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선출마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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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 24.***.147.135 2235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과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면, 노무현은 자신의 대선출마 연설에서 말한 것은 이루었습니다.
    박정희때처럼, 온 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과제였습니까.
    삼성에서 메모리칩 좀 더 수출해서 국가생산성 높이는게 꿈이였습니까.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토대 위에 신뢰를 쌓고, 그 위에 모든 것들이 그것을 밑거름 삼아 쌓아가는 것이 현 세대인 우리가 이루어야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노무현은 그것을 말 했고,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은 다시 제자리로 옮겨놓았습니다.
    아무 개념 없이, 비판 정신 없이, 노무현을 낮게 평가하는 분들은 좀 더 공부 하시고, 노무현이 무엇을 얘기 했고, 무엇을 했는지 research 좀 해보시고, 맹목적인 보수 편들기 다시 한번 생각해보십시요. 이명박이 밑에 연설문을 주고 하라고 하면, 들을 국민이 있겠습니까. 노무현이 사랑 받고, 국민들의 추모 열기는 그의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말하고 실천에 옮기는 정치적 신념때문입니다. 이명박이 욕 먹는 이유는 그 반대입니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출마시 연설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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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때인가 부터 제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무엇을 했느냐”를 묻지 않고 “무엇을 하겠느냐?” 비젼을 내 놓으라고 했습니다. 비젼을 생각해봤습니다. 제 마음을 가장 끄는 비젼은 그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5공 때 내 놨던 정의로운 사회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내 놨던 보통 사람의 시대도 상당히 매력있는 비젼이었습니다. 신한국당의 세계화-정보화-개혁!! 국민 정부의 비젼도 참 좋았습니다. 저는 국민의 정부 비젼은 달달 욉니다. 민주주의, 시장 경제, 생산적 복지, 남북 화해, 노사 협력, 지식 기반 사회…

    저도 그렇게 말하면 됩니다. 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제 가슴은 공허합니다. 그 말을 누가 못하냐? 누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아침에 저는 유종근 전북지사가 지으신 유종근의 신국가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신뢰-협동이라는 이 사회적 자본을 한국이 제대로 구축하느냐 못하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앞으로의 사회에 있어 생산성은 생산 요소 투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 혁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토대가 되는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가느냐 여기에 달려있다! 이렇게… 써 놨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씌여있어서 정말 반가왔습니다. 문제는 그 사회적 신뢰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들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합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고 패가망신 했습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권력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체 하고 고개숙이고 외면했습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였습니다.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고만 두거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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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 76.***.198.33

      미국에 살다보니 정말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큰 사건이 있은 후에야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나 하고 궁금해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정치를 폈는지는 아직 모르되 이리 출마연설도 뒤늦게 읽게 되고 유투브 가서 국민들의 정서도 느껴보았습니다. 그냥 눈물이 나네요. 사람냄새 무지하게 풍기는 멋진 노무현 대통령을 이렇게 잃었구나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