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바라보며

  • #83776
    PEs 75.***.182.13 8258

    한동안 “영어완전정복” 시리즈 글도배에 대한 죄송한 마음에 한걸음 물러서 있다가 오래간만에 글을 올립니다.

    여전히 낯익은 아이디들도 있고…모두들 잘 지내고 계시죠?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경기가 참 어렵네요. 설마 설마하는데 주위에서도 힘들어하는 분들 그리고 회사에서 정리되어 나가는 옛 직장동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10년전에 한국에서 IMF를 겪으면서 신혼살림을 차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98년도 한해는 그 어느때보다도 힘들고 어려웠었는데…신참가장의 수없이 아내몰래 잠못이루면서 고민하던 수많은 밤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되고 멀리 바라보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그 때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참 철이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그 어려움 속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네요.

    “위기”는 “기회”다 라는 말을, 뻥뚤려 불안하던 시절의 그 아련한 마음을 채우면서 오히려 더 크게 더 넗게 더 멀리 인생의 계획을 세우던 것이 기억납니다.

    중학생들이 낄낄대면서 만화를 보는 늦은 밤의 독서실로 향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무조건 책을 파면서 그 일상의 어려움을 잊으며 위로하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도 그 중학생들에게는 밤마다 조용히 하라면서 잔소리하는 한 아저씨로 기억되겠지만 그래도 그 열악했던(?) 독서실에서 밤늦게 무엇인가를 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차근 차근 세워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2002년도의 실리콘밸리 경기침체를 겪었었고 이번에는 더 힘들고 긴 침체의 터널을 이제 막 들어가는 시점에서 98년도 그 어렵고 두려웠으며 막막했던 시절을 기억해 봅니다.

    그리고 그 허름했던 독서실로 매일밤 무조건(!) 향하면서 언젠가 지금의 노력이 큰 결실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으로 하나 하나 잠 못이루던 밤을 이겨나가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다시 그런 작지만 큰 결심을 또 할때가 된 것 같습니다. 힘들고 어렵고를 떠나서 그래도 “건강함”에 감사하고 모두가 어렵다고 힘들어 할 때 또다시 더 멀리보는 “희망”을 세우면서 10년전의 독서실은 아니지만 작은 책상이 있는 집안의 저만의 공간으로 다시금 매일 다가가려 합니다.

    같이 그 희망의 결심을 세우실 분들은 안계신지요?

    이럴 때일 수록 더 멀리 바라보면서 꿋꿋히 헤쳐나가실 그 멋진 이웃들과 같이 마음으로나마 화이팅하고 또 모두를 위해 기도합니다.

    • NJ 71.***.56.207

      게시판의 오랜 침묵을 깨고 올라온 PE님의 글 반갑습니다. 하루하루 무거운 소식들에 앞으로 견뎌나가야 할 시간들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멀리보는 희망이 필요한때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힘든시간이 내 미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한 부분이라고 맘먹으려 합니다. 아프리카의 두마을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두마을보다 가뭄이 극심해 먹을것이 아무것도 없어 주민들이 모두 굶어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원조팀이 그해에 식량원조팀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이듬해 봄에야 도착을 했습니다. 한마을은 굶어죽은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다른 마을은 반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했었습니다. 이유는 첫번째 마을 사람들은 구호품이 도착한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고 두번째 마을사람들은 포기한 사람들이 많아서 였다고 합니다. 멀리 바라보는 제 희망설계가 저의 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 NetBeans 63.***.161.178

      잘읽었습니다. 기름값이 한창 올라갈때마다 PEs님의 글속에서 보았던 4불대 개스가격현실만 떠오르네요. 여기 달라스는 현재 1.8불대의 개스가격인데, 이 가격대는 2004년도이후에 첨보는 가격대입니다.

      요즘은 직장인이 모이면 하는이야기가 경기이야기뿐이네요. 멀리바라보고 비지니스준비를 해야할까요? ㅋㅋ

      이른 인사말이지만, 저도 포함해서 모두 올해동안 마무리 잘되기를….

    • done that 66.***.161.110

      오랫만에 오셨네요. 글도 반갑고 아이디도 반갑네요.
      이 조그만 도시에도 해고의 바람이 불고 있네요. 아직은 차제조공장쪽이지만, 그게 커지면 누구에게나 해고바람이 오겠지요. 날씨도 춥고 해도 안나는 중에 좋은 글 읽고 갑니다.

    • 꿀꿀 136.***.2.26

      책상에 앉으시면 주로 어떤책을 읽으시는지,,자세히 알려주시면,,관심있는 건 저도 같이 읽어 보도록 하지요,,

    • 희망 71.***.205.172

      PES님 오랫만에 소식 들으니 반갑네요. 오래전 IMF를 호되게 겪은 기억이 있어 공감이 갑니다. 위기는 기회다는 각오만 있으면 언제나 희망은 이루어지게 되어있습니다. 어려운 시국에 모두들 좋은 의견을 나누며 열심히 살다보면 또 햇볓 들 날이 있겠지요.

    • eb3 nsc 98.***.14.48

      PEs님 반갑습니다..오랫만이시네요… 저도 그때 IMF를 겪으면서, 주변 직장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걸 보면서 마음 아팠던 추억을 해 봅니다..지금도 어렵고, 힘이들지만, 더 어려웠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위안삼고 기운내 볼려구요.. 일단 가족모두 건강함을 감사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겠지요…

    • 반가움 149.***.138.158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 bread 66.***.89.113

      PEs님, 반갑습니다. 간만에 오셔서 또 좋은 선한 말로 함께 힘을 주시니 더 감사하네요. :)

      “건강”은 정말 있을때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다시 느끼면서, 운동 계속 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평안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기를~

    • PEs 75.***.182.13

      모두들 반갑고 또 반가운 답글들입니다.
      일상에 지쳐 정신없이 살다가도 비록얼굴은 모르지만 답글로나마 안부를 묻고 삶의 작은 한 부분이나마 글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네요.

