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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초반 어느 여름…
여름방학을 맞이한 만기(이만기 아닙니다~~앙, 6년만기 맞습니다~~앙), 큰 집이 있는 경북 안동에 놀러갔다가 나이 차이가 꽤 많은 사촌형을 따라 형 친구가 사는 봉화라는 곳까지 가게 되었는데…
그 형 집은 하루에 버스가 두번밖에 드나들지 않을뿐더러 버스정류장에 내려서도 1시간 가까이 산을 올라야 나오는 곳이었으니… (아!! 진작에 알았더라면 형을 따라 나서는 것이 아니였는데…)어쨌든, 형과 나는 먼지가 풀풀날리던 정류장에 내려섰고 마중나와 있던 친구를 만나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20여분을 올라가던 중 친구가 갑자기 멈춰섰다. (이때부터 내 고행이 시작될 줄은 그 땐 몰랐다)“만기… 니 꿩고기 무 봤나?”
“아니요”
“함 무 볼리?”
“네… 뭐… 배도 고프고 주시면…”
“그 옆에 있는 돌삐들 몇 개 주놔라(줏어 갖고 있어라)…”
“이거요…”
“그래… 그라고 여서 길 이자삐믄 찾기 어려우이까 잘 쫓아온내이~~~ 산짐승도 무섭고…”
“네…”
“인자… 조용히 따라온나…”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형들을 따라 돌맹이를 줏어들며 씩씩하게 대답한 만기…
의미모를 미소를 흘리며 묵묵히 그런 나를 바라보던 사촌형…
눈빛을 빛내며 수풀 어딘가를 매섭게 바라보던 형 친구…천천히 형 뒤를 따르던 내 눈에 순간 형 친구가 보고있던 수풀에 한가로이 앉아있던 새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저게 꿩이구나 생각하는 찰라 형 친구의 손이 위로 들리더니 냅다 그 새를 향해 들고 있던 돌맹이를 발사!!!
하지만 형 친구가 던진 돌맹이는 꿩이 있는 자리를 꽤 벗어나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애꿋은 나뭇가지를 때리고는 땅으로 떨어졌다. 소리에 놀란 꿩은 어딘론가 푸르륵 날아가 버렸다.‘에이 뭐야 빗나가 버렸네… 저 실력으로 무슨 꿩고기는… 차라리 나보고 던지라고 하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형 친구와 형이 냅다 뛰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른채 나도 따라 뛰었다… 그렇게 뛰기를 몇 분… 갑자기 형들이 멈춰섰다.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 형 친구가 또 돌을 던졌다… 내 눈엔 보이지 않았는데… 꿩이 또 날았다… 형들이 또 냅다 뛰기 시작했다… 나도 냅다 형들을 따라…
‘또 못 맞추었네… 다음에는 내가 던지겠다고 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따라 가는데 갑자기 형들이 멈춰섰다. 그리고 이번엔 사촌형이 어딘가를 향해 들고 있던 돌을 집어던졌다. 꿩이 날았다… 형들이 뛰었다… 나도 뛰었다…
‘에이~~~ 정말… 맞추지도 못 할 거면서… 헉헉…’
형들이 또 멈춰섰다… 너무 숨이 차서 죽을 것만 같았다…
‘아!!! 제발 이제 그만…’
너무 힘들어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근데 또 형이 돌을 어디론가 휙~~~
꿩이 날았다… 형들이 뛰었다… 나도… 헥~~~ 헥~~~드디어 형들이 멈춰섰다… 씨~~익~~
형들 손에 돌이 없다. 형 친구가 돌아서며 내게 손을 내민다… 내 양손에 꼭 쥔 돌을 달라는 것 같다…
난 고개를 흔든다.“잘 맞추지도 못하면서… 꿩은 어딨어요?… 이번엔 제가…”
“저 어디쯤 있지 싶다~~~ 니가 함 던지 볼래?”
“난 안보이는데 어디있어요?”
“나도 안 보인다… 그냥 저 어디쯤 있을기다… 니가 함 던지봐라”??? 이 무슨 황당한 말씀… 꿩은 보이지도 않는데 뭘 보고 던지라는 건지…???
“빨리 던지라…”
친구의 재촉에 마지못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무작정 돌을 던졌다. 휙~~~
꿩이 날았다… 형들이 뛴다… 만기 죽겠네… 그래도 그 산중에 혼자 길 잃고 헤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무서울 것 같았다. 그래서 또 뛰었다. 형들이 멈춰섰다. 그러더니 돌들을 줏어든다… 몇개나 줏어든다…“이~~야~~ 이 놈은 힘이 좋은가 비네~~~ 잘 도망간다~~~ 돌삐들 좀 많이 주야겠다…”
‘흑흑흑… 많이라니~~~ 오!!! 신이시여!!! 어찌 만기를 버리시나이까!!!’
그렇게 던지고, 날고, 뛰기를 수십번!!!
드디어 머리만 숨기고 (과격하지만 좀더 정확한 표현을 빌자면 땅에 쳐박고) 있던 꿩을 의기양양하게 줏어드는 형 친구…
뿌듯한 미소를 흘리는 사촌형…
인사불성이 된 가련한 만기…돌아오는 길에 보니 꽤 높은 산을 두개나 뛰어 넘었었다는~~~
결국 두번째 산은 형의 등에 업혀 형 친구집으로 갔었답니다.
이제까지 뛰는 인간이 나는 꿩을 잡을 수 있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철저히 사실에 근거하여 알려드렸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동네에선 늘 그런 방법으로 꿩을 잡습니다. 제 생각에 그 동네분들은 ‘인간은 위대하다.’ 뭐 이런 명제를 늘 몸으로 보여주시며 살아가신다는…참!참!참!
꿩고기 맛이요?
그 날 시식을 하긴 했답니다. 근데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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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맛이였는지 기억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 꿩고기 그날 이후로 안 먹습니다. 먹고 싶지도 않구요…
혹시 이 글 읽으시고 꿩고기 맛이 궁금하신 분… 경북 봉화로 여행가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