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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한 마디로 평가할 수 있다. 그는 얄팍하다.
헷갈리게 하는 그의 상태는 이러하다.
1. 노무현은 비개혁적인 것이 아니고, 비민주적인 것도 아니다.
2. 노무현은 개혁을 하고 있다.그럼에도 왜 그리 욕을 쳐먹고, 또한 욕을 쳐먹어도 마땅하다고 필자가 믿고 있는고 하니,
노무현은 자신에게 방해되는 것만 개혁하기 때문이다.노무현은 정치인 노무현의 이익을 위해서만 개혁한다.
삼성과의 유착이나, 미국과의 외교, 건설족과의 연대, 과학사기꾼과의 동거는 그에게 해로운 악습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는 전혀 개혁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혁의 요구를 묵살했다.
반 면, 선거구제 변경이나 정치이슈의 선점, 과거사의 재평가, 언론의 지나친 편향성, 지역주의적 선거 풍토, 적대적 야당 전통으로 인한 의회주의 미정착은 정치인 노무현에게 유리하고 그의 정적들에게 불리한 이슈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무리하게 자신의 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굳이 개혁하려 했다.
그러므로 욕을 먹어도 싸다. 그는 공익의 관점으로 사고하는 법을 모르며, 그러므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국가나 공익의 대리자였던 적이 없다. 그는 대통령직을 따먹은 도박사에 불과하다. 그의 진정성은 공익을 위한 진정성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위한 진정성이며, 그는 그 방법을 “개혁을 통해서” 할 뿐이다.
전향적인 노무현의 기조가 신자유주의로 귀결된 것은 바로 이 부분에서 비롯된다. 개혁을 통한 사익 추구는 원리적으로 시장경제와 부합한다. IMF로 비롯된 폭발적인 시장경제적 구조조정은 사회적 약자층인 국민들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었음에도 노무현은 이 부분을 문제시할 수 없다. 이러한 질서에 부합하는 강자의 독식은 바로 공인으로서 모럴 해저드에 도달한 대통령 자신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엄밀히 말해 공인으로서 자각을 상실하고 있다. 아니 거부하고 있다.
또한 그의 개혁과제가 하나같이 정치 이슈인 것도 그가 다른 분야에 무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분야의 개혁은 그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오거나 적에게 직접적인 불리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욕망과 부합하는 정치 이슈 개혁에만 매달리게 된다.
“개혁을 통해서 사익만을 추구”하는 노무현의 이미지는, “폭력과 협잡을 통해서 공익을 추구”했던 자로서 박정희의 이미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 국민을 총보수화의 길로 내모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엄 밀하게 보아 노무현은 개혁을 추구한 적이 없으며, 개혁을 도구로서 사용할 뿐이다. 개혁이란 노무현의 권력 획득을 위한 정당성의 알리바이를 제공할 뿐이다. 국민들이 개혁에서 마음을 돌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개혁을 해도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개혁은 공익을 증진시키지 않았다. 노무현의 개혁은 일차적인 수혜자가 노무현 자신임을 이미 거의 모든 국민들은 알고 있다. 노무현이나 그 이후의 개혁세력들이 이러한 알리바이로서의 개혁만을 추구할 때, 개혁의 거부와 총보수화 체제는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민주화 세력, 운동권들의 일반적인 심성, 사회의 더러움을 통한 자신의 정당화는 필연적으로 정체성의 알리바이로서 민주주의와 대의를 이용하게 된다. 이러한 자기 합리화에서 오는 대의의 왜곡이 드러나는 극악한 예가 노무현이며, 사람들은 학습효과로 인해 이러한 운동권들을 본능적으로 알아보게 될 것이다. 공익을 위하지 않으며 개혁을 자신의 지위 추구를 위한 알리바이로 사용하는 경향. 이것이 오늘날 울 나라의 진보 세력의 난관의 핵심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민노당이 이 지점에서 노무현과 전혀 다르다고 평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