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뿐이 그때 좀 야했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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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e 96.***.233.63 1228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언니를 따라 고향찾아 가는것이 큰 기쁨중의 하나이다.
    중소도시를 벗어난 시골 깡촌은 더더욱 흥미거리가 많다.

    그물에 걸린 참새 구워먹기,개구리를 잡아 모닥불에 구워 뒷다리만 주욱 찢어먹던 아이들이
    그때는 모를 캔터키 후라이 치킨도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동네 한 가운데에는 오래된 감나무 두그루가 서 있었다.
    그 고목나무에 똥개를 거꾸로 매달아 잡는 광경은 징그러워 하면서도 담벼락 뒤에 숨어 실눈을 뜨고

    끝까지 지켜보던 둘뿐이다

    어떤날은 논두렁에서 아이들과 함께 바지를 걷어 부치고 까맣고 통통한 우렁을 잡았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마구 집어내도 도망가지 않는 그 우렁이 바가지에 제법 가득하자
    누군가가 팔러 나가자고 제안했다.

    쬐그만 다리로 한시간도 더 걸어서 읍내 장에 다달았다.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나물파는 아줌마들 사이에 끼어 우렁바가지를 내놓고 쪼그리고 앉았다.
    분주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우렁 사세요~’ 마음속으로만 외쳤다. 한참이나 지났을까.

    해가 서산에 기울무렵 드디어 소위 계급장을 단 군인 아저씨가 다가왔다.
    ‘얘! 그 우렁 모두 얼마니?’

    ‘100원이요.’

    ’80원에 떨이 해라.’
    아이들이 처량해서 사주는듯 하면서도 깎는것도 잊지않는 아저씨를 향해 감지덕지 할 뿐이다.
    더 어두워 지기전에 서둘러서 큰집으로 가야 했으니까….

    콧노래를 부르며 스마일 빼찌를 단 쫄무늬 흰 티셔츠에 핫팬츠를 입고 우렁 판 아이들이 지나간다.

    끝도없는 논두렁을 걸어 가는데 갑자기 모자를 푹 눌러쓴 사내아이가 숙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주머니칼을 꺼내들고 ‘옷 벗어!’ 하는것이었다.
    어두컴컴한 길가에서 희미한 얼굴과 이미 벗고있는 다리를 얼떨결에 번갈아 보았지만 그 말을 듣지 않으면 곧 찌를기세였다

    순간 누가주신 지혜일까.
    ‘저기 우리 아버지 오신다아~’ 둘뿐이는 그렇게 소리질렀다.
    아니나 다를까. 둑 아래로 후다닥 달아나는 사내아이를 뒤로 하고

    ‘아버지~ 있잖아요 으응~’

    옆에는 안계신 아버지와 큰 소리로 주고 받는 연극을 하며 뛰었다.

    혹시나 사실이 아닌것을 알아 채고 다시 쫒아 올까 염려 하면서 쉬지않고 뛰었다.

    함께가던 아이들은 벌써 사라진 뒤였고 그들이 먼저가서 상황을 이야기 했을것은 자명한 일이다.

    마을이 희미하게 보이는 언덕위로 걱정하던 큰엄마가 호롱불을 들고 동동거리며 서 계셨다.
    그제서야 큰엄마 품에 와락 안겨들며 ‘으앙~~’울음을 터뜨렸다.

    그해 여름 우렁 판 돈 80원은 온데간데 없었어도 상관 없었다.
    둘뿐이의 사춘기는 시작도 되기 전에 파란을 예고 하는듯 했다.

    어느 초여름인가 친구에게서 빌려온 소설책 씨리즈
    박계영작-님그리워 우는새야를 만화책처럼 쌓아놓고 읽다가
    남녀의 섹스장면을 처음 알게된 그녀가
    얼마나 쇼크를 먹었던지
    며칠동안 뒷짐지고 인간 바라보기를 짐승보듯 했는데

    세월은 아랑곳없이 흘러가고
    자기도 거기에 합류되어 아들을 둘이나 낳을거라는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