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족의 첫글..

  • #409135
    Lymph 75.***.236.208 3918

    여기 글들 참 재미있게 잘 읽고 있는 눈팅족입니다.

    남자 혼자 살면서 생기는 감정들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한번 얘기해보고 싶네요.

    첫째로, 요리하면서
    ‘아 나 왜 이렇게 요리 잘하지? 나중에 마누라한테 사랑받을거야!’
    라고 혼자 흐뭇해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그 나물닷컴가서 레시피보고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막 응용하면서 요리하고선
    ‘풉, 나물님따위 이제 내가 가르칠수 있어’ 한답니다.

    둘째로, 어두컴컴한 방에 컴퓨터 화면 보면서 드는 외로움들
    옛날엔 한국에 전화도 하고 메신저로 떠들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맥주 한잔으로 혹은 빨래하고 설겆이하고 진공청소기 밀면서
    그냥 넘어가려합니다.
    어차피 그 공허감은 채워지지 않을뿐더러,
    제가 미국에 떨어져있는 싱글로써 감내해야할 부분이라고
    체념하게 되는 부분이죠.

    셋째로, 추억을 먹고 산다라..
    전 살아오면서 딱 한번 연애를 했습니다.
    못생긴 축에 속하고 소심도 한 편이라,
    4년동안 한 여자만을 사귀어봤고 그 기억은 참 한번뿐이여서였는지..
    앞으로 다른분을 만나게 되도 혹여나 지워질 기억인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보다 요샌 더 또렷하게 그 분이 입었던 옷이나..
    샴푸냄새같은게 문득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참 행복했었다’라고 혹은 앞으로 쭈욱 혼자 살게 된다면..
    제 평생을 가지고 갈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에 왜 글을 남기는진 모르지만,
    맥주 한잔하는 기분좋은 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Esther 70.***.197.9

      나물닷컴이 모예요???

    • Lymph 75.***.236.208

      첫 댓글이네요.ㅎㅎ
      http://www.namool.com이라고 요리 잘하시는 남자분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거기서 요리를 배우고 있어요.

    • 아줌마 71.***.72.187

      저도 나물이 쓰신 요리책을 주로 보고 요리를 하지요. 저희 남편도요 ^^

    • SH 24.***.224.53

      두번째 항목에 무척 공감가네요.
      외로와 외로와~ 하면 사실 더 외롭죠.
      저도 음악 들으면서 이것 저것 집안일 하다보면
      (집안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으니 이거야 말로 신경을 분산시킬 수 있는 좋은 일거리죠.)
      금방 기분이 회복 되더라구요.

    • charm 24.***.76.16

      님. 참 말씀 잘하십니다.
      어쩌면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십니까.
      느는건 요리밖에 없네요..
      오늘도 직장동료 베이비샤워 가는데 김밥 만들어가지고 갔더니
      다들 너 이제 장가가도 되겠구나…하는데 그 공허함이란 이루말할수 없었지요. 유학온 누구든지 외롭자고 유학온건 아닌데 요리와 감성지수는 점점 늘어가고 집에서는 한국와서 선보라하고…ㅈㅏㅊ 답답하네요.

    • 24.***.195.201

      글에 마음을 울리는 여운이 있네요. 괜히 눈물이 핑 돕니다.
      행복하시기를…

    • Chris 69.***.179.52

      글을 읽어보니 심성이 참 착하신 분이신거 같습니다. 당연히 좋은 짝을 만나실꺼구요. 지금 배우신 요리법 등등으로 사랑받겠죠. 외모보다는 옷을 깔끔하게 잘 입고 재미있거나 매너있는 사람은 여자에게 사랑받는 경우가 대부분인거 같아요. 여튼 좋은 일만 함께 하시길

    • 착한사람 24.***.215.215

      남자분이신거 같은데…
      마음이 참 맑으신 분 같습니다.
      양다리 걸치면서, 자기 이기심에 양쪽 모두에게 희망을 주면서
      미국땅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남자도 있던데.
      놀아나는 여자들이 불쌍하지요.

    • Chagall. 69.***.147.12

      저도 나물닷컴 팬이에요. 그 분이 쓰신 요리책이 제 요리 선생님..^^

    • ashley 67.***.20.220

      저두 요리하는거 좋아하는데 나물닷컴 잘 이용해야겠네요….^^
      전 이것저것 만들어서 사람대접하구 초대하는걸 참 좋아라 했는데 그동안 살던집에서 눈치보여 부엌을 잘 쓸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이사하자마자 장봐서 밑반찬 만들구 냉장고에 넣어놓구 혼자 뿌듯해 하다가 내가 이거 혼자먹자구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막…-_-;;
      문제는 한끼 잘 먹자구 뭔가 만든다는게 참 점점 허무해진다는 거 같아요.
      같이 먹을 사람이 있음 덜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