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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킹은 분노했다.
그래서 지난 ㅁㅕㅎ일간 쉬지않고 짖었다.
바람이 불어도 짖고, 달이 떠도 짖고, 사람이 지나가도 짖었다. 자신의 꼬리를 보고도 짖고, 땅바닥에 깔린 그림자를 보고도 짖었다. 아무에게나 시도때도 없이 짖어데는 것이야 말로, 바로 자신의 천박함을 까발기는 것 조차도 모르고… 그저 짖고 또 짖었다. 그것이 도그킹의 한계였다.
지난 도그쇼에서 화려하게 도그킹으로 등극할때만 해도 그는 명견의 반열에 오를수도 있었다. 비록 출신이 미천한지라 화려한 혈통서는 없었지만, 관중들을 비웃듯이 꼰아보는 모습은 명견 비수꾸리 하기도 하였다. 이빨을 들어내고, 쥐어짜듯 컹컹~ 짖어데는 폼이 뭔가 끌리는 구석도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감쪽같이 속았다.
그동안 비까번쩍한 혈통서나, 온통 돈으로 쳐발른 도그쑈 단골들에게 식상했던 관중들은 뭔가 토속적이고 반항적인 기질을 보인 이 도그에게 그래서 그만 덜커덕 도그킹의 왕관을 씌워주었다. 지금에야, 우째 내가 저런 천박한 도그를… 땅을 치고 후회하는 분도 계시고, 더러는 손목을 자르고 싶다는 분도 계시지만, 어째꺼나 그는 그렇게 도그킹으로 등극하게 된것이다. 그것은 도그쑈의 수치였다.
물론 이 모든것이 치밀하게 연출된 사기극이었다는 것,
명견은 커녕 천하의 잡견이라는 것이 뽀록나는데는 불과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도그쇼에서 우승한 이후 도그킹이 보여준 품성은… 명견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저히 도그킹으로서의 품위나 기품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었다. 명견의 혈통을 이어받지 못했다는 열등감은 도그킹을 피해망상에 사로잡히게 하였다. 모두 자신을 우습게 본다고 의심하였다. 도그킹의 유일한 취미는 동내 똥개무리를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는 것이었다. 물론 주인님의 명령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앉으라면 서고, 걸으라면 디비 자빠지고, 누으라면 뻣대서고… 그러다가 수틀리면 이빨을 들어내고 짖는것이 전부였다.
심성이 고약하고, 하는 행동이 천박할 뿐만 아니라, 그저 밥먹고 하는 짓이라고는 쌈박질에 짖는것 뿐이니… 사람들은 도그킹의 자질에 대해서 수군데기 시작하였다. 저런 도그가 명견이면 세상에 잡견이 없겠다고 돌아서서 욕하는 분도 계셨다. 기존의 도그 잡지들은 이런 도그킹의 천박한 행동들을 빠짐없이 보도하였다. 모두가 도그킹을 보고 비웃었다. 로또 도그킹이 왕따 도그로 전락한 것은 실로 순식간이었다.
도그킹의 분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왜 도그킹인 자신을 명견으로 인정을 안해주냐는 거다.
자신이 명견이 아니면, 도대체 어느 도그가 명견이냐는 거다.
그러나, 명견이란… 그까짓 종이 쪼가리 도그킹 타이틀로 판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도그킹이 알리가 없었다. 그런 것을 알 정도면 그나마 식견있는 도그련만, 도그킹은 너무나 무식하였다. 명견이란… 주인님의 심기 정도는 미리 알아서 챙기는 영특한 구석이 있어야 함을 무식한 도그킹이 알리가 없었다. 적어도 똥 오줌은 가릴줄을 알아야 똥개 신세를 면한다는 것 조차도 몰랐다. 똥개무리에 둘러싸인 도그는 똥개대장은 될지언정, 모두가 우러러보는 명견이 될수없음을 알턱이 없었다.
사랑과 존경은 타이틀이 아님을 도그킹은 몰랐다.
명견은 그 품성 자체가 기품이 있어야함을 도그킹은 이해를 못하였다.
허구헌날 짖어데는 도그는 절대 명견이 될수 없다고 그렇게 일러줘도, 도그킹의 짖어데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오직 짖고 또 짖는것 외에는, 도그킹이 할줄 아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노무 도그가 입닥치고 있을때는 도둑놈이 담 넘어올 때 뿐이라는 소리도 들렸다. 명견은 똥개를 무시하지만, 똥개는 명견을 보면 짖는다는 도그계의 전설은 사실이었다.
똥개무리에서도 잡음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도그킹을 따르는 도그들과 도그킹에 반기를 든 도그들이 서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더이상 도그킹을 따르다가는 자신들마저 똥개로 낙인 찍힐것이 두려운 녀석들이 반기를 든것이다. 도그킹은 그나마 똥개무리의 우두머리 자리 마저도 위태롭게 되었다.
그래서 도그킹은 오늘도 짖는다.
마치 짖는것 만이 도그킹의 마지막 남은 위엄인양… 짖고 또 짖었다.
동내 잡견에서 명견으로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던 도그킹의 헛된 소망은 그렇게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어차피 바라지도 말았어야할 황당한 꿈이었기에 별반 아쉬움도 없으련만, 도그킹의 욕심은 너무나도 무지했다. 개꿈은 개꿈으로 끝나는 것을 도그킹은 몰랐다.
먼 훗날… 사람들은 도그킹의 추억을 복날에만 떠올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