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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와의 공감대는 신을 믿는 것도 믿지 않는 것도 과학적 입장에서 보자면 결국 확률에 근거한 것까지라는 것이 되겠네요. 그 이후에 님은 그 확률이 매우 작기 때문에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하지만 그 결론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존재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prove하려면 일단 논리적인 정의가 먼저 필요합니다. 솔직히 님께서 언급하신 도깨비나 제우스 같은 개념은 솔직히 그런 정의조차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적어도 과학적 방법론이 팽배한 시대에 이르러서는 그런 존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기껏해야 극극소수이겠죠), 그 이후의 시도는 무의미 하다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나름 사람들의 공감하는 정의가 존재하는 산타클로스의 경우, 크리스마스 이브에 굴뚝을 내려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가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 과학적으로 disprove할 수 있겠죠.
적어도 기독교에서 신을 믿는다고 할 때는 애초에 우리는 신이 인간 보다 상위차원에 존재하는 무언가로서 우리의 지식의 틀로서 정의할 수 없는 존재로 생각합니다. 단지 우리는 그 분께서 드러내신 몇몇 일들과 속성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만물을 창조하신 분 또는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 또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 등등 대부분의 기독교인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죠. 님께서도 언급하셨다시피 지구상에서는 수천 수백의 종교가 존재했습니다만, 대부분이 사라진 것은 나름 그들의 신에 대한 정의나 믿음의 체계가 명백하게 도전받는 것을 신자들이 보았기 때문이겠죠. 신께서 무언가를 해 준다고 해놓고 안 해 줬다거나 뭐 또 교주가 부활할 거라고 해서 몇 년간 시체를 가지고 있어봤자 아무것도 안 일어난다던가.
기독교가 진짜이거나 아니면 그것을 만들어낸 이들이 다른 이들에 비해 매우 똑똑해서 인지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하나님은 그런 식으로 disprove되지 않았습니다. 1997년 Nature의 survey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 중 창조주일뿐 아니라 기도를 들어주시는 신을 믿는다는 비율이 40% 라고 합니다. 이 수치는 80년 전 조사와 같은 수치라고 하네요. 단지 신의 존재에 대해서 질문했더라면 그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 나올것이구요. 님께서 언급하신 통계 수치는 놀랍군요. 10년만에 그 정도 변화가 있었을까 싶네요. 레퍼런스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님께서 신에 대한 근거를 찾지 못하겠고, 그럼으로 인해 믿을 수 없다고 하신다면 그에 대해 별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습니다. 내심 하나님을 알아서 더 나은 세상을 알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소망을 가져 보기도 하지만, 그런 변화를 제 힘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기 때문에 딱히 시도할 생각도 없습니다 (아주 특별한 계시를 받지 않는다면요).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것이 무슨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어리석음인양 말씀하시는 건 그다지 달갑지 않네요. 그리고 그런 주장이 논리적이지도 않은 것 같구요. 어떻게 생각해 보면 신앙을 필연적인 결과인양 타인에게 강요하는 기독교인을 대할 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느낄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글 쓸 때 잘못된 기독교인의 행태에 대해 논외로 한다고 한 건 분명 그런 분들이 있음을 알아서 입니다 (저도 뭐 썩 자유롭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님의 글 쓰는 태도도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는 그 분들과 썩 다른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