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다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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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있으마 73.***.237.212 178

    담 줌
    참 안 믿어지게 입추네.

    엊그제 입춘대끼리라고 글 써
    집 마빡에 붙였었는데
    잉크가 마르기가 무섭게 입추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30돌 넘기겠다며

    지구에
    내부총질을 해대던 수은주마저

    강이니 바다니 산으로 휴갈 가선
    술만 빠는 일에 몰두하고 있으니

    이쯤의 난국의 상황을

    초가을이락해야는지
    말여름이락해야는지 헷갈려.

    평생을 함게 해 온 반려어라
    그래서 함부로 써도 되는 줄 만 알았지
    그래서 우리어를 업수이 여기고
    그래서 귀한 줄 모르고 막대했던 건 아닌지

    우리어를 쓴다는 우리가 우리어를 놓고 헷갈려하다니.

    물에 밥말아 먹는다
    밥에 물말아 먹는다

    도 뭐가 맞는 말인지 헷갈리는 것처럼.

    이쯤되면 우리어는

    반려어가 아니라 유기언 거다.

    반성이 필요하다라겠다.

    무튼,

    결실의 계절이 다가옴에
    기싸움에서
    씨나 열매에 밀린 꽃잎들이 팔랑대며
    육지로 내려앉아 뒤집히기 일쑤다.

    흙 묻은 꽃잎들이 궁색하다.

    그러고 보니 난 한 번도
    꽃잎의 뒬 살펴본 적이 없었네.

    앞이 있다는 건
    반드시 뒤 또한 있다는 말인데도

    꽃에게선 늘
    앞면만 기대했던 것 같아.

    해 작심하고
    오늘은 꽃잎의 뒷면을 차곡차곡 읽어 보기로 하곤
    꽃잎 하날 따려는데

    뭔가 이상해.

    꽃잎이
    열매의 기에 밀린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 살아
    늙은 것도 아닌데 색이 이상해.

    고정간첩쯤은 아닐까?
    수상해 됟뵈기로 자세히 살폈더니

    늙은 것도 아니요, 기에 밀린 것도 아니요,

    욘,

    탐였다.

    엊그젠 기온이
    30돌 넘기는가 싶더니
    바로 40돌 따라잡더니
    급기야 50도에 육박해서는

    철모르고 태어난 나뭇잎도 꽃잎도
    여린 늦둥이들이라 만만하다 싶었는지
    것들을 모두 태워버렸던 거다.

    잎으로 먹고 사는 나무들은
    잎이 곧 생명이라.

    땡볕에

    24

    프로를 태우게 내줬음에도
    이 뜨건 여름을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던 건

    아직
    76프로의 잎들이
    열심히 밥벌이를 해 주고 있어서였다.

    나무 보다
    그래 준 잎들이 고마웠다.

    무튼,

    대한민국도
    뜨겁긴 마찬가지였었나 보다.

    아니,
    이곳 보다 몇 만 밴 더 뜨거웠었나 보다.

    전활 했더니 엄마왈씀이,

    내 이곳에 올 때 기념식수한

    무궁화

    76프로의 잎들이 다 타 죽고

    겨우
    겨우

    겨어우

    24,

    24,

    24프로의 잎들로 버티고 있단다.

    무궁화가

    비실비실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다.

    이미 무궁화의 내부는

    죽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다.

    죽었겠구나.

    아니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