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 #410287
    답답 24.***.82.143 5210

    한국 방송을 잘 보는데 오늘 황금어장에서 유세윤이라고 잘 나가는 개그맨이 울더군요.

    자기는 미래가 궁금하지 않다. 선배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미 너무 와버려서 내겐 꿈이 없다… 라는 말을 하더군요. 인생에 대한 허망함? 우울증 비슷하게 겪는것 같더군요.
    그걸보고 전, ‘저 녀석이 배가 불렀구나, 앞으로 갈길이 얼마나 먼데 인기 좀 있다고 건방지게 꿈을 다 이룬 마냥 저러는구나’ 하고 혀를 차면서도, 또 유세윤에게 왕호감이므로, 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저녀석이 그냥 잘난맛에 척하는것 건 아닐텐데…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 기분도 싱숭생숭해서 드라마보고 느지막히 쇼핑을 나갔는데 (회사가 널럴해서 4시반이면 집에 옵니다. 일다운 일을 하는것도 아니구, 그러면서 연봉은 쏠쏠해서 많은 고민중입니다. )
    시계를 보는데 쇼핑하다보니 눈에 차는 시계는 다 500불이 넘더군요. (구찌 시계가 맘에 들었는데 750 이더군요. 사려면 사겠죠. 근데 아시잖아요… 그런 고민. 물론 후덜덜하게 비싼시계에 비하면 이정도는 정말 껌값이라는 것도 압니다. 십만불 넘는 벌컨 백 들고 다니는 아줌마들도 있는가 알구요. 허나 제 수준이라는게 딱 이 칠백불짜리 시계 사는걸 고민하는 수준이더군요… 그렇다고 십 이십불짜리 시계차기엔 나름 눈이 높고…)
    500불 넘는 시계 암 생각없이 팍팍 살만큼은 못버는만큼 고민 좀 하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순간 깨닫게 되는게,
    아, 난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구나.
    그냥저냥 눈치보며 회사다니고, 주는 돈으로 근근히 아껴가며,
    오늘이 내일처럼, 내일이 오늘처럼 그렇게 살겠구나…
    하니까… 갑자기 우울함이 확 밀려들더군요.
    쇼핑 나갔다가 사는 것도 없이 그냥 우울하고 허탈해져서 돌아왔습니다.
    그냥 다 팽개치고 스타트업에 조인이라도 해서 좀 손해보더라도 잡생각 안 나게 함 빡세게 살아볼까 싶기도 하고…
    이정도 편하게 돈 괜찮게 주는 데 없다, 인생 다 그게그거니 그냥 저냥 살자 싶기도 하고…
    아—-
    그냥 답답하게 우울하네요…
    • bk 208.***.36.214

      자기가 할수없는걸 고민하면서 나아질려고 노력하는게 인생아닐까요?
      처음부터 다가진 사람들, 물론있죠.
      처음부터 다가진 사람하니까 문뜩 패리스 힐튼이 떠오르는데, 저는
      그사람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없습니다.
      그사람이 가진 재력으로 주위에 친구같지않은 인물들이 많이 들러붙겠죠.
      그런데 그녀가 만약 재산이 탈탈 털린다면 그사람은 뭘 하고 살까요?

      문뜩 영화 funny people 에서 eminem 이 했던말이 생각납니다.
      에미넴이 유명세를 타고 자신이 무서울것 없는 재력과 신분이 되어도
      I can’t go to fucking chuckecheese, walmart, kmart, you fucking name it I can’t go there.

      지금보다 나아진 인생을 사려는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인데,
      그걸 돈이 만족할순없는거겠죠.
      유세윤도 분명 다른 사정이 있을겁니다. 부디 우울증을 다들 잘 극복하기를 바랄뿐…

      • 원글 24.***.82.143

        예, 저도 어렴풋이, 이게 그냥 인생을 살면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패리스 힐튼이라고 이런게 없을까요… 제가 너무 돈에 초점을 맞춰 글을 쓰긴했지만, 다 가진 사람들도 그 나름의 정해진 삶에 대한 무료함, 허망함이 있겠죠.. 그래서 아마 마약들을 하고, 도박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절박한 삶의 현실에 하루하루 고민과 좌절에 사시는 분도, 정말 나이는 나이대로 들고, 살만큼 살아서미래라곤 아무 희망 없는, 어려운 이웃들도 있는 것 압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느끼는 허무함이 덜해지는 건 아니겠죠..
        암튼 우울해져서 위로겸 속풀이겸 글 올렸습니다.
        조언과 위로 감사드립니다

    • 저는 204.***.79.48

      저도 10불짜리 살 때도 가격 비교하고, 수백불이 되면 함부로 사게 되지가 않습니다. 고장난거 다 고쳐쓰고. 누군 저더러 짠돌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런데, donation할 때는 500불, 1000불 하면서 아까와하지 않습니다.

