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전쟁 – 그 패착 지점은

  • #98887
    민혁당 66.***.77.234 2484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또 한 말씀을 하시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제가 공격을 받았습니다만, 참아 왔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할 일도 열심히 하고 할 말도 다 할 생각”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민생 현안을 챙기는 일만으로도 빠듯할 듯싶은 나라의 국무회의에서 이게 할말인가 하는 이야기는 이제 하도 식상하니 논외로 치더라도, 노무현의 이같은 발언에서 나는 도무지 반성을 모르는 확신범의 한 전형을 보는 듯만싶어 적잖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한 세월을 거쳐 그나마 확보한 민주 개혁 세력의 진지를 노 대통령이 점점 더 벗어날 수 없는 진흙탕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게 아닌가싶어서 더.

    “어제의 발언을 보면 ‘극우보수 세력’에 쿠사리 먹어서 한이 맺힌듯 말하든제 참 기가 막힐일이다.그들에게 힘을 부여해준것이 누군가? 노통본인 아닌가? 다죽어가던 딴나라당과 조중동을 예전보다 몇배나 강성하게 만든것이 노통 본인이듯 말이다..자기스스로 키워놓고 키운존재에게 억눌린다????? 또 그런 발언을 ‘아주 상식적인 발언’이라고 뽕에취한 광태를 보이는 작자들이라니..”

    얼마 전 황당무계님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황당무계님은 이 글의 댓글에서 “제말을 먼뜻인지 이해하는 노빠가 한명이라도 존재한다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가 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노무현(과 그 추종자들)의 패착지점은 이른바 조중동을 비롯한 기득권에 무한 비판의 동기와 명분을 제공한 데 있다. 노무현은 이른바 조중동에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전쟁을 선포했는데, 이제 그들에게 거리낄 게 뭐가 있겠는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전쟁이 무엇인가? 전쟁이란 다른 잡다한 이설에 앞서 살아남는 것이 최후의 목적이다. 거기서 수단 방법은 아무래도 무방하다. 더티한 플레이를 하건 ‘별 쌩쑈’를 다 하건 오직 싸워 이기는 것만이 지선이다. 그것이 전쟁이다.

    전쟁을 선포하는 순간 피아간에는 정면 승부만이 남는다. 적에게 신사적인 플레이를 요청할 수도 없고 적이 신사적인 플레이에 응할 필요도 없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말 그대로 죽거나 아니면 죽이거나의 싸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한반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요지의 언설을 늘어놓은 바 있다.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할 ‘꼴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답답할 노릇이다. 노무현 식이라면 지금도 전화가 끊이지 않는 레바논 사태나 이라크 사태는 대체 뭐라는 말인가? 노무현 식이라면 일본 제국주의 시절 만주 벌판에서 독립투쟁을 한 이들은 꼴통 가운데서도 으뜸 가는 꼴통으로 불려 마땅할 것이다.

    0.00000001%의 가능성만 있어도 거기에 목숨 걸 수 있는 게 전쟁이다. 그리고 일단 전쟁을 선언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일 때 나는 전쟁을 시작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 이길 것을 주문한 적이 있다. ‘목숨 걸고 하는 것이 혁명이고 전쟁’인 때문이었다.

    그런데 노무현(과 그 추종자들)의 전쟁은 어떤가?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적을 향해 왜 신사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느냐고 투정 부리는 게 고작일 뿐이다. 도대체 전쟁을 선포한 당사자가 상대에게 신사적으로 싸울 것을 주문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더 웃기잡는 것은 정작 전쟁을 선포한 이들에게서 도무지 적과 싸워 이길 전략도 전술도 자신감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승리는 고사하고 천하의 조롱거리가 되기 딱 십상이다.

    게다가 이들은 도대체 무능하기까지 하다. 그 무능으로 인해 사사건건이 비판 꺼리를 쏟아내놓고 있다. 그 결과가 언필칭 조중동의 ‘비판언론’ 자임론이다. 얼마나 무능했으면 황당무계님 말마따나 ‘다 죽어가던 조중동’에 이같은 ‘비판언론’의 명분까지 부여하여 더 큰 힘을 갖게 해주었을까?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노무현(과 그 아류들)은 틈만 나면 언론이 문제라면서 문제의 본질을 남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작정한 적으로부터 이들은 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바란다는 말인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적의 입장에서 보자면 세상에 이보다 더 만만한 상대는 없는 노릇이다. 시쳇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다. 환호작약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일 터다. 아닌가?

    전략도 전술도 자질도 역량도 자신감도 없는 ‘키치’ 그 자체인 아해들이 제멋대로 내뱉어놓은 이 ‘전쟁’이 남긴 상처는 깊고 크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앞으로 싸워야 할 민주 개혁 세력의 몫이자 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저들은 오히려 당당하기만 하다. 전쟁에 패했다면 그 원인을 자신으로부터 찾는 것이 마땅할 터임에도 그 책임을 생뚱맞게도 ‘적의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한발 더 나아가 ‘무식한 국민 탓’으로 돌리는 짓까지도 서슴치 않는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투고, 자신들 외에는 사람이 없는 천상천하 무인지경인 행태다. 어쩌겠는가?.

    노무현의, 노무현에 의한, 노무현을 위한 이 ‘한심한 전쟁’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 noppax 70.***.195.208

      노무현은 그렇다 치고, 님은 과연 그 ‘전쟁’에서 누가 더 나쁜 놈으로 보이시는지요?
      노무현은 무엇을 위해 언론과 싸우며 언론은 무엇을 위해 대통령과 싸운다고 보시는지요?
      노무현 일당이 한심하다면 님께서 대신 나서서 무찔러 주실 수는 없나요?
      장기판에서 훈수 두듯 ‘한심한 전쟁’을 지켜만 보는 것이 대통령 보다 현명한 당신의 선택이라면 참 실망스럽군요.


      내가 갑자기 여기서 왜 이렇게 열을 올리지???

    • 뽀글이 66.***.195.234

      민혁당님, 실망입니다. ‘이 한심한 전쟁(?)’을 그저 지켜보기로 하셨다니…실망입니다.

      싸움에서 누가 더 나쁜 놈이라고 묻는 이에게, 언론이 대통령하고 싸운다고 믿는 이들에게, 생각이 다르다고 같은 민족을 무찔러 달라는 이들에게 묵묵히 설득하고 왜 그런지 설명해주고 교화시키고 해야 되는 혁명적인 임무가 있는데 왜 그저 지켜볼거라고만 하시는지…

      이 게시판 죽창 리플 때리면서 나머지 5프로를 교화시켜보려는 이들의 피나는 애국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 noppax 70.***.195.208

      뽀글이님, 먼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게 글을 쓰시는 재주가 있군요.
      또한 웬간하면 슬쩍 오바하시는 센스도 참 보기 좋네요.
      생각이 다르다고 같은 민족을 무찌르다니… 드라마틱하시긴.

      언론… 너무 믿지 마세요. 믿지 않는다 나는 걔들 보다 수준 높다고 하면서 자꾸 들여다 보지도 마시고.
      대통령 하는 짓이 우습다고 너무 무시하지마세요. 그래도 자기 일 열심히 하기로는 님 못지 않으니. 잘못해서 그렇지-그건 님도 도찐개찐이겠죠?
      세상 사는 일이 그렇게 보이는 것 처럼 녹록치 않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