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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열 잘 받는 다혈질이지만,
나이도 먹어가고해서 자제하는 편인데…한미 FTA 체결 관련과 관련한 기사와 몇몇 블로그 포스트를 읽으면서
그동안 하고싶은 말은 하고 가는게 내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누구를 향한 말인지는 읽는 분들이 판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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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가, 협상기간 연장 등의 우여곡절끝에 타결되었단다.
찬성하는 쪽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릴 일이지만, 반대하던 쪽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다. 심지어 한 택시기사분께서는 분신하셔서 생명까지 위독하단다 (그분의 쾌유를 진심으로 빈다).
FTA 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얘기가 넘쳐나는 시점에서 내가 덧붙이는 건 별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고, 이번 글의 원래 취지가 ‘왜 FTA가 지금처럼 체결되는게 문제인지’에 대한 논증을 하자는 게 아닌 만큼, 그건 일단 “난 이번 FTA 체결이 노무현의 최대 실책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정도로 넘어가도록 하자. (자세한 얘기는 다른 글에서 할 거니까)
내가 정작 이번 협상과정을 보면서 어이가 없는 건…
한 때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그래서 나같은 사람의 지지까지도 이끌어냈던) 노무현이
퇴임이 다가올 수록 이제는 김영삼을 능가하는 독선적 정신세계를 가진 꼴통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이다.너무 심한 말이 아닌가 할 분들도 있을게다. 아직도 소위 노빠인 분들은 거품을 물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과 몇 년전에,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그가 장담했던 것들이
그동안 어떤 식으로 우리 앞에 구체화되었는지를 보면… 그리고 그가 어떤 식으로 매사에 결정하는지를 본다면….
노무현이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니라는 점은 (미쳤다는 게 아니라, 독선적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하다.어떤 협상에 있어서든 가장 기본은, 내가 협상 상대방한테 아쉬울 게 없다는, 그래서 밀릴 것이 없다는 당당한 자세다.
세상이치라는 게 “아쉬운 놈이 우물파게” 되어있다. 남보다 덜 아쉬우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거고, 내가 아쉬운 상황이면 불리한 조건으로도 협상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래서 요새 상황이 안타까운) 박찬호가 이번 시즌에 황당한 조건으로 메츠에서 던지는 이유도, 지난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아닌가.
좀 다른 얘기지만, 북한이 매번 미국한테 뭔가 받아내는 이유도 바로 ‘안되면 할 수 없는 거다’하는 배째라 정신으로 협상에 임하기 때문이다.하물며 개인들간의 협상에서도 이럴지언대, 국가간의 – 그것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경제환경이 엄청나게 달라질 중요한 협상을 하면서 협상체결이 시한내에 안 되면 큰일날 것처럼 아등바등하는 태도를 줄곧 견지하는 건, 협상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멍청한 짓이다.
문제는 이러한 저차원적인 협상전략의 근간에, 노무현의 조급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설령 자신이 생각하기에 정말 꼭 체결되어야 하는 협상이라 할지라도, “내가 결단을 내리겠다”는 둥의 망발을 협상진행중에 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상대방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 협상은 체결해야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니까 말이다.
세상에 ‘꼭’ 체결되어야 할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하다말고 휴전협정 하는 것도 아닌데, FTA를 3월 31일까지 – 기한연장으로 4월 2일까지 체결 안한다고 해서 당장 우리나라가 거덜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는 것도 물론 아니다. 오히려 애가 타는 건 안 그래도 여러가지가 꼬이는 부시행정부이지, FTA 없이 그동안도 수출해서 이만큼 성장해온 우리나라가 아니란 말이다.
그 런데 노무현은 이라크 파병 등을 밀어붙일 때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의견수렴없이 그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서둘러 밀어붙였다. 그가 그렇게 좋아하듯 ‘권위주의를 탈피한 대통령’이, 정작 권위를 발휘해야 할 많은 개혁사안들에 대해서는 쥐죽은 듯 있다가 허튼 곳에서 ‘대통령의 결단’ 운운하며 밀어붙이는 독선을 저지른 것이다.
스스로는 ‘국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반대의 목소리를 ‘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몰아붙이거나, 현실을 잘 모르는 이상주의인 것처럼 매도한다.
그 러나 말이다. 지금의 노무현을 만들어준 건, 때로는 현실과 상치되더라도 ‘원칙’을 붙드는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그리고, 그 원칙이 더 나은 정책으로 결과할 수 있다고 그 스스로가 주장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있던 것 아니었나?
아직도 가지고 있는 예전 2002년 당시의 시사잡지 인터뷰에서, 그가 정치를 하면서 이렇게저렇게 말을 바꾸었다고 상대후보들이 비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노무현은 이렇게 답했었다.“인생을 바꾼 자들이 나보고 말을 바꿨다고 (적반하장격으로) 비난을 하고 있다”고.
5년 여가 지난 지금, 노무현은 원칙을 버리고 스스로의 인생방향을 바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더이상 한때는 그의 이름과 등가물이었던 희망을 찾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몰락이 희망을 찾았던 많은 이들에게 좌절과 무관심, 그리고 배신감을 매우 지속적으로 안겨주고 있다.
사실 한 정치인으로서 노무현이 어떻게 평가되는가는 중요치 않을지도 모른다.