      • 저도 71.***.117.235

        저랑 비슷하신 분이네요. ^^

        저도 왠만한거 아껴 쓰고 잘 안사는 편인데 첫 월급으로 받은 수천불 일부는 교회에, 나머지는 몇몇 자선단체들에 다 기부했어요. 그 후에도 매달 조금식 기부하고 있구요. 쓰고나니 자랑같아졌지만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보다 조금 힘든 사람 도와줄 마음으로 살면 돈에 대한 욕심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 ㅇㅇ 71.***.213.51

      님께 인도 여행을 권합니다. 바라나시가셔서 갠지스강가에 앉아 생각 정리가 필요합니다.

    • 63.***.159.162

      구찌 시계 그냥 사셔서 차시고 기분전환하시기 바랍니다.
      750불 큰돈입니다만, 그돈 가지고 계시거나 안가지고 계시거나 외롭고 우울함에 변화가 없으실것 같으면, 시계사시고, treat yourself 하십시요. 그돈 또 버시면 되쟎아요.
      삶에는 업엔다운이 있읍니다. 우울하다가도 또 기분좋은 날도 있는거죠. 현재의 일상생활에서 좀 변화를 가져보도록 하십시요. 구찌시계를 차시고, 하고 싶어하시는 일 (i.e. 하비)을 좀 열심히 해보세요, 그것이 뭐던간에요.

    • ㄴㄴ 68.***.143.225

      원래 겨울이 좀 우울해요. 그리고 사람 사는게 다 거기에서 거기죠 뭐. 뭘 해도 뭘 가져도 공허하고 채워지지 않는 뭐 그런 허전한 기분은 누구나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죠.

      그래도 님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도 드물테니 감사하면서 그 여유로움을 즐겨 보세요. 하나 둘 사소한것에도 감사해 하는 습관을 들이면 졸릴때 마시는 2불짜리 커피에도 행복해 질 수 있고 배고프고 추울때 먹는 1불짜리 라면에도 행복해 질 수 있어요. 물론 구찌시계의 빈자리는 750불 만이 채울 수 있겠지만요;; 그리고 depression is a choice 란 책도 있던데 우울감과 행복감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종이 한장 차이 아닐까요? 암튼 뭘 사시던 뭘 하시던 기분전환 잘 하시고 감사하는 삶 사시길 바래요~

    • 긍정 98.***.254.64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시고 너무 절약만 하려고 하지도 마시고 적당히 스스로를 존중해주기도 하세요. 구찌 사서 오래오래 기쁠 것 같은 마음이 들면 그래도 한 번 그렇게 하시구요.

      어차피 돈 많이 버시더라도 그 수준에 맞게 욕심 나게 돼 있답니다. 벤처 들어가서 돈 많이 버셔서 10,000불 짜리 시계 차고 다녀도 그 때 되면 또 더 한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님의 눈에는 이제 더 이상 10불, 20불 짜리는 안 들어오듯이……

      그게 끝이 없는데 그렇다고 너무 눈을 10불, 20불 짜리로 낮추려고 노력하지도 마세요. 그렇게 되지도 않구요.

      어느정도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기쁘게 생각하고 살아가시길…… 구찌 시계 차고 기쁘게 지내시면 되잖아요. 이게 삶의 많은 영역에 적용이 된답니다. 연봉이든 집이든 차든…… 물질적인 거 말고도……

    • ^^ 76.***.34.167

      구찌 시계는 어중간하네요. 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까르띠에만큼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가격 무난하고 이쁜 것을 사던지, 까르띠에나 불가리처럼 좋은 시계를 사던지…

    • 71.***.122.143

      나같은 사람은 왜 시계같은건 이해가 안가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손목시계는 귀챦아서 고등학교때인가부터 때려쳤네요. 언제부턴가 보니까 주위가 다 시계천지더라구요. 과연 내몸에 걸치는것도 귀챦아죽겠는데 나만의 손목시계가 또 필요할까….하고서. 지금도 셀룰라폰(아주구식)에 시계보고 날짜보면 충분하네요. (우끼는것은 공항가면 많은 공항들이, 아무리 찾아도 시계가 없을때 정말 황당. 그러다 보통 비행기 이륙/착륙 스케줄 모니터 한쪽 구석탱이에 현재 시간이 표시된다는걸 알게 되었죠. ) 후배한테서 어디가면 중국인소리 안듵냐고…그래서 그렇다고… ㅎㅎ.

