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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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이 부러운 노짱님

    노태우 시대는 하나의 과도기였다.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정권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였다. 노태우도 전두환 같은 군인이었지만 그는 직접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었고, 전두환처럼 하고 싶었다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글 못 읽는 사람을 위해 한 마디 첨부하자면, 지금 하는 얘기는 그 시대가 그랬다는 얘기지 노태우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 노태우가 방송국을 방문했다가 개그맨 최병서씨의 성대모사를 직접 본 다음 ‘나를 코미디 소재로 써도 좋다’고 말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권력자를 흉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대에, 군인 출신 노태우조차 ‘너 전두환때도 이랬냐?’라든가, ‘너 박정희 때 이랬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갔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정작 이런 무지막지한 발언들은 포털 사이트에 상주하는 노빠들이 아주 즐겨쓰는 레퍼토리다..

    그런데 노짱님도 청와대에서 열린 ‘주민생활 서비스 전달체계 혁신’ 국정보고회에서 “옛날 대통령한테도 이렇게 했느냐”며 역정을 냈다.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무례한 참석자에게 화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옛날 대통령’이어서는 안된다. 권위주의를 타파했다고 업적으로 내세우면서 정작 권위주의 시대를 기준삼아서야 되겠는가?

    “과거의 정권에는 그처럼 관대했던 언론이 왜 우리 국민의 정부는 이처럼 가혹하게 흔들어대는 것입니까?”

    노태우조차 ‘과거의 정권에는 안했던 대통령 성대모사를 왜 지금 이렇게 적나라하게 하는 것입니까?’라고 따져묻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면 과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민주화가 진행되면 될 수록 언론의 권력 비판은 과거보다 넓고 깊게 이루어진다. 그때 ‘옛날에는 안그랬던 언론이 이제 와서 대든다”, “옛날 같았으면 박살났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민주화시대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는 고백일 따름이다.

    노짱님과 노빠님들은 ‘시대가 변했다’는 말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써먹는 경향이 있다. ‘수구세력’이라는 말을 즐겨쓰며 비판하기를 즐기는 그들이 정작 권위주의 대통령처럼 대접받기를 원하고, 언론도 권위주의 시대처럼 자신들을 대해주기를 바라는, 제대로 된 ‘수구세력’인 것 아닐까? 노짱님은 실상 전두환이 부러운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군인 출신 노태우보다도 퇴보하는 셈이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 일관성을 추구해야하지만, 그것은 발전적인 방향의 일관성이어야 한다. 어제 정권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면 오늘이라도 제대로 비판해야하는 것이지, 어제 비판하지 않았으니 오늘도 비판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다. 어제 공부 안한 학생은 오늘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같지 않은가.

    노짱님은 남들에게 일관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02년 대선 TV 토론, 방송 연설 등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은 사례나 반성해야 한다. 수도이전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해놓고 막상 당선된 다음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그것이 일관성의 결여다. 이때 야당도 말 바꾼 사례가 있다고 해서 노짱님의 잘못이 합리화되지 않는다.

    수구꼴통이라고 실컷 욕할 때는 언제고, 아쉬울 때는 그들과 같은 기준을 요구하면 노짱님도 꼴통들과 똑같은 것 아닌가? 국민들은 노빠님들처럼 생각이 한쪽으로 쏠려있지 않다.

    정말 ‘진보’이고, ‘개혁’이고, ‘깨끗한 세력’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비판하는 세력보다는 월등히 엄격한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 불법정치자금이 1/10 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절대 받지 않고 돼지저금통만으로 선거를 치렀어야 하는 것이다. 앞에서는 깨끗하고 양심적인 척하고 뒤에서는 오십보백보의 행태를 보이면 ‘차라리 말이나 말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나마 능력이라도 뛰어났다면 국민들은 덜 실망했을 것이다.

    ‘노무현을 인정하라’.

    퇴임이 다가오는 대통령이 아직도 이런 구호와 관련된다는 점은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물론 지독한 비토세력도 있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도 무조건적인 100%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노짱님이 왠지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이유는,

    (1) 정작 자신들이 민주화 시대에 적응이 되지 않고,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어서,

    (2) ‘과거 대통령’들은 하지 않은 품위 없는 언행(막말)과 억지를 쓰면서 ‘과거 대통령’처럼 대접받기를 원하는 모순에 국민들이 실망해서,

    등의 이유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모든 것이 오늘날 TV 방송보다 영향력이 한참 떨어지는 신문 때문이라고 굳게 믿으면…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