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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디로 튀나?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서 “당정 분리와 같은 제도는 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틀 전 원광대 특강에서도 “정치의 중심은 정당이고 대통령의 정권은 당으로부터 탄생한 것”이라며 “당정 분리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 분리 원칙은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기차게 강조해 왔던 핵심 사안이다. 2005년 6월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에서는 “대통령과 당의 분리는 대통령이 임의로 만든 게 아니라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만든 것이고 이미 당헌.당규로 제도화돼 있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임기 8개월을 남겨둔 노 대통령이 갑자기 당정 분리의 재검토를 제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범여권 대선 주자들의 차별화 행보와 “대선에 관여하지 말라”는 각계각층의 비판을 차단하려는 목적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범여권의 한 인사는 “향후 ‘대통합 신당’이 생길 경우 그 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민주당 이기훈 부대변인은 이날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정 분리를 명분으로 입을 다물고, 대선을 앞두고선 자세를 돌변해 적극 개입하는 것은 자아분열 행위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언급은 당정 분리 제도에 대한 회고적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과거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총재’의 폐해가 당정 분리 실행으로 상당히 해소된 만큼 이제는 책임정치를 제도화할 때가 됐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성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