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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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달걀 68.***.92.247 2484

    내 첫 컴퓨터는 아니고 나와 컴퓨터의 첫 조우는 내가 국민학교 4학년때 형을 따라 여의도의 중소기업어쩌구하는 건물에서 하는 전시회에서 이루어졌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녹색 화면에 무슨 게임같은게 돌아가고 있었고, 형이 만져보았는데, 난 너무 무서워서 손도 대지 못했다. 내가 만지면 그 비싼 기계가 고장날 까봐.

    결국은 전시회가 끝나고 문 닫을 때가 되어서 난 꺼진 컴퓨터의 자판을 꾹꾹 눌러보게 되었다. 그렇게 난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국민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친구 집에서 애플투를 처음 만져 보게 되었다. 당연히 자판은 만져볼 수도 없었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줄서서 집주인인 애와 spy vs. spy라는 게임을 한 판할 수 있었다. 난 그 후로 완전 컴퓨터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 후로 부모님을 일년을 졸랐다. 단식투쟁도 했다. 잘보이려고 성적도 올려보았다. 하여간에 내 모든 정열을 들여 졸랄고 드디어 6학년 때 MSX라는 컴퓨터를 살 수 있었다. 그 당시 대세는 애플투였는데, 애플 투의 디스크드라이브는 너무 비쌋다. 그 당시는 테이프가 대세였던 것이다. 난 울며 겨자먹기로 MSX를 사게 되었고, 아마 요술나무란 게임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근데 MSX는 내 눈엔 너무 후졌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게임 뿐이였다. 그 당시엔 일본 게임이 미국 게임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일년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애플투를 가지고 있었던 친구가 내 msx를 탐내는 눈치가 보였다. 난 얼른 그 친구를 살살 꼬시기 시작했고, 그 친구가 넘어가서 테이프 달린 msx를 디스크 달린 애플로 바꾸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내 진정한(?) 첫 컴퓨터인 애플 투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 이후론 그냥 그렇게 컴퓨터 가지고 노는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아직까지 컴퓨터 때문에 밥먹고 살고 있다. 사실 주로 게임을 많이 했으니, 게임 제작자가 되는게 맞을 수도 있는데, 컴퓨터랑 노느라 게임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독서를 하지 못해서 그 쪽 길로는 가지 못한 것 같다. ^^;;

    딱 하루만 그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탄혀 58.***.70.94

      >>국민학교 4학년때 형을 따라 여의도의 중소기업어쩌구하는 건물에서 하는 전시회에서 이루어졌다.

      저도 이쯤에 컴터를 샀는데요, 그 이후 쭈욱 컴터 만지작 거리다가 밥 벌이를 이걸로 하고 있네요.

    • sync 24.***.40.106

      전, 다른또래의 아이들보다 늦게 컴퓨터를 갖게되었습니다. 물론 구경은 많이 했지만, 제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있었죠, 그러던중 어느날 – 중학교 3학년때 일겁니다 – 테입으로 게임을 불러들이는 그 소리가 아주 매력적으로 들렸었죠.

      spc-1000부터 시작해서, spc-1500 그리고는 궁극의 게임머신이라불리는 MSX를 사용하면서 MSX빠가된후 X-II 까지 거의 모든 MSX하드왜어를 보유하고있었습니다. 3.5인치 FDD가 판매되기전에는 QDD라는 디바이스를 사용하면서 게임을했죠, 실행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MSX생활은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한동안은 카트리지를 이용해 게임을 핵킹하는것도 많이했었고…예를들어 그라디우스의 미사일이 비행선 뒤에서부터 발사되게끔하는등등… 가끔 마이컴에 게임 팁도 보내보고는 했었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주 즐겁습니다. 그때 전 애플은 컴이 아니라고 까지생각을 했었고, 486으로 넘어가기전까지는 MSX가 최고의 컴퓨터라는 생각을 하고있었으니까요.

      어찌되었든지, 다른 꿈을 가지고 미래를 생각하며 살다가 어쩔수없이 들어선 컴퓨터의 길… 후회하지는 않지만, 다만 예전의 한순간으로 돌아갈수있다면 어쩔수없이 컴퓨터를 선택한 순간전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꿈꿔왔던 삶을 선택할겁니다.

    • 날달걀 68.***.95.149

      sync님 같이 msx 팬도 무척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msx팬과 spc1500 팬이 서로 입씨름 하는 경우도 있었죠.

      msx II가 나오면서 하드웨어와 게임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었는데, 제가 처음 접한 msx I의 게임은 저한텐 별로 매력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성전설이란 게임은 참 좋아했고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트윈비란 놈도 기억나고요.

      마이컴은 나중에 이름이 바뀐거였고, 그 전엔 다른 이름이였었죠. 학생과 컴퓨터란 잡지도 기억나고 PC라인 처음 창간할 때랑 1200bps 모뎀 달아서 피씨통신 처음 하던 때도 기억나네요. 그 당시엔 개인 시삽이 자기 집 전화로 bbs를 운영하던게 많아서 통화중일 때가 많았죠.

      요즘은 16G 짜리 SD 카드에 1.5 테라 하드드라이브에 30인치 LCD 모니터에 10Mbps 인터넷이라니…

      아마 근미래에 새 컴퓨터를 아마존에서 사면 물건이 배달되는게 아니라 인터넷 링크 하나가 배달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하드웨어를 굳이 집에다 둘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 Block 24.***.123.33

      Apple II…
      두툼한 덩치에…. 초록색 모니터…

      베이직을 배우던 생각이 납니다.

      그당시에는 컴퓨터 앞에 앉으면 근방 뭔가 대단한거를 만들것 만 같았는데….

      KETEL의 빕음이 그립기도 하고…

      하지만 더 그리운건 현재 한국의 100M짜리 빠른 인터넷 속도입니다.

      ComCast의 8M짜리를 사용하는데도 왜이리 느린지…

      자꾸 옛날의 9600bps modem을 사용하는 느낌이 나니…

    • 속도 71.***.44.191

      4년전에 한국에서 메신저->메신저 파일전송으로 영화한편을
      10분안에 전송해준적이 있는데 여긴 아직도…속 터지죠. ^^

    • sync 24.***.40.106

      마이컴전에는 컴퓨터 학습이었을겁니다. 피씨통신하던때를 잊을수는 없지요, 그리고 FM xxx (정확히 기억이 않나네요) 라는것을 카트리지에 꽂고 게임을 하면 환상의(?)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했었구요.

      모뎀시절 케텔부터 시작해서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학교다니면서 처음으로 시작한 알바가 나우누리 고객 서비스팀에서일하는것이었는데…. 재미있기도했고, 황당하기도 했고, 등등 갑자기 기억이 나네요.

    • Quality 67.***.145.82

      저도 초딩때 친구집에서 apple II를 처음보고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컴퓨터.
      당장 집에가서 컴퓨터 학원 다니고 싶다고 조르고 졸라서 학원도 다니고
      어떻게 spc-1000도 사게됬던기억이납니다.
      에게 제 첫 컴퓨터 였군요.
      이 컴퓨터라는 물건이 아주 귀한것이라 생각하신 저희 아버지는
      거실 한가운데 전시해야한다고 하셨고
      그거 쓸려면 삐뚤한 자세로 허리돌려서 키보트 치던 기억아 납니다.