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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컴퓨터는 아니고 나와 컴퓨터의 첫 조우는 내가 국민학교 4학년때 형을 따라 여의도의 중소기업어쩌구하는 건물에서 하는 전시회에서 이루어졌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녹색 화면에 무슨 게임같은게 돌아가고 있었고, 형이 만져보았는데, 난 너무 무서워서 손도 대지 못했다. 내가 만지면 그 비싼 기계가 고장날 까봐.
결국은 전시회가 끝나고 문 닫을 때가 되어서 난 꺼진 컴퓨터의 자판을 꾹꾹 눌러보게 되었다. 그렇게 난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국민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친구 집에서 애플투를 처음 만져 보게 되었다. 당연히 자판은 만져볼 수도 없었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줄서서 집주인인 애와 spy vs. spy라는 게임을 한 판할 수 있었다. 난 그 후로 완전 컴퓨터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 후로 부모님을 일년을 졸랐다. 단식투쟁도 했다. 잘보이려고 성적도 올려보았다. 하여간에 내 모든 정열을 들여 졸랄고 드디어 6학년 때 MSX라는 컴퓨터를 살 수 있었다. 그 당시 대세는 애플투였는데, 애플 투의 디스크드라이브는 너무 비쌋다. 그 당시는 테이프가 대세였던 것이다. 난 울며 겨자먹기로 MSX를 사게 되었고, 아마 요술나무란 게임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근데 MSX는 내 눈엔 너무 후졌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게임 뿐이였다. 그 당시엔 일본 게임이 미국 게임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일년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애플투를 가지고 있었던 친구가 내 msx를 탐내는 눈치가 보였다. 난 얼른 그 친구를 살살 꼬시기 시작했고, 그 친구가 넘어가서 테이프 달린 msx를 디스크 달린 애플로 바꾸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내 진정한(?) 첫 컴퓨터인 애플 투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 이후론 그냥 그렇게 컴퓨터 가지고 노는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아직까지 컴퓨터 때문에 밥먹고 살고 있다. 사실 주로 게임을 많이 했으니, 게임 제작자가 되는게 맞을 수도 있는데, 컴퓨터랑 노느라 게임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독서를 하지 못해서 그 쪽 길로는 가지 못한 것 같다. ;
딱 하루만 그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