer에게는 누구나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잘 알아들으려 노력하지만 seller가 하는 말은 대충 듣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결국 힘이 있거나 이익에 관계있는 쪽이 하는 말은 모두들 경청
      하려 노력하고 힘이 없고 약자의 입장에서는 몇배 노력해야 뜻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 vp 71.***.30.170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네요. 하지만 언어문제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권력을 갖기 위해선 반대로 언어능력과 자신감인것 같습니다. 지금은 미팅때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저의 국적불명의 발음과 악센트땜에 주변 동료들에게 영어를 영어로 통역을 부탁하는걸 보면서 나자신도 그런 자리에 있었을때 주변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영어공부 열심히 하고 위사람들에게 자신있게 프로젝트 수행하는 능력(실력보다는 자신감으로)을 보이려고 노력해서 그나마 살아남아서 현재 직장생활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 꿀꿀 136.***.158.129

      나름 일리있는 말씀이시네요,, 전 영어는 잘못해도 언어장벽은 못느껴요,,그니깐 참 하찮은 위치라는 얘기죠,,좀더 높고,,영향력있는 곳에 있는 분들이 그런걸 더 느끼실거 같네요,,말한마디에 비지니스가 좌지우지되고 자신의 위치가 좌지우지 된다면 정말 많이느낄거에요,,

    • 원글 72.***.157.234

      여러분들의 의견에 저또한 공감합니다.
      미국 생활 12년이 넘게 되자 언어문제라는게 극복 되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면서, 이것은 극복이라기 보다는 장얘자들의 삶의 자세가 장애자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 시킬것인가 하는 문제와 유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합니다.

      이미 신체의 일부분 기능을 남들처럼 가질 수 없다면, 그 부족한 신체기능을 대신할 만한 능력을 찾아내어, 장애가 주는 난관을 극복하는것처럼, 언어문제라는 뛰어넘기 어려운 문제에 집착하느니, 그 언어장얘가 아무런 문제가 안되는 다른능력을 더 개발하고 사용함이 풍성하고 행복한 이민생활을 할 수 있는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장님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대신 후각이나 미각, 아니면, 촉각의 기능이 남들보다 뛰어 나듯이,

      미국의 원어민들보다 영어는 완벽치 못한만큼, 그 원어민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들만의 능력(모든 비원어민들에 해당)도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한 언어능력을 대신할 실력을 키워야 겠다는 투지만큼은 비원어민들 보다 낫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여튼 언어문제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맙시다.

      장얘자들도 생각하기 나름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 가는 사례들을 수없이 보았고, 특히나 미국사회는 한국사회보다 장얘자들에 대한 처우가 나은 사회가 아닐까요?

    • mat 64.***.139.2

      두뇌를 교정해서 발음과 언어체계를 주입 시키는 방법이라도 나오면 좋겠네요 ^^;;;

    • jis 121.***.116.154

      저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꿈꾸고 있지만 원글님의 고민이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문제는 언어장애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하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저도 이를 위해 용하다고 알려진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봤는데 그중 “정인석 영어문화원” 을 추천합니다. 외국어로서 원어민 수준에 근접하는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피를 토하고 뼈를 깍는 고통은 기본 ^^) 어떤 방법도 쉬운 방법은 없습니다.예전에는 설소대 수술이 유행이었는데 결국은 효과가 있었던가요?

    • 24.***.186.98

      그런 이유때문에 저는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을 합니다. 실력을 가지고 결국 힘있는 자리에 가야 만사형통 이거든요. 그래도, 미국은 딴거는 몰라도 일단은 실력이 있고 그걸 주위에서 알게되면 어느정도는 인정을 받으니 그나마 낫다고 생각합니다.

    • 실력 129.***.172.120

      그 실력이라는게 결국 위로 올라가면 communication 아닌가요?
      장인정신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닌이상, 종국엔 사람 관리하고 매니징하는 일 아닌가요? 그럼 당연 ‘언어능력’이 중요한거 아닌가요?

    • 궁금 207.***.191.7

      역시 언어가 발목을 잡는군요. 아무리 해도 10년을 살아도 원어민은 될 수 없는 가봐요? 저도 그런 경험 했었는데, 뉴욕에서 뭐를 살 때 제 말을 못 알아듣는 거에요. 중동 아시아계로 보였어요. 그러면서 저한테 한국인이지? 막 그러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오히려 옆의 흑인 여자분이 제 말 알아듣고 상황은 해결됐지만, 오히려 가만 보면 백인 아닌 사람들이 우리 같이 네이티브 스피커 아닌 사람을 더 무시할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궁금한건데, 차라리 그 실력으로 그냥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높은 자리도 더 쉽게 올라갈 수 있고요. 조국에 도움이 되는 일도 하는 거고요. 그냥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