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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미국 온 사람인지라, 공부한답시고 있는 돈 다 쓰고, 이제 겨우 다시 시작하는 단계이지요.
어느새 나이는 많이 먹어, 주위의 잔소리에 결혼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여러 사람을 만나봤습니다.저는 얼마전부터 그냥 혼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조건으로는 제가 만난 여자분들의 기대수준을 만족 못 시키겠더군요. 물론, 좋은 분들도 많겠지만, 제가 복이 없어서 그런건지 그런 여자분들을 만나기 힘들더군요.그래서 여자한테 쏟을 정성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즘 이것저것 생각중이었습니다.며칠 전에, 아는 분이 뜬금없이 이야기 좀 하고 싶다길래, 지나는 길에 잠시 들렀습니다. 그러더니, 언제까지 이러고 살거냐고, 결혼 안할거냐고 하길래, 안한다고 했지요. 그냥 이대로 혼자 살려고 생각중이라고 했습니다. 괜찮은 아가씨 있는데 혹시 생각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됐으니까 다른 분 소개시켜 주라고 했지요. 예쁘답니다. 그럼 다른 분 소개시켜주시라고 했죠. 싹싹하답니다. 그럼 다른 분 소개시켜주시라고 했죠. 한국에서 디자인공부하셨답니다. 그럼 더더욱 다른 분 소개시켜주시라고 했죠.그러면서 저보고 영주권이 있냐고 물어봅니다. 남녀가 만나는데 영주권자인게 왜 궁금하시냐고 제가 불체자면 소개 안시켜주실거냐고 했지요. 워낙 오래 알고 지낸 분이고, 당연히 오래전에 말씀드린 적 있는데도, 확인하듯이 물어보는 것에 약간 빈정상한거죠.그래서 물었습니다. 도대체 몇 살인 아가씨인지요. 30대 초라면서 말끝을 흐립니다. 경험상 이런식으로 흐리멍텅하게 나이 말하는 거 보면 분명 30대 초는 아니지요. 34 아니면 35이겠군요 그랬더니 아마 그 정도 됐을거라고 하더군요.그러더니 저보고 둘이 먹고 살 정도 버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혼자서 쓰기에도 부족하다고 했지요.그렇게 예쁘고 싹싹한 아가씨가 미국 온지 5년이나 됐다는데 왜 남자를 못 만나나요? 물어봤더니 인연이 없어서 그렇답니다. 그건 아니지요. 그 여자가 찾는 남자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모르고, 그 여자를 만나겠다고 했던 남자들은 그 여자가 생각했던 조건이 아니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물론 제가 조건이 좋다거나 잘났다는 말은 아닙니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유부남 아니고 이혼남 아닌 사람 찾다가 이제야 제 차례가 됐다는게 좀 씁쓸하네요. 그러시더라구요, 결혼 한 적 없으니까 그나마 물어보는 거라던데요.저정도면 나이도 많겠다, 그 분 눈에는 제가 가끔 소개팅도 나가고 그러니까 결혼 못해서 안달이 나 보였는지, 여자 소개시켜 준다고 말하면 덜컥 미끼를 물줄 알았나봅니다. 제가 첫 질문부터 결혼 생각 없다고 말하니 적잖히 당황하시면서, 혼자 살면 추하다, 지금은 괜찮아도 나이 먹으면 꼴 우습다,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겠냐, 한국에서 여자 데리고 오면 오래 못산다 등등 이러더군요. 그러면서 계속 예쁘다고 강조하길래, 예뻐서 뭐하냐고 했더니 어딜 가도 다른 사람이 보면 자랑스럽지 않겠냐고 하더군요.예뻐 봤자 20대나 빛을 발하지 여자 나이 30대 중반이면 얼굴 뜯어 먹고 살 것도 아니고, 결국 신분 해결해 주고 뒷바라지 할 사람 찾는 것 같은데, 그 대상으로 제가 뽑혔다는 게 기분이 나쁘더군요. 제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나봅니다.못생겨도 매력 넘치는 사람 많고, 불체자가 아니라 밀입국자라도 사람이 좋으면 된 거고, 설마 굶어 죽겠습니까?그냥 좋은 사람 있는데 만나보라고 계속 권했으면 만나 봤을지도 모르겠는데, 왜 제가 영주권자인게 궁금하고, 얼마 버는지가 궁금한지, 그걸 알고 싶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그 여자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은 갖춘 사람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고작 내세운게 예쁘다?아랫글들을 보니 조건을 정확히 적어놓으신 분도 계시고 예쁜 여자 좋아하는 남자의 심리에 대한 글도 있고, 모두 정상이고 맞는 말입니다. 다들 대놓고 이야기를 안할 뿐이지요.아마 소개시켜준다는 여자분이 20대의 예쁜 아가씨였다면 혹해서 만나봤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30대 중반의 달랑 미모 하나로 노총각을 낚으려고 했다는 것에 씁쓸하더군요. 예쁘면 다 용서될거라고 생각했나봅니다. 얼마나 제가 그렇게 덜떨어져 보였으면 그랬나 반성하는 기회가 됐습니다.=======================================================================================폭풍같은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30대 중반에 잘 나가는 여자가 저같은 사람 거들떠 안본다는 말에도 동의하고, 그래서 말씀드렸다시피 누굴 만날 생각이 없으니 흥분하시지 않아도 됩니다.반대로 말하면 30대 중반에 못나가는 여자분들은 저같은 아무나 만나도 된다는 뜻인지요.전 저를 위해서 소개를 해 주려는 것이 아닌 그 여자를 위해서 저를 소개시켜주시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야기 하시자마자 그 여자분이 어떤 조건이건 관심 없다고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자꾸 이상한 말씀 하시며 만나보라고 하셨으니까요.소개시켜 주신다는 분은 저에 신상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계시고, 그런 분이 재차 여러가지를 물어보신 것은 분명 상대방이 그런 것들을 요구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영주권이며 돈이며 그게 뭔 대수라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들에는 관심이 많고, 정작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인지, 사람 자체 하나로는 부족했던 것인지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