      건강이 가장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새삼 느낍니다. 얼마전 트레드밀이 망가져 버렸는데 추수감사절 세일 할 때 저렴한 모델로 다시 하나 마련해서 아침마다 꾸준히 운동하려 합니다. 이것도 하나의 작은 결심이고 먼 미래를 위한 진정한 투자이자 희망이 되겠죠?

      꿀꿀님, 저는 요즘 여러번 봤지만 또 다시 보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사 100장면’이라는 책인데, 봐도 봐도 재미있습니다. 아주 단면으로나마 다시금 미국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미국이 어떻게 지금까지 달려왔는가를 보면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실패가 가장 큰 교훈이고 가장 오랬동안 영향을 미치는 매가 되듯이 이번의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지난 몇년간의 금융관련 문제를 통하여 미국이라는 나라가 또다시 교훈을 얻고 다시 굳건히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미국이라는 이땅이 이제는 고향처럼 점점 애착과 애증이 교차되니, 역사의 작은 단면들이 더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 PEs 75.***.182.13

      참 ‘미국사 100장면’ 이라는 한권의 책이 자꾸 봐도 질리지 않는 이유중에 하나는, 한 역사의 단면들을 위키피디아로 검색해서 다시 보면 더 자세히 알게 되고 더 재미있는 것 같더군요.

      우리도 언젠가는 한국에서 온 이민자라는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겠죠…

    • 6년만기 24.***.74.254

      오지 않을것 같던… 우리 회사만은 운좋게 비켜갈것 같던… Lay Off…
      이주일전에 발표가 있었습니다. 12월 1일부로 Lay off 명단이 발표된다는 군요… 2%…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보면 그리 크게 보이지 않을수도 있지만 그 2%에 속하게 될 누군가와 그 누군가를 믿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 될 것임을 알기에…

      다행이 제가 맡고 있는 부분은 당장 마땅한 대체자를 구할 수도 없고 또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업무(프로그램 개발)파악이 용이하지 않은 일이라 조금은 자신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노심초사의 심정으로 그 2%에 속하지 않길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텨갑니다.
      근근히 하루를 버티는 저에게 PEs님처럼 더 멀리 바라볼수 있는 용기를 주시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듀3 67.***.100.203

      PEs 님과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있었던 거 같아서 쓰신 글에 공감백배입니다.
      IMF터졌을때는 참 힘들었는데…그 시기를 지나오면서 인생에 단단한 반석을 마련한 느낌입니다.
      그때 월급도 못받고..회사 도산하는 거 보면서 하루하루 버텼었는데…지금은 공간이동이 되긴했지만 미국에 와서 이런 불황에 회사 짤릴꺼 걱정하면서 버티는게 그때보다는 쉽네요.
      그리고 희망이라는 것도 생기구요…어두운 밤을 지나면 새벽이 오기 마련이니깐요.. 버티다 보면 또 좋은 날 있겠죠..
      우리 모두 힘내자구요..

    • 나그네길 216.***.221.218

      저도 IMF무렵에 신혼이었죠…제가 일하던 회사도 직격탄을 맞고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동시에 문을 닫았죠… 이 일이 미국에 오게된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었구요…(물론 환율때문에 바로올순 없었습니다..ㅎㅎ)

      어려운 시기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잘 버텨나가 보시자구요..

    • Cat 24.***.63.90

      오늘 오후 4시경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 바로 근처에서 layoff당한 중국계 남자가 shooting 을 해서 3명이 사망했네요.. 아직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는데 저녁에 집에 오는길이 왜그리 겁나던지요.

    • NXT 64.***.109.242

      98년 가을… 전 직장생활 1년차의 대기업 신입사원이었었죠. 어느날 갑자기 부서별로 10% 감원 명단을 올린다고 하더이다. 그 때만큼 심각하게 제 미래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과연 짤리면 뭘해 먹고사나… 내세울만한 경력도 없고, 뛰어난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그 흔한 자격증도 하나 없고… 결국 토플공부를 시작했고 지금 이 곳에서 살고 있네요.

    • 차칸거 24.***.219.195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는 올 4월 1일 h1 비자를 지원 하는날 사장으로 부터 해고통지를 받았습니다. 몇일 뒤 사장은 도망가고 회사 청산을 마치고 주위를 살펴보니 막막하더군요. 그 뒤 7개월 동안 Job offer를 받아 다닌 회사 3곳이 다 망했습니다. 다 포기하고 싶었고 내가 왜 먼 이국땅에서 이렇게 지내야 하나, 통장에는 다음달 렌트비만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결과 저는 지난주부터 새로운 직장을 잡았습니다. “반드시 밀물은 오리라. 그 날 나는 바다로 나아가리라.” 카네기가 좋아했던 말이고 저를 지금까지 잡아주고 있는 말입니다. 우리 같이 바다로 나아가는 그 날을 위해 준비하고 기다립시다..아자!!

    • PEs 75.***.129.252

      NXT님, 그리고 차칸거님 모두 대단들 하시네요.
      지금의 어려움이 시간이 지나서 뒤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을때에 인생의 큰 자산이자 자녀들에게 무엇인가 소중한 경험을 전할 수 있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이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차칸거님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사시는 그 삶속에서 그리고 참 많은 잠 못이루던 밤을 이겨내고 앞으로 꿋꿋이 전진해 나아가는 그 모습에서 저도 많은 힘이되고 용기가 됩니다.

      건승하시기를 바라고 또 그러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