정작 중요한 건,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일관성조차 가지지 못한채 ‘자신이 하면 옳은 것, 남이 하면 그른 것’이라고 몰아붙이는 그의 이상한 독선이, 우리나라의 ‘국익’에 (그의 바램과 달리)큰 생채기를 내어왔다 점이다.이 라크 파병당시에도 파병 안 하면 난리날 것처럼 하더니, 그리고 파병하면 뭔가 국물이 떨어질 것처럼 난리치더니, 정작 미국과 함께 핵심 참전국인 영국도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이라크 파병은 최선이었다”고 헛소리를 해댄다. 발언장소 자체가 파병된 군인들 앞이었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그가 “내 결정은 옳다”는 독선의 늪에 빠져있다는 게 너무나 명확하다.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도 노무현과 FTA 찬성파들은 말한다. ‘정부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익을 생각했다’고. 국익이라는 게 뭔가? 한 나라에 사는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 아닌가? 그런데.. FTA라는 걸 체결하면, 우리 국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이라는 게 과연 뭔가 말이다.
물론, 여러 분석에서 언급되었듯이, 산업부문에 따라서도 파급효과가 달리 나타나고, 계층에 따라서도 수혜(또는 피해)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게 될 거다. 사실, 어차피 한 나라에 사는 국민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니 이처럼 특정한 집단에게 FTA의 과실이 떨어지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일게다.
하지만 말이다. 정부가, 국가가 해야할 일이 뭔가? 자본주의 시장에서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는, 국민의 안녕을 지키고, 공정한 경쟁기회를 보장하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일이 아니냐 말이다.
FTA 체결로 우리나라가 당장 선진국이 될 것처럼 호도하면서, 정작 일반서민들의 생활개선에 별도움이 안되는,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FTA 라는 수단 자체는 참여국가의 경제발전에 유효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정작 내가 답답한 건, 이번에 발표된 FTA 속에 담긴 내용물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건 협상체결이라는 외형적 성과에만 눈이 어두워 협상을 무리해서 진행한 우리 정부 – 특히 그 정점인 노무현의 잘못이다.
내가 그의 정신세계를 문제삼는 건, 이런 독선적 고집이 그의 재임기간중에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고, 그 때문에 여러 번 우리나라가 안 겪어도 될 분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파병때도 그랬고, 대연정이니, 헌법개정이니 하는 것들도 다 그랬다.
주변의 고언을 무시한 채 자신이 무슨 고독한 결단자인 양 행세하는 건…
계속 헛소리 해대며 두번째 임기 중반부터 레임덕 상태가 된 부시(“I’m a decider” 기억하는가)와 별반 다르질 않다.어 차피 노무현은 10여 개월 후면 야인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그리고 그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능력과 철학의 부재’를 봐서는, DJ 처럼 퇴임후에도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긴 어려울 것 같고, 가끔 대학교 가서 특강이나 하고 회고록이나 쓰는 정도로 소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더욱, 그가 남은 재임기간 동안 쓸데없는 고집으로 나라를 어지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한 때 내가 진정으로 애정을 보냈던, 한 무능한 정치인에 대한 진심에서 우러나온 고언이다. 그 는 자신이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국익을 위한 위대한 결단을 한’ 새로운 대통령상을 정립했다고 애써 자위할런지 모르지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노무현을 후일 기억할 때 ‘제멋에 취해 똥고집을 부리고, 제 잘못이 뭔지도 모르는’ 꼴통의 상징 YS의 적자로 기억하게 될테니.사족 1. 이라크 파병 당시, 파병 안 하면 우리 경제가 미국의 몽니로 당장 무너질 것처럼 난리쳤던 인간들 많았다.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들이 많았다. 하지만 파병과 아무 상관없이 시장원리에 따라 한미 경제 시스템은 돌아가게 되어있다. 더구나 북핵문제가 파병했기 때문에 원활하게 풀려왔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죽을 쑤어서 더이상 북한을 상대할 여력이 안 남아있고 (이건 이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한 다음부터 부시가 골수 네오콘의 반발을 무릅쓰고도 비둘기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탓이 크다. 그에 이르기까지 배째라 정신으로 버틴 북한의 외교술도 한 몫했고.
그러니, FTA 체결이 아주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고 하는 건,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의와 상관없이, 다 개소리다.
사 족 2. 내가 노무현을 이렇게 비난했다고 혹시나 내가 예전부터 노무현이라면 치를 떨던 소위 ‘민노알바’라고 할 분이 있을까봐(민노당 지지자 여러분께는 죄송하다. 난 민노당을 지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알바니 뭐니 저런 소리를 해대는 놈들처럼 여러분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집단으로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노빠들이 저런 소리를 한다는 걸 강조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내가 예전에 (서프라이즈에) 올렸던 글 몇 개를 오픈한다. 비록 노사모 활동같은 건 하지 못했지만, 나 또한 노무현이 가져올 변화에 희망을 가졌던 많은 사람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게다. 관심있는 분들은 “Chef” 폴더를 가보시길.
사족 3. 한겨레의 논설위원 김종철이 쓴 “정치인 노무현의 대변신” 은 내가 느끼는 바를 나처럼 두서없이 쓴 게 아니라 차분한 목소리로 정리한 좋은 글이다. 많은 분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에 링크를 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난 노무현이 이렇게 헛짓거리를 하는 가장 큰 이유 – 특히 미국과의 문제에 있어서 그가 대통령 취임 이전과 달리 지나칠 정도의 친미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미국에 대한 경험부족에서 오는 컴플렉스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와본 적도 없고, 사실 그 전까지는 세계경제 돌아가는 거에 대해 관심도 없었을 거고, 그 나이 또래 많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을 미국 컴플렉스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 수준으로 제도를 선진화” 운운하는 헛소리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
아는 사람은 알지만, 미국이 사회제도면에서 우리나라만 못한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물론 앞서 가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말이다. FTA가 우리 제도를 미국 ‘수준’으로 바꿔줄 거라고, 그리고 그것이 개선되는 거라고 믿는 건 무지이거나 착각 중 하나이다.
저러다가. 2007-04-02 20:44
올 여름에는 갑자기 통일 선언 할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