      그런데, 저 개그맨이 누군지 몰라도, 그 성공이란게 아주 사소한거라고 할지라도, 그 우울증 이해가 갑니다. 사람의 마음은 화성에 혼자 갖다놓아도 강인하게 잘 살아갈수 있기도 하고, 부족한거 없어도 무너져버리는 참 부서지기 쉬운것이기도 합니다. 내 마음대로 나자신마저도 다 콘트롤되지 않는다는걸 그때가서 배우게 되지요. 극복하게 되면 또 새로운 눈이 떠지게 되겠지요.

      • 원글 24.***.82.143

        저도 젊을때는 시계 안차고 다니고, 지금도 많은 경우핸폰시계를 애용합니다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대한 경계심? 경각심같은 게 생기더군요.
        제 나이또래의 사람들(30대 중후 40대 초까지)을 보면 확실히 약속시 사람들이 서로의 시간을 철저히 존중해주려는 게 보이고, 저 스스로도 좀 엄격해진 편입니다. 나이들어서 약속시간 안맞추고 늦게 나오는 사람들보면, 칠칠맞아 보이고, 상대를 무시하는것처럼 보입니다. 나만 그런가 했었는데, 저만 그런건 아니더군요.
        그래서인지, 시간을 자주 확인하게 되어서 예전엔 안차던 손목시계도 근간에 차게 되더군요.

        그나저나…
        님댓글중에 ‘사람의 마음은 화성에 혼자 갖다 놓아도 강인하게 잘 살아갈 수 있기도 하고, 부족한 거 없어도 부서져 버리기 쉽다’하는 말이 인상깊네요.
        굳세게 자라서인지, 그런 부서질 수도 있는 인간의 마음같은 거 별로 신경 안쓰고 솔직히 이해할 수도 없었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 그런것도 이해가 되는군요.
        나이 먹으면 사람 맘이 더 약해지나 싶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냥 이해심이 많아지는 걸로 여기렵니다 :)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인간 198.***.147.71

      제 자신의 경우를 보면…걱정없이 배가 부르면 꼭 그런 근원적인 고민, 외로움을 더 느끼는 것 같아요. 인생은 왜 사나, 쇼핑으로 달래도 보지만 그 만족감은 금방 사라지고 오히려 쇼핑으로 기분푸는 자기 모습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까..

      몇달간 직장일로 속을 엄청 끓였는데 인생 고민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당장 오늘, 내일 걱정하느라 바빠서 인생에 대한 막연한 고민이나 우울하다고 감상에 젖을 새가 없더라구요. 아니면 조카네 집에서 갓난쟁이들 돌봐주느라 아침 저녁 진빼고 피곤해서 잠들때도 마음은 편하구요. 이래서 결혼하고 애들 키우고 그러나보다 싶기도 하고..

      특히 한국에서 건너와 싱글로 살며 회사원 생활하시는 분들은 아마 더 이런 외로움이나 무력감에 공감 많이들 하실 것 같은데 정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더라구요. 술이나 쇼핑 이런 것들말고 좀 바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힘든일이란건 알지만..

    • 덩어리 208.***.233.180

      저도 비슷한 경우입니다만.. 남자인지라서 그런가.. 뭐 쇼핑을 그리 즐기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그로써리 쇼핑은 아주 가끔 갑니다. 많이 가면 한달에 두번.. 아니면 한번..
      쇼핑몰 같은데는 아주 안갑니다. 돈 낭비.. 뭐 이런게 아니라.. 그냥 갈 일이 없습니다. 옷 같은거는 그냥 아웃렛 가서 한꺼번에 필요한거 다 사고요.

      그로서리 쇼핑도 그렇고.. 다른 쇼핑도 그렇고 단 시간에 끝냅니다.
      사람들을 많이 아는건 아니지만.. 직장동료나 와이프들 만나게 되면 쪽팔릴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다람쥐 쳇바퀴 .. 100% 싱크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