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 #3698451
    칼있으마 73.***.151.16 232

    음……얘,

    넌 묵, 좋아하니?

    뭔 묵이 있는 지 종률 아니?

    그 묵들 중 뭔 묵을 좋아하니?
    .
    .
    .
    .
    .
    오핸 마 이?

    옐 들고자 어쩔 수 없이 끌어왔응게
    산부자라고
    자랑질이니 뭐니 그런 오핼말라고.

    나 나고 자라시던 생가인 한옥 뒷쪽에
    제주도의 열 배 정도 되는 산이 있는데
    지금도 내 명의여.

    그곳에 봄

    상수리나무가 엄청 많았었지.

    우린 걸 줘다
    다만 양 다마치기를 하는동안

    집지기들였던

    참봉이니 첨지니 진사들은……왜, 찔려?
    상수릴 줘다 묵을 만들어
    내 진상에 올리곤 했었는데,

    해 묵은

    상수리묵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일무이의 묵인 줄 만 알았었어.

    어느날
    히말라야 정벌에 나섰다가
    초입의 산채정식집에 갔더니
    차림표에

    도토리묵

    이 있더라고?

    이름이 묵이지
    묵은 상수리묵이라서
    묵이 아닐거라 생각했었지.

    도토린 식물도감에서나 봤지
    한 번도 안 보며 자라나셔서
    땅 걸 시키려는데

    맛이 쥑인다며
    히말라얄 온 사람들은
    도토리묵을 안 먹고 감 평생 후횔한대.

    그럼 시켜봐라.

    똑같더라고 상수리묵과.

    이색휘가 누굴 개밥의 도토리로 아나.
    이게 상수리묵이짐마 도토리묵이냠마?

    짐꾼으로 따라나선 참봉이
    목숨 내 놓고 진언을 올린다면서
    도토리 묵인 걸 동촉해 달랴.

    해 그 때 히말라야 정벌 때 첨 알았지.

    묵은 두 종류구나.

    상수리묵과 도토리묵.
    .
    .
    .
    .
    .
    서당에 다닐 때
    부러운 색휘가 한 색휘 있었는데,

    딴 색휘들은 내가 다 이겨먹었는데
    한 색휘에게만은
    길 못 펴고 존경하고 부러워하며

    점심시간만 되면
    꼬봉을 자처하고 모신 놈이 있었는데,

    이색휜
    변또 뚜껑만 열면
    탄신해 첨 보는 신기한 걸 싸와.

    한 번 얻어먹곤 그 신비한 맛에 놀라
    계속 얻어먹겠다고 그색휘의 꼬봉이 되었었는데,

    게 바로

    오뎅여 오뎅.

    낭중에 국어선생님께서 그러시대?
    오뎅은 거시깅게 안 쓰는 게 좋고

    어묵.

    어묵이라고 해야 맞다고.

    이 칼님, 머리 좋은 거 알지?

    바로 깨달았잖아.

    아, 묵은 세 종류구나.

    도토리묵, 상수리묵, 어묵.
    .
    .
    .
    .
    .
    서당을 거쳐 성균관에 갔더니
    아따, 유생들이 가마를 타고 다니대.

    난 임금님만 타는 건 줄 알았어.

    다들 황태자들과 도련님들이라
    심적으로 무척 쫄아 그들 옆엔 얼씬도 못 했었는데

    어느날인가 얼떨결에
    그 분들에게 묻어서 주막에 들렀는데

    하야니 네모난 게
    반듯하니 다소곳하게 접시에 비스듬히 눠 있는 게 있었는데

    내가 게 뭔 지 어떻게 알아 첨 보는데.

    먹지도 못 했어.

    엄마가 낯선 곳에서 낯선 음식은
    잘 못 먹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해 조심하고 있는데
    다들 환장하고 먹더니

    “주모!!!
    여기 메밀묵 좀 더 줘.”

    메밀묵?

    메밀꽃 필 무렵

    만 섭렵했었지
    메밀로 묵을 만든다는 소린 금시초문이라.

    평소에 느을 메밀묵을 먹어 본 놈처럼
    의연하게 하날 집어 먹었더니

    와, 보드라우니 입에서 살살 녹데.

    이 칼님, 머리 좋은 거 알지?

    바로 깨달았잖아.

    아, 묵은 네 종류구나.

    도토리묵, 상수리묵, 어묵, 메밀묵.
    .
    .
    .
    .
    .
    그렁게 어설피 알곤 어디가서 아는 첼 말아얀당게?

    4 묵을 꿰고 있어
    셤 봄 만 점을 맞을 자신이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참, 내가 이렇게 유식함에도 불구하고
    빈틈이 있었다는 거에 깜짝 놀랐잖아.

    묵이

    4 묵이 아니라

    5묵이더라고.

    그 한 묵이 뭔 지 엊그제 알았잖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여.

    라며

    국민과 소통하겠다더니
    국민은 개뿔이라며

    식당, 음식과만 소통

    하는 어떤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엊그젠 국숫집에 갔다대?

    그 전엔 어디어디식당에

    식당과 소통

    하러 갔단 소식도 들었었고.

    무튼,

    그 아이는

    주디만 열면 밀어 넣는 묵이 있는데,

    게 바로

    처묵처묵.

    쳐묵쳐묵여
    처묵처묵여?

    무튼,

    대가리에 든 게 없으니
    뱉어 낼 말이 없어
    열린 주디에 묵만 처밀어 넣는 아이가 있어

    처묵처묵

    이 있다는 걸 그 아이 덕분에 알았잖아.

    해 묵은 몇 묵?

    그렇지 5묵.

    도토리묵, 상수리묵, 어묵, 메밀묵,

    그리고

    처묵처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