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좃선 사설은 제낀다는 노빠들을 위해…
[이대근 칼럼] 노무현의 롤러코스터 정치
입력: 2007년 05월 09일 17:56:04한국인이 하는 흔한 거짓말이 있다. “정치에 관심없다” “정치 생각만 해도 넌더리가 난다”이다. 그것은 어느 새 한국인의 대화법이 되었다. 그렇게 말해야 대화가 순조롭게 된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신문들이 한때 정치 기사를 줄여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다. 실제 정치 기사를 줄인 신문이 있다. 그러나 신문은 정치 기사를 줄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사람들이 말로는 “정치, 재수없어!” 하면서도 너무나 열심히 진지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잡을수 없는 언행 혼란불러-
미국처럼 일찌감치 양당의 후보가 정해지고 정책토론만 반복하면 한국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낼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좌우 색깔이 분명한 두 사람이 등장하면서 정치적 관심이 살아나 84%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평행선을 달리는 그런 밋밋한 선거에 관심도, 감흥도 없을 것이다. 왜 그런가. 한국에는 미국이나 프랑스에 없는 것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정치. 언제 뒤집히고 꺾일지 아무도 모른다. 이게 있어 한국인은 미국인·프랑스인이 못 느끼는 자극과 흥분을 언제든지 느낄 수 있다. 정당은 쉽게 제조되고 해체되며, 하루 사이에도 정국은 반전된다. 어제까지 한솥밥 먹던 동지들이 다음 날 서로 죽자사자 드잡이한다. 어느 것이 여당이고 야당인지 분간할 수 없고, 선거를 해도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 알 수 없다. 한때 거대 집권당 의원들은 갈 곳도 많고, 오라는 곳도 많았으나 이리 가야 할지, 저리 가야 할지 어제 마음이 다르고 오늘 마음이 다르다.
혼란스럽고 위태위태하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한 이 한국정치는 누구의 작품인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한 사람을 꼽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굳이 한 사람을 지목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는 “국민투표로 재신임 묻자”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며 시민들을 줄기차게 괴롭혔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라는 돌출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켰고, 결국 국보법 폐지 기회를 잃었다.
물 론 노무현정부 때 항상 소란했던 것은 아니다. 닭싸움처럼 싱거울 때도 있고, 소강국면도 있었다. 그러나 ‘모험가 노무현’에게 따분함이란 곧 죽음이다. 그는 고요한 호수를 참지 못하고 돌을 던지는 사람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때는 분쟁을 자제하는 정치관례를 이용해 미리 써 놓은 편지로 신당추진파를 기습 공격, 분란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자기를 비판할 때만 방어하겠다고 해서 방심하고 있는 김근태·정동영을 선제공격했다.
-원칙·대의 운운할 자격 있나-
노대통령은 ‘잠자는 적의’(敵意)를 흔들어 깨우고, 분노와 격정의 불을 댕기는 데 능하다. ‘정치인 노무현.’ 사람 속을 휘저어 이성을 잃게만드는 강력 흥분제이다. 그가 있어 한국정치는 초특급 긴장과 스릴이 있는 초대형 호화액션이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대역전극이다. 아니, 익스트림 스포츠이다.
그가 지금 대의, 원칙, 가치, 노선을 논하고 있다. 그가 무엇을 했나. 책임정치와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당정분리로 국정혼란을 조성하고, 당을 거수기로 만든 끝에 오늘날과 같은 껍데기만 남겨 놓았다. 당원일 때는 당정분리 한다더니 탈당하고는 당정일치를 실현, 남의 당을 자기 수족처럼 주무르고 있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씻어주겠다던 그는 비정규직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공약을 “장사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뒤집고는 비판받자 공개로 바꿨다. 개혁을 향한 시민의 열망으로 탄생된 정권을 자기 맘대로 야당에 통째로 넘겨주려다 실패했다. 그래놓고 여권통합파에게는 “당을 해산하고 누구와 통합을 한다는 말입니까”라고 따지고 있다.
“개헌 않겠다”고 안심시키고는 “개헌하자”며 시민을 들볶았다. 농업은 시장논리로만 풀 수 없다더니 이제는 시장원리를 지켜야 한다고 한다. “반미면 어때”로 표 좀 얻어 대통령되고는 한·미 간극을 대미종속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메운다며 역주행해 다른 쪽 표를 모으더니 “입이 자꾸 째질라 합니다”라고 한다. 그만 하자. 이 롤러코스터의 궤적을 따라 가자면 책 한권은 써야 한다.
그는 앞만 보고 뚜벅 뚜벅 가지도 않았고, 원칙과 가치, 노선대로 하지도 않았다. 좌파든 신자유주의든 상관않고 그때 그때 사정에 따라 마음 내키는 대로 ‘실용적’으로 해왔다. 그런데 지금 원칙과 대의 운운하며 누구를 가르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